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독자호텔 출범...롯데·신라처럼 체인화 수순 따라가나

5년안에 5개 독자호텔 출범…부띠끄 형태 유력할 듯

기사승인 2018-07-1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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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조선호텔이 첫 독자 브랜드 부띠끄 호텔 레스케이프(L'Escape) 호텔을 오는 19일 그랜드 오픈한다. 웨스틴, JW메리어트, 포포인츠바이쉐라톤 등 주로 외국계 호텔 체인과 함께했던 것을 고려하면 새로운 출발이다. 

앞으로 신세계는 5년안에 5개 독자 호텔을 낸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롯데나 신라처럼 독자 브랜드 체인 호텔을 늘릴 것으로 보여 호텔업계에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 신세계 독자호텔 첫 삽…"5년간 5개 호텔 내놓을 것"

이용호 신세계조선호텔 대표는 17일 서울 중구 레스케이프호텔 기자간담회에서 "신세계조선호텔이 독자 호텔로 첫 발을 내딛는 자리"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 중이며 향후 5년간 5개 이상의 호텔을 새롭게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그동안 서울 소공동과 부산 해운대에 웨스틴조선호텔을, 서울 반포에 JW메리어트호텔을, 서울 남산에 포포인츠바이쉐라톤을 운영해왔다. 면세사업도 해 왔지만 면세사업은 신세계 DF라는 신설법인을 만들면서 업무를 이관했다. 

러던 신세계조선호텔이 새로운 호텔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처음 밝힌 것이다. 즉 레스케이프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 독자호텔 브랜드를 만들어 나갈 것을 시사한 것이다. 

면세사업을 떼어낸 뒤 적자 행진 중에 있는 신세계조선호텔은 앞으로 레스케이프 호텔 등 독자 브랜드를 운영하며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전략은 롯데시티호텔, L7, 시그니엘 등 다양한 독자 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롯데호텔이나 비즈니스 호텔인 신라스테이를 적극 늘리고 있는 신라호텔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일단 보인다. 

롯데호텔의 경우 국내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러시아, 베트남, 괌 등 해외 호텔까지 진출하며 자사의 호텔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 신세계도 독자 호텔 브랜드를 구축한 만큼 외국으로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신세계조선호텔의 첫 독자호텔이 부띠끄 형태인 것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롯데나 신라처럼 호텔체인을 만들기 상대적으로 쉬운 비즈니스 형태가 아니다. 첫 출발을 부띠끄 호텔로 잡다 보니 앞으로도 컨셉이 다른 부띠끄 계통의 호텔을 늘려나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만약 부띠끄 호텔을 늘린다면 롯데와 신라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사실 최근 대형 호텔 체인들도 개성을 갖춘 럭셔리 부띠끄 호텔을 늘리는 모양새다. 유럽은 유서깊은 가옥이나 건축물을 고풍스러운 세련미를 갖춘 부띠끄 호텔로 탄생시키는 경우가 왕왕 있다. 최근 세계적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도 부띠끄 호텔인 '더 런던 에디션'을 세계 곳곳에 선보이고 있고, 역시 세계적 체인인 하얏트도 자사의 최고급 부띠끄 호텔인 '안다즈'를 호텔HDC와 협력해 한국 신사동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 대표는 "최근에는 과거의 표준화, 획일화된 객실 중심 호텔에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부띠끄 호텔이 호텔 오픈을 주도하고 있는 것 같다"며 "세상에 없는 호텔을 제공하기 위해 부띠끄 형태의 레스케이프 호텔을 보여주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만들어 나갈 5개 호텔의 콘셉트는 아직 대외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레스케이프 호텔을 또 만드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지만, 레스케이프와 비슷한 부띠끄 호텔일지 스탠다드 체인화한 호텔일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입장을 유보했다. 

