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기대 채우지 못한 기대작 ‘인랑’

기대 채우지 못한 기대작 ‘인랑’

기사승인 2018-08-02 14:07:59
- + 인쇄

[친절한 쿡기자] 기대 채우지 못한 기대작 ‘인랑’

기대작이 반드시 관객의 기대를 채운다는 법은 없습니다. 올 여름 극장가의 기대작 중 하나였던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죠. 개봉 8일차인 지난 1일까지 ‘인랑’을 관람한 관객은 총 86만9211명. 아직 100만 관객도 들지 않은 셈입니다. 탄탄한 원작과 유명 감독, 화려한 출연진이 더해져 흥행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던 ‘인랑’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개봉 전 ‘인랑’의 흥행 부진을 예상했던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심오한 세계관의 일본 만화 ‘인랑’이 김지운 감독의 영화로 재탄생된다는 것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입니다. 캐스팅도 대단했습니다. 강동원, 한효주, 정우성, 김무열 등 관객 동원력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은 배우들이 총 출동해 기대감을 높였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기대와 달랐습니다. 개봉 첫날 ‘미션임파서블 : 폴아웃’(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에 이어 2위로 출발했지만, 다음날부터 관객수가 급격하게 하락한 것입니다. 개봉 첫 주 주말 잠시 반등했던 관객수는 주말이 지나자 다시 급감했습니다. ‘신과함께 : 인과 연’(감독 김용화)가 개봉한 지난 1일엔 총 597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것에 그쳐 박스오피스 7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인랑’의 손익분기점은 600만 관객 동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100만을 돌파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네요.

관객 급락의 결정타는 입소문이었습니다. 언론시사회 후 완성도와 대중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고 관객의 관람 평 또한 부정적이었죠. 일부 관객은 한국에서 만나보기 힘든 장르라는 것과 액션 장면 등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그 보다 많은 관객이 영화의 전개가 친절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아쉬운 논란도 있었습니다. 영화에서 공안부 차장 한상우 역을 맡았던 배우 김무열이 지난달 28일 ‘인랑’의 무대인사 도중 “수많은 외화들의 시장공략에도 불구하고 우리 영화 ‘인랑’을 선택해주신 여러분의 높은 지적 수준에 존경을 표한다”라고 말한 것이죠. 김무열은 다음날인 29일 무대인사에서도 “거대한 자본의 외국영화가 한국영화를 맹공하고 있는데도 ‘인랑’을 선택해주신 여러분의 높은 지적 수준에 존경을 표한다”고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 현장에 있던 관객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나타낸 것이란 평도 있지만, 적절하지 못했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입소문을 듣고 영화를 선택할 뿐인 관객에게 ‘지적 수준’을 운운하는 것이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죠.

‘인랑’과 같은 날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미션임파서블 : 폴아웃’이 거대한 자본의 외화인 것은 맞지만, ‘인랑’ 또한 총제작비 230억 원을 소요한 대작입니다. 한국영화 중에선 매우 큰 규모의 작품이죠. 해외 계열의 워너브라더스 코리아가 ‘인랑’의 배급을 맡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볼만한 부분입니다.

아쉬움을 남긴 ‘인랑’은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 재개봉될 예정입니다. 김지운 감독은 지난 26일 MBC FM4U ‘FM영화음악 한예리입니다’에 출연해 ‘인랑’을 다시 편집해 재개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공개되는 작품을 ‘인랑2’라고 봐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관련 인터뷰에서 “영화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다 하려면 15분~20분 정도는 길어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죠.

재편집된 ‘인랑’은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이번엔 관객의 기대를 만족시킬만한 작품이 탄생하길 바랍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