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러시아월드컵, 남겨진 다섯 가지 보따리

막 내린 러시아월드컵, 남겨진 다섯 가지 보따리

기사승인 2018-07-16 02: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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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FIFA 러시아월드컵이 프랑스의 20년만의 우승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몇 날 며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던 축구팬들은 스타플레이어의 활약에 열광했고 새 스타 탄생에 미래를 기대했다. 이제 또 4년 뒤를 기다려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어쨌든 월드컵은 앞으로도 쭉 계속된다. 폐막에 맞춰 이번 러시아월드컵이 남기고 간 다섯 가지 이야깃거리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① 축구 명가(名家)의 재편

이번 월드컵에선 브라질, 독일 등 전통 축구 강호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체면을 구겼다. 반면 벨기에, 크로아티아, 프랑스 등 새 강자들이 이름을 떨치며 축구 명가(名家) 재편을 예고했다.

러시아 이전까지 총 20회의 월드컵이 진행되는 동안 복수의 우승컵을 든 건 브라질(5회), 독일, 이탈리아(이상 4회),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이상 2회) 등 5팀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새 강호들에 내리 패하며 일찍이 짐을 싸야 했다. 

브라질, 우루과이는 그나마 이번 대회에서 8강에 오르며 체면을 반쯤 유지했다. 밀레니엄 이후 꾸준히 4강에 올랐던 전차군단 독일은 80년 만에 조별리그 탈락의 쓴 맛을 봤다. 이탈리아는 본선조차 오르지 못했고 리오넬 메시가 이끈 아르헨티나는 16강에서 고개를 떨궜다.

‘황금세대’를 맞이한 벨기에는 8강에서 브라질을 꺾으며 축구 명가 반열에 올랐다. 벨기에의 주축 선수들이 20대 중반에 포진해있기 때문에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도 황금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원의 지배자 에당 아자르는 91년생으로 카타르월드컵에서 31살이 된다. 로멜루 루카쿠(93년생), 미키 바추아이(93년생), 아드낭 야누자이(95년생), 케빈 더 브라위너(91년생) 등 공격을 이끈 대부분 선수들도 대체로 젊다. 다만 베르통헨(87년생), 콤파니(86년생), 펠라이니(87년생) 등 수비의 노후화는 풀어야 할 과제다.

프랑스 또한 명가 대열에 합류했다. 멤버 면면을 보면 20년 전 지단-앙리로 이어지는 황금세대 못지않은 전력이다. 킬리안 음바페, 우스만 뎀벨레, 폴 포그바 등 역대 이적료 TOP5에 이름을 올린 세 선수는 모두 90년대 생이다. 여기에 올리비에 지루, 블레이즈 마투이디, 응골로 캉테, 앙투안 그리즈만 등 최정상급 선수들도 거뜬히 카타르에서 뛸 수 있는 나이다. 프랑스는 이번 월드컵 16강에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4골을 몰아치며 파란을 예고했다. 이후 우루과이, 벨기에 등 쟁쟁한 강호를 차례로 꺾었고, 결승에선 크로아티아의 유쾌한 반란을 완벽히 저지했다. 단 한 차례도 연장전을 허락하지 않은 프랑스는 우승을 차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인구가 500만이 채 안 되는 크로아티아는 이번 대회 최고의 ‘언더독’으로 평가된다. 16강부터 3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른 크로아티아의 평균 연령은 27.9세로 결승 상대인 프랑스(26.0세)보다 2세 가까이 높았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대진운이 적잖게 따라줬지만 세계 축구 팬들은 “적은 인구에서 나온 엄청난 팀”이라며 크로아티아의 활약에 열광했다. 모드리치, 만주키치, 라키티치 등 이번 대회에서 활약한 이들이 30대를 훌쩍 넘긴 탓에 크로아티아의 선전을 ‘최후의 불꽃’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적잖다. 결승에서 프랑스에 아쉽게 무릎을 꿇었지만 역대 최고 성적을 기존 3위에서 2위로 한 계단 올리는 나름의 성과가 있었다.

② 끝 향해가는 ‘메날두’ 시대… 세대교체 적임자는?

지난 10년간 천하를 호령해온 리오넬 메시(31세)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세)도 어느덧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축구계는 새로운 스타 탄생에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 선봉장 네이마르(26)는 ‘포스트 메날두’ 시대를 책임질 재목으로 불린다. 레알 마드리드가 호날두 후임자로 노리는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2억 2200만 유로(한화 약 2970억 원)에 파리로 이적해 역대 최고 이적료를 갈아치웠다.

프랑스 신성 킬리앙 음바페(19)는 이번 월드컵에서 3차례 골망을 흔들어 전 세계 축구 팬에게 제 존재를 각인시켰다. 8강전에서는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상대로 2골을 기록, 세대교체 신호탄을 쐈다는 찬사를 받았다.

잉글랜드 주포 해리 케인(24)도 신계 입성을 꿈꾼다. 러시아월드컵 득점왕이기도 한 케인은 탁월한 득점력이 장점이다. 잉글리시 프리이머 리그에서도 2시즌 연속 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필리페 쿠티뉴(26)는 네이마르와 함께 브라질을 이끌어나갈 차세대 재원이다. 지난 시즌 42경기 출장 22골 14어시스트를 기록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5경기에 출장해 2골 2어시스트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로멜루 루카쿠(25)도 미래가 기대되는 세계 정상급 스트라이커 중 하나다. 벨기에 출신의 루카쿠는 191㎝의 다부진 체격이 최고 장점이다. 지난 시즌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27골을 넣었고,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총 4골로 케인의 뒤를 이었다.​

 유럽 4대회 연속 우승, 무너진 유럽-남미 2강 구도

이번 월드컵은 8강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유럽팀 천하’가 됐다. 4강부터 사실상 ‘유로 대회’였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유럽의 강세가 두드러진 월드컵이었다.

