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황찬성 “원작만 보고 출연 결정… 고귀남 설정은 제 아이디어예요”

황찬성 “원작만 보고 출연 결정… 고귀남 설정은 제 아이디어예요”

기사승인 2018-08-07 0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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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남이 투피엠(2PM)이었어?”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보다가 가수 겸 배우 황찬성의 정체를 알고 놀란 시청자가 한둘이 아니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방송 활동이 활발한 것도 아니었고 배우로 얼굴을 각인시킨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극 중 고귀남의 능청맞은 연기와 투피엠 찬성을 연결짓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알고 보면 황찬성은 투피엠 멤버들 중 가장 먼저 연기를 시작했다. 2006년 MBC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작으로 KBS2 ‘7급 공무원’, JTBC ‘욱씨남정기’, KBS2 ‘7일의 왕비’ 등 다수의 작품에서 활약해왔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보여준 연기력이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건 아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울숲길 한 카페에서 만난 황찬성은 드라마 종영 인터뷰는 처음이라며 긴장한 눈치였다. 고귀남의 코믹한 이미지와 달리 진지한 태도로 말을 이어갔다. 원작에 없는 고귀남 캐릭터가 탄생하게 된 데에는 그의 아이디어가 큰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처음에 대본이랑 시놉시스도 없는 상태에서 출연한다고 했어요. 원작 웹툰만 보고 결정한 거죠. 그래서 이렇게 잘될 것 같다는 예감도 없었어요. 사실 고귀남은 원작에 없는 캐릭터였어요. 사내 킹카에 인기투표 1위라는 설정만 있었죠. 캐릭터의 과거 스토리를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에 감독님에게 제 아이디어를 말했더니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돈을 아끼려고 회식에 안 가거나 커피도 안 마시는 건 다 제 아이디어였어요. 잘 나가고 킹카에다가 철벽남인 고귀남이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할까 생각하다가 떠올린 거죠. 반전이 있는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잖아요.”


만약 가수가 아니라 평범한 회사원이 됐으면 어떤 캐릭터였을지 묻자 황찬성은 한참을 고민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만큼 오랜 기간 아이돌과 배우로 살아온 황찬성이지만 극 중 고귀남과 비슷한 점도 많았다.

“저와 고귀남은 환경적으론 많이 달라요. 하지만 일을 하는 제 모습과 평소의 제 모습 사이에 괴리감이 있듯이, 그 친구도 회사에 있을 때와 옥탑에 있을 때의 자신 사이에 괴리감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다르지만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연기할 때 더 극대화시켜서 표현하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옷을 한 벌만 입고 다니는 설정도 편했어요. 다른 배우들은 옷을 계속 갈아입는데 전 안 갈아입어도 됐거든요. 단벌신사 캐릭터가 좋더라고요.”

‘거침없이 하이킥’ 이야기를 꺼내자 황찬성은 “그땐 뭘 모르고 연기했죠”라고 했다. 지금이 잘한다는 건 아니지만, 그때보다는 많이 성장했다는 얘기다. 가끔 지금 상태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할 정도다. 황찬성은 연기를 하며 느끼는 재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쿠키인터뷰] 황찬성 “원작만 보고 출연 결정… 고귀남 설정은 제 아이디어예요”

“역할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상상하는 재미도 있어요. 역할과 작품에 대해 감독님이나 다른 배우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도 굉장히 재밌죠. 작업 자체에서 오는 재미도 있고요. 거기에 제 연기를 작품의 의도대로 재밌게 잘 봐주시는 시청자분들이 계시다면 훨씬 더 좋아요.”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촬영하며 배운 것도 있다. 현장의 분위기에 따라 드라마도 더 재밌어진다는 점이다. 자신의 의견을 얘기하고 자연스럽게 리허설을 맞춰보는 분위기가 현장을 살아 숨 쉬게 했다는 설명이다.

“이번엔 제가 정말 편했어요. 조금 불편하면 이걸 얘기해도 되나 싶고 소극적으로 하게 되거든요. 그보다는 사전에 대본을 각자 어떻게 읽는지 공유하거나 리허설하면서 재밌는 게 나오면 바로 맞춰보는 분위기였어요. 이번에 현장이 좋아야 작품도 잘 나온다는 걸 확실히 느꼈어요. 아마 시청률이 잘 안 나왔어도 저흰 재밌게 찍었을 것 같아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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