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치료제 비가바트린과 부신호르몬제 프레드니솔론 고용량의 병용투여가 웨스트 증후군(West syndrome)으로 불리는 영아기에 발생하는 드문 뇌전증인 ‘영아연축’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강훈철 교수와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소아신경과 고아라 교수 연구팀은 영아연축 환자에게 비가바트린(vigabatrin)과 프레드니솔론(prednisolone) 투여량을 늘렸을 때 치료기간을 3개월로 단축하고 72.7%가 부작용 없이 완치된 것을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영아연축 약물 치료 프로토콜 개선에 따른 치료 결과는 뇌전증 분야 국제학술지 ‘뇌전증 연구(Epilepsy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됐다.

영아연축은 영아기에 발생하는 드문 뇌전증으로 출생아 중 10만명당 24~42명에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 뇌전증 중 2% 정도가 영아연축에 해당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의 25%에서 1년 내 발작이 시작되며, 대개 생후 3~8개월 사이에 증상을 보인다. 또 발작은 갑작스러운 근수축으로 머리와 몸통, 팔다리가 일시에 굴곡되기도 하며, 하루에 수십 회에서 많으면 100회 이상 발작이 일어난다.

영아연축은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나 과다분비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정확한 생화학적 기전은 알려진 바가 없다. 그동안 다양한 항뇌전증 약물이 치료에 사용되지만 3분의 2 이상에서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정신지체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2016년 3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영아연축 진단을 받은 66명(발작연령 5.7개월)을 대상으로 비가바트린과 프레드니솔론 병합치료를 실시했다. 영아연축 진단 환자에게 비가바트린을 2주간 단독투여하고, 비가바트린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비가바트린과 프레드니솔론을 함께 투여했다.

연구팀은 비가바트린을 3일간 50㎎ 투여하고 이후 4일간 100㎎, 7일간 150㎎을 추가 투여했다. 경련이 있거나 뇌파가 불안정한 경우 프레드니솔론을 기존보다 높은 40㎎를 추가로 투여했다. 그래도 경련을 일으키거나 뇌파가 안정되지 않을 때 프레드니솔론 투여량을 하루 60㎎으로 늘렸다.

연구팀에 의하면 약물 투여 결과 48명(72.7%)에서 경련이 없어졌고 뇌파가 정상화됐다. 치료 효과와 더불어 심각한 부작용이나 약물 중단 후 재발이 나타나지 않았고 치료기간도 3개월로 단축됐다.

이에 대해 강훈철 교수는 “용량을 증가해 치료한 환자의 경우 약물 중단 후에도 재발없이 정상적인 발달이 가능했다. 프레드니솔론 같은 스테로이드의 경우 부작용을 우려해 소량 사용으로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에게 이번 치료 프로토콜을 개선으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