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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신성가족’ 사법부의 벽은 허물어질 수 있을까

‘신성가족’ 사법부의 벽은 허물어질 수 있을까

이소연 기자입력 : 2018.08.01 04:00:00 | 수정 : 2018.07.31 14:20:08

“불경스러운 대중과 모든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어마어마한 투쟁을 한 이들”

“고독하고 신과 닮았으며 자기만족적이고 절대적인 존재” 

법학자인 김두식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사법부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국민과 담을 쌓은 ‘신성가족(神聖家族)’이라고 꼬집었죠. ‘스폰서 판사’ 등의 법조비리가 발생해도 사법부는 내부 쇄신만을 강조했습니다. 국민 등 외부의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최근 사법부의 견고한 성에도 균열이 생겼습니다. ‘사법농단’ 의혹입니다. 31일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문건이 추가적으로 공개됐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이날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조사단)’이 검토한 410개 문서파일 중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228개 파일의 원문을 공개했습니다. ‘상고법원 입법을 위한 대국회 전략’ ‘이정현의원님 면담 결과 보고’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회장 관련 대응 방안’ ‘조선일보 보도 요청사항’ 등입니다. 

상고법원은 현재 대법원이 맡고 있는 3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만을 별도로 맡는 법원을 말합니다. 3심까지 가는 사건이 늘어나며 대법관의 업무가 점차 과중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었습니다. 이로 인해 국민의 행정 편의와 판결의 질 향상을 위해 상고법원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앞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도입 취지를 “대법원의 제 기능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죠.

공개된 문건은 양 전 대법원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국회와 언론기관 등에 대한 전략 등을 구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중 대법원이 지위를 이용, 상고법원에 부정적이었던 대한변협을 압박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입니다. 이외에도 상고법원에 부정적인 판사를 사찰한 일과 박근혜 정부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거래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죠. 

상고법원 추진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요. 확실한 것은 법원행정처 문건에 ‘국민’은 고려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30일에는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1심 소송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기조실)에서는 지난 2016년 1월4일 ‘위안부 손배 판결 관련 보고’라는 문건을 작성, 소를 각하하거나 기각해야 한다고 기재했습니다. 앞서 논란이 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과 KTX 해고자들의 소송 등에 개입하려 했다는 정황과 같은 맥락입니다.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지난 70년간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지 못했습니다. KTX 해고소송자들 역시 복직을 위해 지난 13년간 지난한 투쟁을 해왔습니다. 최후의 보루로 찾아온 법원이었습니다.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의 경우, 재판이 지연돼 원고 다수가 판결을 보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대법원이 1·2심 판결을 깨고 KTX 승무원들의 복직을 막자 해고 노동자 중 1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재판개입 의혹이 사실이라면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더 이상 사법부의 내부쇄신에만 기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법농단 관련자의 구속영장 등이 줄줄이 기각되는 상황에서 ‘셀프재판’ 우려가 일었습니다. 이에 법조계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법농단 관련 재판을 맡을 독립된 특별재판부 구성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대한변협과 판사회의, 시민사회에서 추천한 인물들로 국민참여 재판을 진행하자는 것입니다. 다만 사법부 내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2항입니다. 사법부가 가진 권력의 주체는 결국 국민입니다. 주권자로부터 신뢰를 찾기 위해서는 사법부 내 빗장을 열고 외부의 견제도 수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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