신세계 독자호텔 출범...롯데·신라처럼 체인화 수순 따라가나

◇ '한국 속의 파리' 레스케이프…객실은 초고가로, F&B는 제너럴하게  

실제로 가 본 서울 퇴계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옆에 자리한 레스케이프 호텔은 프랑스 파리의 몽환적이면서도 관능적인 분위기를 내세웠다. 한국 속의 파리를 구현하겠다는 포부다. 

조명은 조도를 낮춰 우아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살렸고, 붉은색과 톤다운된 블루, 그린 등의 색에 부띠끄 호텔의 대가인 프랑스 디자이너 자크 가르시아가 창조해낸 화려하고 아름다운 무늬를 얹어 강렬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실제로 들러 본 레스케이프 호텔은 객실과 로비의 경우 한국인보다도 외국인, 그중에서도 중국인 개별관광객을 겨냥한 느낌이 강했다. 일단 진한 붉은 색 계열의 프론트 데스크와 화려한 문양이 돋보이는 로비, 역시 붉은 색 계열의 메인 레스토랑 '팔레 드 신'이 그런 감성을 더해줬다. 

객실의 경우 가격대가 높게 책정된 것도 자금이 넉넉한 중국인 개별관광객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204개 객실 중 디럭스 급에서 가장 많은 62개 객실을 보유한 아틀리에 객실의 경우 부가세를 제외하고 48만원에서, 약간 윗급인 아틀리에 스위트는 52만원에서 시작한다. 이는 서울시내 특급호텔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스위트의 경우에는 단가가 더 높다. 레스케이프 호텔은 스위트가 80개로 비중이 높은 편인데 그중 1개씩만 있는 로얄스위트는 528만원,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560만원이며 가장 넓고 큰 레스케이프 스위트의 경우 1박에 800만원이다. 아름다운 디자인과 유니크함을 고려한 가격이지만, 국내 특급호텔보다도 높은 가격으로 책정돼 있어 초럭셔리를 지향하는 호텔임을 알 수 있다.  

모든 라운지와 객실은 자크 가르시아의 벽지와 데코레이션, 가구 디자인이 적용됐다. 각 객실마다 패턴이 다른 실크 자수 벽지와 플라워 문양의 캐노피 장식, 앤티크 가구가 배치됐으며 에이스 페리츠 매트리스와 순면인 줄리아 비의 배딩으로 구성됐다. 욕실 어메니티도 로레알 계열 프랑스 니치향수 하우스인 아틀리에 코롱이 참여했다. 

실제로 레스케이프 호텔 위치는 신세계 본점과 신세계 면세점이 가깝고 남대문 시장도 가까워 관광지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 국내 고객보다도 외국 관광객이 좋아할 만한 위치인 만큼 국내 관광객보다도 외국인 관광객을 가장 큰 고객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범수 총지배인이 직접 지휘해 만든 F&B는 인스타그램 등 SNS를 즐겨하는 국내 고객들(라이프 러빙 로컬)을 겨냥했다. 과감하게 뷔페를 없애고 직접 외국 셰프들이 만드는 팔레 드 신(중식당), 마망 시크레(양식당) 등 파인 다이닝을 선택한 배경에는 이 같은 고려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파인 다이닝은 가격대를 특급호텔 급으로 잡지 않고 일반 레스토랑과 비슷하게 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팔레 드 신은 홍콩의 모던 중식당 '모트32'의 셰프 멘싱 리로부터 전수받았으며 주기적으로 바뀌는 양식당 라망 시크레는 첫 주자로 뉴욕의 '더 모던' 레스토랑 셰프가 들어온다.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전 세계의 맛있는 레스토랑을 들여옴으로써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외국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호텔 최상층에 위치한 막다모르 바는 프렌치 스타일이면서도 로마 제국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느낌으로 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느낌의 바다. 알렉스 크라테나, 시모네 카포랄레 등 유명 바텐더를 초청해 한 달에 한 번 방한하여 특별한 칵테일을 만들어준다.  

김범수 총지배인은 "레스케이프 호텔은 클래식한 멋과 감성을 유지하지만 콘텐츠 면에서는 다양한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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