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탈출하라’ vs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기사승인 2018-08-14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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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vs 책] ‘탈출하라’ vs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일상 탈출의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다. 어쩌다 지긋지긋한 일상에 갇혀 버렸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막상 탈출을 꿈꾸더라도 막상 후폭풍이 두려워 한 발도 떼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책에서나 볼 수 있다. 제2의 삶을 살게 된 자신의 모습을 은근히 자랑하고 부추기는 책이 수두룩하다.

다음 소개하는 두 권의 책도 탈출을 부추긴다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하지만 대책 없이 무작정 탈출만을 권하진 않는다. 탈출해야 하는 이론적 근거부터 자신과 주변에서 겪은 실제 사례를 유쾌하게 소개한다. 탈출에 임박한 사람들에겐 용기를,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생각할 거리를 준다.


△ ‘탈출하라’

소설이나 영화에서 지루한 인생을 사는 주인공을 쉽게 표현하는 방법이 있다. 네모난 건물 안에 갇혀 사무용 의자에서 컴퓨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회사에서 업무를 반복하는 인물 묘사는 행복 추구에 실패한 현대인을 묘사할 때 등장하는 전형적인 장치다.

‘탈출하라’는 즐거움을 뒤로 미루고 돈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족쇄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탈출을 꿈꾸는 노동자들을 위한 잡지 ‘뉴 이스커팔러지스트’의 편집장이자 우리보다 그곳을 먼저 탈출한 저자 로버트 링엄이 그 길을 알려준다.

‘탈출하라’는 1부에서 무엇이 탈출을 방해하는지 설명하고, 2부에서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실행 가능한 생각과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리고 3부에서는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탈출경로를 알려준다. 반드시 탈출할 것을 강요하진 않는다. 대신 책을 읽는 동안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

남미에서 배낭을 도둑맞을까 걱정하고, 해가 진 몽골 사막에선 덩그러니 놓인 화장실에 가기 무서워한다. 인도의 무질서하고 더러운 거리에 놀라고, 말 안 통하는 중국 식당에서 긴장하며 주문한다. 회사를 그만두고 여행을 떠난 저자가 3년 동안 56개국을 다니며 경험한 것들이다.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는 낯선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전진하는 소심한 여행가의 이야기다. ‘탈출하라’가 탈출 자체에 집중한 책이라면, 이 책은 그 이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에 관한 이야기다. 바로 여행이다.

‘여행은 언제나 용기의 문제’에 담긴 16가지 이야기에는 모두의 부러움을 살 만한 아름다운 여행기는 없다. 항상 무언가 부족하고 뜻대로 일이 풀리는 경우도 많지 않다. 대신 특정 상황, 특정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이 저자의 솔직한 문체로 적혀 있다. 모든 이야기가 담고 있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여행을 떠나라는 것. 탈출하지 못한 삶에서 얻는 것과 여행에서 얻는 것들을 천천히 비교하면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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