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미지옥에 빠진 이동통신사

기사승인 2018-08-10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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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미지옥에 빠진 이동통신사 개미지옥은 개미귀신이 마루 밑이나 양지바른 모래땅에 파 놓은 깔때기 모양의 구멍을 뜻한다. 구멍 안에 숨어있던 개미귀신은 떨어지는 개미나 곤충 따위를 잡아먹는다.

개미가 발버둥 칠수록 깊이 빠져드는 모양새가 주력사업 매출이 나날이 감소하는 이통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현재 이통3사의 무선사업 하락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SK텔레콤은 올해 2분기 매출 4조1543억원, 영업이익 346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4%, 18% 하락한 수치다. KT도 지난해보다 10.8% 하락한 399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구 회계기준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3% 증가한 LG유플러스도 피해 가지 못했다. LG유플러스 영업수익 중 무선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4.2% 하락한 1조3425억원으로 공시됐다. 

경쟁사 고객을 새로 유치해오기도 쉽지 않다. LG유플러스가 스타트를 끊은 ‘속도 용량 제한 없는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KT와 SK텔레콤에서도 잇따라 출시했기 때문이다. 이통3사 고가요금제 모두 ‘무제한 데이터 제공’이라는 측면에서 동일해졌다. 요금제에서 차별화를 둘 수 없으니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곧 발표될 LTE(롱텀에볼루션) 원가자료는 이통사를 ‘진퇴양난’에 놓이게 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이통사의 LTE 원가자료에 대한 답변을 받은 상태다. 해당 내용을 분석한 후 의견을 정리해 이번 주 안으로 공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통신사의 원가 자료가 공개되면 원가보상률 산정이 가능해진다. 원가보상률은 일정 기간에 발생한 매출을 영업비용 등 원가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 값이다. 100%를 넘으면 해당 연도에 발생한 이익이 사업비용과 투자비보다 많다는 뜻이다. 시민단체는 이통사 원가보상률이 높다는 이유로 통신비 인하를 줄곧 주장해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예견된 수순이라고 설명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사업들이 모두 통신사를 옥죄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경근 KT 최고재무실장(CFO)은 올해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취약계층 요금감면 시행으로 매출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추진해 온 보편요금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월 2만원대의 요금제로 음성통화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폐지가 논의되고 있다. SK텔레콤과 KT에서 보편요금제보다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저가 요금제가 나왔기 때문이다. 법으로 강행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무선사업 하락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이통사만의 노력으론 부족하다. 정부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규제만을 위한 규제는 그 누구도 구제해줄 수 없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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