8강 첫 2경기에서 프랑스와 벨기에는 각각 우루과이, 브라질을 격파했다. 남은 경기가 러시아 대 크로아티아, 스웨덴 대 잉글랜드였기 때문에 자연히 4강에 진출하는 4팀이 모두 유럽으로 채워지게 됐다.

밀레니엄 들어 유럽-남미의 양강구도가 무너지는 모양새다. 첫 밀레니엄 대회인 2002년 한일월드컵에선 호날두-히바우두-호나우지뉴 삼각편대를 앞세운 브라질이 우승을 차지하며 남미로 균형추가 기우는가 싶었지만 2006, 2010, 2014, 2018년 월드컵에서 잇달아 유럽팀이 우승컵을 들며 유럽의 독보적인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역사상 같은 대륙권이 3대회 연속 우승컵을 든 것은 2006, 2010, 2014년이 유일하다. 2018년마저 유럽의 우승이 확정되며 기록은 4회 연속이 됐다. 2000년에 들어서기 전 10차례 대회에서 남미와 유럽이 각각 5회씩 우승을 차지한 것 대비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최근 다섯 차례 월드컵 4강 기록을 보더라도 유럽의 강세가 돋보인다. 2002년 월드컵부터 보면 유럽 15개팀, 남미 4개팀, 아시아 1개팀이 4강에 올랐다.

이러한 현상은 세계 정상급 축구리그가 대부분 유럽 중심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남미 국적의 정상급 선수들은 대부분 높은 몸값을 쳐주는 유럽으로 넘어갔다. 남미는 사실상 ‘셀링 리그’로 전락한 상황이다.

 VAR 도입한 첫 월드컵… 뚜렷한 명과 암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도입 된 첫 월드컵이었다. 결승전에서도 VAR 가동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될 정도로 VAR이 대회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잘못된 판정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었지만 막상 모습을 드러낸 VAR은 명과 암이 뚜렷했다. 

FIFA는 VAR 신청 권한을 주심과 부심, VAR 심판진만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종적 권한은 주심에게 부여됐다.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VAR의 혜택을 받지 못한 나라도 나왔다. 대표적인 나라가 모로코다.

모로코는 6월26(한국시간)일 B조 조별 예선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스페인은 이날 1-2로 뒤진 후반 추가 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넣었다. 처음엔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선언됐지만 곧바로 VAR을 통해 골로 인정받았다.

반면 모로코는 스페인 수비수 피케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명백한 핸들링 반칙을 범했음에도 주심은 VAR은커녕 휘슬도 불지 않았다.

앞선 20일 1-0으로 패한 포루투갈과의 경기에서도 VAR 혜택을 받지 못했다. 수비수 페페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핸들링 반칙을 범했지만 주심은 VAR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서구권 국가를 위한, 강팀을 위한 VAR’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VAR 때문에 울고 웃었다. 스웨덴전 김민우의 태클이 뒤늦게 VAR을 통해 파울로 지적됐고 페널티킥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그러나 독일전에선 오프사이드로 선언된 김영권의 결승골이 VAR 덕분에 득점으로 인정됐다.

 이제는 카타르, ‘11월 개최+48개국 확대’ 변화 예고

막 내린 러시아월드컵, 남겨진 다섯 가지 보따리

혹서기 논란으로 개최지 변경 등 요구가 빗발쳤던 2022년 카타르월드컵이 결국 11월 열리게 됐다. 지아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13일(한국시간) 진행된 2018 러시아월드컵 컨펌 기자회견에서 “2022년 카타르월드컵은 당초 논의된대로 11월 열린다”고 밝혔다.

인판티노 회장은 이 자리에서 카타르월드컵이 2022년 11월 21일부터 12월 18일까지 27일간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기존 월드컵이 6월 중순경 열려 7월 중하순 마무리된 것 대비 5개월 가량 늦춰진 시기다. 아울러 러시아월드컵에 비해 5일 가량 대회기간이 줄어들었다.

월드컵기간 변경은 카타르가 개최국으로 확정된 과거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카타르의 6월은 40~50도를 오가는 무더위가 이어진다. 카타르 조직위측은 경기장 내 온도조절을 위해 에어컨 다수를 경기장에 가동하겠다고 했지만 FIFA 평의원들을 설득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4년 뒤 월드컵은 11월로 늦춰졌다.

문제는 클럽대회 일정이다. 유럽의 경우 통상적으로 8월 리그가 개막해 이듬해 5월 끝난다. 11월은 대회가 한창 무르익을 시기다. 이 때 한 달 가까이 월드컵이 열리면 유럽 리그는 일정상 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K리그는 11월경 스플릿 라운드, FA컵, 승강전 등의 일정이 진행되는 시기다.

이날 인판티노 회장은 “카타르 대회부터 월드컵 참가국을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참가국 확대 편성은 중국, 중동권 국가와 같이 월드컵 본선 진출 기회가 요원했던 국가들의 자본을 끌어 모으기 위한 시도로 평가된다.

이다니엘, 문대찬, 윤민섭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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