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관계부처 안일함에 국정과제 일보후퇴

기사승인 2018-07-17 11: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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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관계부처 안일함에 국정과제 일보후퇴
당초 7월 시행을 예고했던 건설일용노동자의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직장가입 요건이 우여곡절 끝에 8월부터 완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건설사와 관계부처의 준비부족으로 향후 2년간은 가입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17년 문재인 정부가 향후 5년간 국정을 운영하며 추진해야할 과제로 100가지를 선정해 제안했다. 여기에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목표로 ‘고령사회 대비,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생활 보장’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적정수준을 보장해 노후소득을 현실적으로 높여 노년의 생활을 안정적으로 영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현재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가입요건의 확보하는 방안이 검토됐다.

특히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가입요건에서 여타 근로자의 상시근로기준일은 8일 이상인데 반해 유독 건설노동자만 20일로 길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이를 동일하게 조정해 건설노동자들의 노후 또한 국민연금에서 보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안이 검토됐다.

문제는 해당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 가입조건 등을 개선해야할 보건복지부와 건설 산업을 관장하는 국토교통부, 직접적으로 근로자의 연금 및 보험료의 일부를 부담해야하는 건설사들의 안일한 태도였다.

국토부는 지난해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국정과제를 바탕으로 12월, 관련 내용을 포함한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을 발표했고, 올해 7월 1일 시행을 목표로 보건복지부와 함께 국민연금법 개정 및 건강보험 관련 지침 수정에 들어갔다.

심지어 지난 4월에는 불평등한 가입조건을 개선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확정고시는 이뤄지지 않았고, 당초 목표했던 날짜도 지켜지지 못했다. 사업자인 건설사들이 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노동계는 공약 후퇴라며 비난을 쏟아 부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지난 6월 성명을 통해 건설일용노동자들의 국민연금 가입확대를 골자로 한 국민연금법 시행령을 원안대로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2017년 노사정이 합의한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대책에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은 국민연금 적용확대 시행유예를 주장했고, 국토부는 10월 시행 및 시행일 이후 발주 공사부터 적용, 기존 발주공사에 대한 유예 의견을 제출했다”며 “사회보험 보장정책의 후퇴”라고 비난했다.

이에 국토부와 복지부는 추가 논의를 거쳐 최근 8월 1일 시행 및 기존 발주 공사에 대해서는 2년 간 적용하지 않는 대신 신규 발주 공사부터는 상시근로기준일을 8일로 조정해 국민연금 등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공사원가에 반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합의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합의된 안을 바탕으로 법제처의 조문검토가 이뤄지고 조만간 개정안이 고시될 예정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여전히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건설업계의 편법적인 인력고용행태를 이렇게라도 개선할 수 있게는 됐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는 “실제 건설일용노동자들의 경우 같은 사업장에서 3개월에서 최장 9개월 이상 근로를 제공하고 있지만 건설업체들의 편법 때문에 20일 단위로 다른 용역업체와 계약을 하며 국민연금 등에 가입하지 못했던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상시근로기준이 8일로 줄어든 만큼 편법운용이 좀 더 어려워졌을 뿐 여전히 가능은 한 상황인데다 기존에 발주가 이뤄진 공사에 고용된 근로자들은 법이 개정돼도 2년간은 국민연금에 가입할 수 없다”며 “이 또한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이 아닌 만큼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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