[기자수첩] 워라밸 정책, 저출산 대책될까

기사승인 2018-07-11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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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워라밸 정책, 저출산 대책될까“대체 애를 몇이나 낳는 거냐. 애 둘이라고 하지 않았냐. 어떻게 하려고 또 임신을 했냐. 또 휴직이냐 참 이기적이다. 첫째랑 둘째 낳았을 때도 우리가 얼마나 배려를 해줬냐. 기껏 교육 시켜놓으면 남자에 임신에 그것도 아니면 눈물바람”

지난 2014년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미생’의 대사이다. 방송에서는 임신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일을 하다 결국 과로로 쓰러진 한 여직원을 비난하는 남자 직원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여주인공인 안영미(강소라)는 선배인 선 차장(신은정)에게 “왜 임신한 사실을 알리지 않앗던 거냐”고 물었고 선 차장은 “워킹맘은 늘 죄인이다. 회사에서도 죄인 어른들께도 죄인. 남편이 안 도와주면 끝이다. 일 계속할거면 결혼하지마라. 그게 더 속 편하다”고 답했다. 워킹맘의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워킹맘은 일과 양육의 부담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여성에게 집중됐던 출산과 양육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들을 마련했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 5일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기존 저출산 대책 정책이 출산율 목표 중심의 국가 주도 정책이었다면, 이번에는 삶의 질 개선, ‘워라밸(일·양육 양립)’을 중점으로 추진한다는 취지다.

우선 성부는 출산휴가급여 사각지대는 해소하고, 아이돌봄 서비스는 확대한다. 육아기에는 임금 삭감없이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남성 육아 활성화를 위한 제도도 정비한다. 급여 지원 상한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높여 남성 육아휴직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겠다고 했다. 또 여전히 남성 육아휴직을 낯설게 인식하는 문화를 극복하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아빠 육아휴직 최소 1개월’을 실현할 수 있도록 확산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배우자 출산휴가 중 유급휴가 기간을 현행 3일에서 10일로 확대하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유급휴가 5일 분에 대한 임금을 정부에서 지원한다. 동일 자녀에 대해 부모 중 한쪽만이 휴직이 가능한 현 제도도 개선해 부모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이같은 정책 추진을 위해 기업에도 다각적 지원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체인력의 원활한 활용을 통해 육아휴직 등으로 업무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수인계기간 중 대체인력에 대한 중소기업 지원금액을 월 60만원에서 월 120만원으로 2배 인상하고, 증액된 금액을 지원하는 인수인계기간도 15일에서 2개월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금을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한다.

정부의 이번 정책이 여성의 양육 부담을 단번에 줄일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양육비 부담, 독박육아, 육아휴직 사용 등 그동안 사회에서 엄마들이 겪었던 고충들을 꼼꼼히 담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런데 과연 이 정책들로 저출산이 해결될까?

지금도 주변에는 ‘아빠 육아휴가 사용’에 대해 “돈은 누가 버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 “동료가 출산휴가를 가서 일이 두 배로 늘었다”고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정부 정책이 실제 삶 속에서 적용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임신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모든 사회 구성원이 이해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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