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모두 손 놓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기사승인 2018-07-24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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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두 손 놓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문재인 정부는 시작과 함께 가계파탄의 주범인 간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내놓은 병원비 부담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방편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는 간병부담은 줄이고 입원서비스 질은 높여주는 국민 모두를 위한 제도라며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들이나 직접 환자들과 대면하며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보조인력의 고통어린 신음은 시범사업을 포함해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실비지원, 정책가산수가 등 서비스 유지를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현찰박치기가 없었다면 사업은 무너졌을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사적으로 고용한 간병인을 대체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 보조인력이 간병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단순하다. 그렇지만 한정된 간호 인력과 의료기관의 경영상태, 정부의 지원과 수가체계 등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난제들의 집합에 가깝다. 의료기관 차원으로 시야를 넓혀보면 보다 다양한 문제들이 눈에 띤다. 높아지는 최저임금과 간호사의 절대적인 부족현상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간호와 간병의 정의부터 그에 따른 업무범위와 서비스 제공주체에 대한 인식까지 충돌하고 있다.

당장 임금인상에 따른 의료기관의 경영악화가 심화돼 서비스를 제공할 충분한 간호사나 의사를 뽑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의사인력 부족을 위해 불법적이지만 일부 간호사들을 PA(의료지원인력)라는 이름으로 임상현장에 투입해 간호현장에서 근무할 간호사가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환자는 간병인이 제공했던 일체의 서비스를 간호사에게 요구하지만, 간호사들은 일련의 요구에 반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두 팔이 부러진 환자의 등을 긁어달라는 요구를 간호사가 들어줘야 할지에 대해 간호사들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럼에도 간호조무사 등 보조인력의 배치기준을 높이는 데는 인색하다.

간호사 1명당 환자 8~10명을 담당하는 간호인력기준에 비춰볼 때 보조인력 1명당 30명 이상의 환자를 담당해야하는 기준은 의문을 자아낸다. 간호사들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고 일부를 지원하는 형태로 보조인력이 근무한다면 몰라도 간호와 간병을 분리해야한다면 지금의 간호사와 보조인력의 기준은 이상하다.

문제는 이처럼 악순환과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어느 누구도 명확히 기준을 제시하거나 나서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른 이들에게 욕을 먹기는 싫고, 그렇다고 양보를 하거나 손해를 보기는 더 싫다는 태도다.

정부부터가 잘못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상충한다는 전가의 보도와 같은 말을 던지며 어느 하나도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하려하지 않고 있다. 경제부처에서 예산을 주지 않는다며 투자도 하려하지 않는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의사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

복지부는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업무범위를 보다 명확히 해야한다. 어느 영역까지를 간호사가 담당하고, 간호조무사 등 보조인력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나눈다면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필요인력을 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에는 PA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PA를 합법화해 의료기관에서 간호사들이 의사들을 보조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한다면 통합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간호사수에서 PA로 차출된 간호사를 뺀 나머지를 수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반대로 PA를 불법으로 규정해 간호현장을 벗어나는 간호사들을 묶어둘 수 있다면 그 또한 또 다른 해법이 될 것이다.

이어 현재 의료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수와 필요인력의 간극을 일시적으로 혹은 영구적으로 보조인력에게 맡길 수 있도록 별도의 자격기준을 마련하거나 한시적 제도를 마련한다면 인력수급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근거 또한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만약 결단을 내린다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의사들 또한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하며 서로가 한발씩 양보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이들이 지금처럼 극명히 대립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수개월을 끌어오면서도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으로 막고 있는 상황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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