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늘어난 ‘전동킥보드’, 차도서 달려도 괜찮을까

기사승인 2018-08-14 03:00:00
- + 인쇄

‘편리성’과 ‘휴대성’을 갖춘 전동킥보드를 사용하는 이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전동킥보드 관련 정책은 안전한 사용환경을 조성하기에 적절치 못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수요 늘자 사고 발생↑…전동킥보드는 ‘차도’에서

전동킥보드는 최근 출·퇴근 이동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수요가 증가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의 조사 결과 지난해 전동킥보드 거래금액은 지난 2013년에 비해 6배 정도 늘었다. 서울 여의나루역 인근에서 전동킥보드 매장을 운영하는 박모(47)씨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확실히 늘었고, 매출도 매년 20% 정도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사고 발생도 잦아졌다는 것이다. 지난 2일 국토교통부(국토부)에 따르면 전동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수단(Personal Mobility) 관련 사고는 지난 2014년 40건에서 지난해 193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의 경우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는 117건으로, 4명이 숨지고 124명이 다쳤다. 

개인형 이동수단은 도로교통법상 50cc 미만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차도에서 운행해야 한다. 인도는 물론 자전거도로, 공원 등에서도 전동킥보드를 탈 수 없다는 이야기다. 개인형 이동수단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제1종 보통, 제2종 보통 운전면허 또는 제2종 원동기 면허가 필요하다. 

▲자동차 사이에서 다니기는 위험…운전자·사용자 모두 불안

전동킥보드는 시속 25㎞ 이상을 달리지 못하는 ‘저속 이동수단’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전동킥보드를 속도 차이가 큰 자동차들 사이에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사고 사상자의 절반이 ‘차대차’(개인형 이동수단과 자동차)사고에서 나왔다.

전동킥보드 사용자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위험한 차도 외에는 탈 수 있는 곳이 없다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차도 이외의 장소에서도 전동킥보드 운행이 허용되기를 희망한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정모(28)씨는 “편리성 때문에 전동킥보드를 타는데 차도에서 타면 아찔할 때가 종종 있다”며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차량 운전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오토바이보다 작은 전동킥보드는 운전자 시야를 벗어나기 쉽다. 일부 운전자들은 전동킥보드 사용자들을 이른바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고 부르기도 한다. 차도에 갑자기 튀어나와 로드킬을 당하는 고라니에 빗댄 표현이다. 영등포구 일대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한모(52)씨는 “오토바이는 백미러나 사이드미러로 확인할 수가 있는데 전동킥보드는 잘 안 보인다”며 “승객이 타고 내릴 때 위험했던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수요 늘어난 ‘전동킥보드’, 차도서 달려도 괜찮을까

“자전거도로 활용해야”관련 법안 계류 중

전문가들은 전동킥보드의 대체 운행 장소로 자전거도로를 제안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동킥보드는 외부충격에 직접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차도에서 다니면 위험하다”며 “현재로서는 자전거도로의 활용이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동킥보드가) 자전거보다 속도는 빠르지만, 두 이동수단이 충돌하면 전동킥보드가 더 위험할 가능성이 높다”며 “자전거는 충돌시 바퀴부터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전동킥보드는 충격이 사용자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떄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동킥보드를 자전거도로에서 운행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동킥보드보다 느린 전기자전거도 자전거도로 진입이 허용되기까지 진통을 겪었다. 전기자전거와의 속도 차이로 인해 자전거 사용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법안을 논의한 지 6~7년 후인 지난 3월22일부터 전기자전거를 자전거도로에서 탈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전동킥보드가 대중화된 해외에서는 각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전동킥보드의 속도를 고려해 최고 시속 50㎞ 이하인 도로에서 이용 가능하다. 미국은 개인형 이동수단을 저속주행차로 분류해 ‘자전거도로 이용 시 한줄 주행’ ‘차도 및 골목 진입 시 일시 정지’ 등 세부 규정을 마련했다.

국회에서 계류 중인 전동킥보드 관련된 법안은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안’과 ‘자전거 이용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개인형 이동장치를 법적으로 정의하고, 운전면허·나이 제한 등을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자전거 관련 법률 개정안에서는 ‘자전거와 개인형 이동장치’를 포함, 자전거도로 주행이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승현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과장은 “차도보다 자전거도로가 안전하지만 국내에서 잘 구축된 곳이 많지 않아 차도로 주행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차도에서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자전거도로에서 다른 이동수단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