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내 전공의 성희롱 문제, 개인·병원·정부 공동 대응해야”

기사승인 2018-08-06 13:2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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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 내 전공의 성희롱 문제, 개인·병원·정부 공동 대응해야”국내 한 대학병원 교수가 의료계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논문을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는 최근 ‘대학병원에서 교수에 의한 전공의 성희롱’을 통해 대학병원에서 교수에 의한 전공의 성희롱 문제의 원인을 검토하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대학병원은 의과대학 및 대학원생의 교육 분 아니라 전공의를 전문의로 양성시키는 교육기관이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직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교수는 진료하는 전문의임과 동시에 전공의를 가르치는 교육자이고, 전공의도 피교육자임과 동시에 환자를 보살피는 근로자의 이중적 신분이다.

따라서 대학병원에서 교수에 의해 발생하는 성희롱은 일반적인 직장 내 성희롱 및 대학 내 성희롱의 복합적 양상을 띠게 된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우선 직장 내 성희롱처럼 인권문제와 노동문제이면서 동시에 수련권과 대학의 신뢰를 훼손하는 교육문제를 발생시키고, 일반적인 대학교수에 의한 성희롱과 달리 근무시간이나 회식 중에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학병원 교수는 교수로서 교원의 지위 향상과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의하여 예우와 신분을 보장 받는다면서 징계나 불이익을 받으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해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박창범 교수는 대학병원 교수가 전공의를 성희롱을 해도 그 교수에 대해 전근이나 업무재배치가 불가능하고, 당연퇴직에 해당하는 형이나 징계가 확정되지 않으면 피해자와 완전 분리가 불가능하다고 한계를 설명했다. 또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 인사권 및 교육수련 관리를 직접 담당하기 때문에, 현 권력과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점도 성희롱 발생 이유라고 꼽았다.

대학병원에서의 전공의 성희롱은 그 발생 건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2015년 전공의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공의 중 33%가 성희롱 피해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여성가족부에서 2015년 7844명 공공기관 및 민간사업체의 일반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여성근로자의 9.6%가 성희롱 경험을 한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라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대학병원 전공의 성희롱은 가해자 중 환자는 14.4%였고, 교수와 상급전공의가 8.1%, 6.5%인 것으로 나타나, 교수에 의한 성희롱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었다. 

대학병원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근본원인은 결국은 전공의와 교수 사이의 권력 및 권위주의적 문화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이는 교수의 권위주의, 전공의-임상강사-교수로 이어지는 위계적 질서 및 반말문화, 회식 및 접대문화, 교수들 사이의 패거리주의, 수련기관을 옮기거나 그만 두기가 힘든 전공의 수련의 구조적 문제점 등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교수와 전공의의 상호 존중 문화 확립 ▲가해자에겐 해임·파면과 같은 중징계 ▲반 강제적인 회식문화 청산 ▲전공의 수련이동 가능하도록 제도 변경 ▲정부와 국회의 성희롱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가치·윤리 교육에 중점을 둔 성희롱 교육 등 대학병원 내 성희롱 해결방안 6가지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교수들의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교수와 전공의 사이에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문화 확립이 필요하다. 문제가 발생한 경우 경고, 견책, 감봉, 3개월 이하 정직과 같은 경징계보다는 1년 이상의 정직, 해임이나 파면 같은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교수는 “현재의 반강제적인 회식문화의 변화도 필요하다. 전공의의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교수들이 패거리문화를 청산하고, 전공의의 타병원 수련이동을 현재보다 쉽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정부나 국회에서도 대학병원 교수에 의한 전공의 성희롱 예방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성희롱 교육이 법령이나 사례 소개에서 벗어나, 성적 자기결정권, 인격권, 평등권을 이해하고 실천하게 하는 가치교육 및 윤리교육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창범 교수는 “성희롱은 단순히 피해자 불운이나 가해자의 이상행동의 결과가 아니고,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성별 간 권력관계, 조직 내 다양한 위계관계 등 구조적 문제”라며 “성희롱이 발생했을 때 개인, 병원, 정부가 문제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학병원 경영진은 이러한 성희롱 문제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표하고 현재의 폐습적인 병원문화를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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