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명단, 이상과 현실의 괴리

이강인·석현준 제외-황의조 포함, 학범슨의 논리는

기사승인 2018-07-16 17: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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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명단 발표에서 김학범 U-23 대표팀 감독은 당초 알려진 대로 손흥민, 조현우,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차출했다. 소속팀 허락을 받은 뒤 내린 결정이기 때문에 선수 부상 등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 구성은 다음 달 대회까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이번에 발표된 선수 면면을 살펴보면 ‘역대급’이란 평가가 과하지 않다. 성인 대표팀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토트넘 훗스퍼), 조현우(대구 FC),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황희찬(잘츠부르크) 등이 이름을 올렸고, 부상만 아니었으면 월드컵 무대를 밟았을 ‘역대급 수비재능’ 김민재(전북 현대)도 포함됐다. 이에 더해 프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황현수(FC 서울), 장윤호, 송범근(이상 전북), 김진야(인천 유나이티드), 황인범(아산 무궁화) 등이 이름을 올렸다. 벌써부터 베스트 일레븐이 어떻게 꾸려질 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논란이 된 부분이 있다. 와일드카드 한 장을 차지한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합류가 발단이다. 축구팬들은 이강인(발렌시아 CF 메스타야), 석현준(트루아 AC), 백승호(CF 페랄라다) 등 한창 뜨는 스타 선수를 제하고 굳이 황의조를 뽑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보였다.

김 감독은 세 사람을 제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백승호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6월 진행된 인도네시아 전지훈련에 합류했지만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회복 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재활 기간을 고려하면 당장 다음 달 열리는 아시안게임까지 몸을 100% 만들기 어렵다. 김 감독 역시 “백승호는 팀에서 잘 하고 있고 기량도 좋다. 그러나 부상으로 제외됐다. 회복이 다 됐다고 해도 아시안게임에선 짧은 기간 로테이션을 돌려야 하기에 어쩔 수 없었다”면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강인의 경우 지난 인도네시아 전진훈련 차출을 소속팀 발렌시아측이 거절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사실상 김 감독이 이강인의 몸 상태를 단 한 번도 제대로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이강인은 SNS를 통해 “혹사를 이유로 구단에서 차출을 반대했다. 아쉽지만 기회가 많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석현준에 대해선 컨디션, 차출 문제를 거론했다. 석현준은 지난 시즌 득점을 몰아쳤으나 동시에 부상이 잦아 후반기 컨디션 조절을 하지 못했다. 러시아월드컵 당시 신태용 감독도 비슷한 이유로 석현준을 뽑지 않았었다. 여기에 아시안게임이 선수 차출 의무 규정이 없기 때문에 유럽에서 뛰고 있는 석현준을 무리해서 뽑는 것은 부담이 됐다. 설령 차출을 허락해도 소집일을 맞춰준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면 황의조를 뽑은 명분은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전술 문제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에서 본인이 즐겨 사용하던 포백 전술을 과감히 포기하고 3-5-2 전술을 가동할 계획이다. 측면 수비를 진득하게 해낼 자원이 부족한 데 반해 공격진은 화려하기 때문이다. 손흥민, 황희찬, 이승우 등으로 좌우 윙어와 공격진을 구성하려면 황의조 또한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옐로카드]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명단, 이상과 현실의 괴리

길지 않은 준비기간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김 감독은 취임한 지 불과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사실상 소방수 역할을 맡은 상황에서 팀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많지 않다. 선수 물색에도 충분히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즉시 전력감으로 황의조는 손색이 없다. 1992년생 황의조는 올 시즌 J리그에서 7골을 넣으며 득점 3위에 올라있다. 서양권 외국인 용병 일색인 득점 순위에서 동양인으로는 가나자키 무와 함께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 중이다.

황의조는 과거 김학범 감독의 지도를 받은 적이 있다. 김 감독 입장에서 전술적 움직임을 지시하는 데 황의조만한 공격수는 당장 없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전무후무한 공격수 손흥민이 병역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다.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상황에서 김 감독은 뻔히 보이는 인맥축구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라 선발했다. 나는 학연, 지연, 의리로 선수를 뽑는 지도자가 아니다. 성적을 반드시 내야 하는 상황에서 사적인 감정으로 선수를 뽑는 건 말이 안 된다고”고 말했다. ‘인맥 축구’라는 비판에 대해 김 감독은 피하지 않고 정면돌파를 한 셈이다.

물론 모든 건 결과로 대답해야 한다. 김 감독의 복안에 인맥축구가 있는지, 최상의 스쿼드 구상이 있는지는 대회 결과를 통해 평가될 것이다.

이다니엘 기자 dn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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