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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물총새 가족의 여름나기

곽경근 기자입력 : 2018.07.26 11:39:19 | 수정 : 2018.07.26 23:01:20

-물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맑은 냇가는 여름새들의 사냥터-

24일 오전 춘천시 한 지천의 물가에서 물총새 어미가 물고기 사냥을 위해 다이빙을 했다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솟구쳐 오르고 있다. 비록 먹이사냥에는 실패했지만 찜통더위에 시원하게 물놀이는 한 셈이다.

춘천시 신동면을 가로질러 흐르는 맑은 하천에 어미 물총새와 두 마리의 어린 물총새가 여름을 나고 있다. 24일 이른 아침, 냇가 가장자리는 적당히 모래가 깔리고 물살이 느려 피라미, 모래무지, 붕어, 송사리 등이 여유롭게 유영하는 모습이 눈에 한 눈에 들어온다. 이들 물고기 바로 위 버드나무 가지에는 언제부터인가 날카로운 긴부리의 물총새 어미가 자신의 사냥 목표를 정한 후 숨을 고르고 있다. 어미새의 먹이로 정해진 수컷 피라미 불거지와의 거리는 대략 3m이다. 이내 나뭇가지를 벗어난 어미 물총새는 총알만큼 빠른 속도로 자신의 목표물을 향해 거침없이 물속으로 몸을 던진다. 혼비백산 방사선 모양으로 물고기들은 모두 달아나고 희생양이 된 피라미 한 마리만이 어미새와 함께 물 밖으로 솟구쳐 오른다. 사냥에 성공한 어미새는 냇가 한편의 횟대에 앉아 부리로 물려있는 물고기를 나무에 몇 번 내리쳐 기절시킨 후 머리부터 한입에 삼키고는 온 몸의 물기를 털어낸다.

버드나무 가지 위에서 공격 목표를 정한 물총새 어미가 출격하고 있다. 날개를 접고 다이빙할 때 가늘고 긴 부리는 파동을 최소화해 물고기들은 사냥꾼이 침투한 줄도 모르고 잡힌다. 사냥에 성공한 물총새는 물고기를 몇 차례 나무나 돌에 내리쳐 기절 시킨 후 뼈가 목에 걸리지 않게 머리부터 삼킨다.

-백발십중도 어려운 새끼들의 물고기 사냥-

이번엔 물고기에서 보다 가까운 위치에 있는 죽은 나뭇가지에 앉아 어미의 사냥모습을 지켜보던 어린 물총새 차례다. 숨소리 한번 내지 않던 어미와 달리 새끼는 나뭇가지 위에서 머리를 좌우를 돌리며 물고기의 움직임도 살피고 날개도 살짝 접었다 폈다를 반복한다

날갯짓이 서툴러 보이는 새끼 물총새가 나뭇가지 위에서 출격 준비를 하고 있다.


물고기들이 눈치 챌 수 있는 불필요한 동작들이다. 나름대로 준비를 마친 물총새 새끼 한마리가 망대(望臺)를 벗어나 쏜살같이 물속으로 자신의 긴 부리를 꽂는다. 하지만 이미 새끼의 움직임을 눈치챈 물고기들은 모두 달아났다. 두 마리 새끼 모두 번갈아가며 사냥에 나섰지만 모두 실패다

어이쿠! 아까워라. 물총새 새끼가 십여 차례 도전 끝에 겨우 잡은 물고기를 놓치고 있다.

어미 물총새의 사냥 성공확율이 30%도 못되는데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 재빠른 물고기 사냥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무더위에 어린 물총새들이 기진맥진하자 어미가 물고기를 잡아 기력을 보충해 준다.

물총새 어미가 물고기 사냥 교육을 마친 후 지친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사진 우측이 어미)

아름다운 색채를 자랑하는 물총새는 코발트 빛 날개를 가졌고 가슴과 배는 밤색과 흰색의 얼룩무늬가 있고 다리는 진홍색이다. 몸길이는 약 15cm로 부리는 길고 뾰족해 물고기를 잡기에 알맞다. 물가와 호수주변에 서식하며 3월 상순~8월 상순에 물가 흙벼랑이나 언덕에 구멍을 파서 둥지를 틀고 물고기 뼈를 토해내서 알자리를 마련한다.

물총새 새끼가 촬영을 위해 설치해놓은 무인카메라 위에서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

물총새는 먹이를 향해 날아가는 속도가 총알처럼 빠르다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물고기 사냥 모습이 호랑이와 흡사해 어호(魚虎)’란 무서운 별명도 가지고 있다. 영어로는 킹피셔’(kingfisher)라고 불린다.

물총새는 몸에 비해 머리가 크고 부리가 긴 파랑새목 물총새과의 여름철새다. 예로부터 물총새를 푸른빛을 띤 보석 비취에 비유하여 ‘취조’ 혹은 ‘청우작(靑羽雀)’이란 애칭을 가지고 있고 사냥을 잘하는 호랑이에 비유하여 ‘어호(魚虎)’라고도 불렀다. 최근 들어 중부 이남에서는 일부 개체가 겨울을 나기도 한다.

예년에 비교 할 수 없는 찜통더위가 이 곳 새들에게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알을 품어야하는 새들은 사람에 비해 체온도 높고 땀샘도 없다. 요즘 같은 폭염에는 새들도 속수무책이다. 대부분 한낮 더위를 피해 새들도 나무 가지에 앉아 쉰다. 그늘에서 체온 조절을 위해 부리를 벌리고 이따금 날개도 펴보고 물속에 첨벙 들어가 목욕도 즐긴다

물총새 새끼들이 물고기 사냥에 유리한 횟대를 차지하기위해 싸우고 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어느 정도 고개를 숙이고 물가에 조금씩 그늘이 들자 물총새 가족을 비롯해 냇가에는 쇠백로, 중대백로, 해오라기, 할미새, 방울새 등이 다시 먹이 사냥에 나섰다. 긴다리를 자랑하는 백로는 물고기들이 눈치 못 채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제법 덩치가 큰 물고기 사냥에 성공한 해오라기는 흡족한 표정이다. 하늘 위에는 황조롱이 한 마리가 먹이감을 노려보며 정지비행 중이다. 냇가 가장자리 풀 숲 사이로는 2차 번식에 성공한 흰빰검둥오리가 네마리의 새끼를 데리고 조심스럽게 나들이에 나섰다.

해오라기가 제법 큰 피라미 사냥에 성공했다.

쇠백로가 긴 부리를 이용해 물고기 사냥을 하고 있다.

2차 부화에 성공한 흰빰검둥오리 가족이 폭염과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새끼들을 보호하기위해 풀 숲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4년째 새들의 생태를 관찰해온 생태사진가 용환국 씨는 새들도 사람도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면서 여러 곳을 다니며 생태 촬영하고 있지만 자연 보존이 잘된 지역에서 새들의 날갯짓은 더 자유롭고 편안해 보인다.”고 밝혔다.

단란한 물총새 가족

멀리 냇가 하류에는 물 밖으로 나오기 싫은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늦은시간까지 들려오고 생존 수업을 위해 수없이 물속을 들낙거렸던 어린 물총새 형제도 땅거미가 지면서 지친 날개짓을 접는다. 언 듯 한가로워 보이지만 치열한 새들의 여름나기 풍경이다.

춘천=글·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사진=곽경근 기자/ 용환국 생태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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