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황정민 "'공작' 때문에 연기에 갖는 자세가 바뀌었다... 다음 연기 기대돼"

황정민 "'공작' 때문에 연기에 갖는 자세가 바뀌었다... 다음 연기 기대돼"

기사승인 2018-08-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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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황정민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이 그리는 것은 남과 북의 이야기지만, 작게 보면 두 남자의 우정 이야기이기도 하다. 적어도 주연을 맡은 배우 황정민에겐 그렇다.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정민은“넓게 보면 남과 북의 화합이지만 좁게 보면 우정 이야기예요. 저는 정치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사상과 신념은 다르지만 우정을 쌓은 두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라고 말했다.

“이 영화를 찍을 때는 상황이 별로 안 좋았어요. 2017년에 찍었는데 정치 쪽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아서 주연배우들끼리 농담 삼아 ‘남산에 매달리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를 했죠. 하하. 분명 영화 개봉 후에는 정치적 시선으로 보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더욱 더 어렵게 꼬지 말고 정공법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런 영화 찍어’라는 생각도 했죠.”

물론 영화 개봉을 앞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북한 측은 핵 폐기를 선언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이 만나 산책을 하는 모습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남과 북의 두 남자가 만나 만든 우정이 영화 속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이뤄진 것이다.

영화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흑금성’ 사건을 다룬다. 실제로 남한 측에서 북한 측에 ‘북풍 공작’을 벌였던 이 사건은 그 자체로 영화적이다. 뭇 언론에 대서특필됐어야 마땅하지만 정작 ‘반공 세대’인 황정민도 잘 모르는 사건이었고, 그래서 시나리오로 접했을 때 더욱 신선했다고.

“저는 사실 ‘흑금성’ 사건을 시나리오로 보고 알았어요. 실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죠. 그 당시에 저는 연극 무대에 서고 있었는데, 신창원 탈옥 사건으로 떠들썩했던 기억은 나지만 흑금성 사건은 몰랐거든요. 관객들도 아마 이 영화를 보시면 놀랄 거예요. 그게 영화를 찍기로 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해요. 놀랍고 흥미로운 사건이잖아요. 영화적 상상이 가미되기는 했지만 대부분 실제를 바탕으로 극이 구성됐어요.”

실제 당시 ‘흑금성’으로 활동했던 박채서씨를 만나기로 한 이유도 궁금해서다. 황정민은 실화 바탕의 이야기를 연기한 적은 많지만, 보통 실제 주인공은 잘 만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신도 모르게 연기의 범위에 한계를 둘까봐서다. 하지만 대본을 보고 난 후 ‘흑금성’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캐릭터를 잡기조차 어려운 이야기의 주인공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

“저희 촬영 들어가기 전에 박채서씨가 만기 출소를 하셔서 만났어요. 어떤 신념을 가졌기에 이런 일을 하셨으며,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어떻기에 가족을 뒤로 하고 김정일까지 만나셨을까 싶었죠. 만약에 제가 그런 역할로 김정일을 만났다 상상해봤는데, 짐작도 안 갔어요. 저는 아마 심장이 터져서 죽지 않았을까요. 실제로 만나봤더니 정말 강렬한 분이셨어요. 보통 사람은 눈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대강은 읽을 수 있는데, 그 분은 읽을 수가 없는 분이셨어요. 돌에 대고 이야기하는 느낌을 받았죠. ‘나도 그런 에너지를 가질 수 있을까?’라는 상상으로 연기를 시작했습니다.”

‘공작’은 스파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액션 장면이 거의 없다. 첩보전이라는 건 대부분 말로 이뤄지기 때문이고, 실제로 그랬기 때문이다. 황정민이 ‘공작’에 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도 말과 말 사이 존재해야 하는 긴장감이었다. 감독의 연출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고, 그건 오로지 배우들이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었다. 즉흥적으로는 만들어낼 수 없었다.

“결국 방법을 바꿨어요. 상대역이었던 이성민씨와 서로 액션 합을 맞추듯이 세세하게 하나하나 대사를 다 짜서 맞췄죠. 그러고 나니 좀 낫더라고요. 하면서도 ‘과연 긴장감이 있을까?’싶어 걱정했는데, 끝나고 나서 완성된 영화를 보니 ‘이걸 하기 위해 우리가 그렇게 높은 산들을 넘어 힘들게 달려왔구나’싶더라고요. 만족스러워요.”

‘공작’ 덕분에 황정민이 연기에 갖는 자세도 사뭇 달라졌다. 연기를 하며 취했던 관성적인 태도를 모두 지우고,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어떻게 했는지 복기를 하기 위해 다시 연극을 시작했다. ‘리처드 3세’를 택한 것도 그래서다. 

“연극은 잘 끝냈고 푹 쉬었어요. 다음 작품은 SF인데, 덕분에 정말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연기가 저도 기대돼요.”

‘공작’은 오는 8일 개봉한다.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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