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금융정책 ‘유턴’...“발단은 경제 그리고 삼성”

기사승인 2018-08-14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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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금융정책 ‘유턴’...“발단은 경제 그리고 삼성”문재인 정부의 재벌개혁과 소비자 보호에 무게를 둔 금융정책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변화는 재벌개혁과 소비자 보호의 상징과 같던 ‘은산분리 규제’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문 정부의 금융정책이 변화를 맞이 하게된 원인을 ‘삼성’에서 찾고 있다.

14일 국회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20일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 제한) 규제 완화를 위한 법률안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문 정부는 출범 이후 재벌개혁과 소비자 보호에 무게를 둔 금융정책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는 문 정부의 대표적인 금융정책이었다. 문 대통령은 대선공약에도 은산분리 규제 강화를 포함했다.

그러나 문 정부의 은산분리 고수 방침은 지난 7일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180도 전환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다음날 여야는 즉각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문 정부의 정책 변화와 더불어 최근 금융당국에서는 재벌개혁과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찍은 금융정책 방향을 금융산업 발전으로 선회하겠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문 정부가 공약을 파기하면서 까지 금융정책에 변화를 주는 원인이 부진한 경제와 삼성에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이 별다른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삼성의 대규모 투자 결정이 문 정부의 금융정책 변화를 이끌어 냈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지지부진하면서 삼성 등 재벌에 손을 벌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삼성은 물론 LG, SK 등 재벌들이 김 부총리와 만남 이후 대규모 투자와 채용 계획을 발표한 점이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특히 홍장표 경제수석이 물러난 이후 이러한 경향이 가속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 정부의 재벌개혁 방향에 변화가 찾아오면서 금융정책 역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며 “재벌개혁에 쏠린 금융정책의 무게가 규제개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 및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 이후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발언이 나왔다는 점도 이러한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지난달 10일, 김 부총리와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첫 만남을 가졌다. 이 부회장은 김 부총리와 만난 날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음날 문 대통령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발언을 내놓았다.

여기에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 삼성생명의 유령주식 발행,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감리 등 삼성그룹에 대한 정부의 재벌개혁이 일단락된 점도 이러한 정부의 결정을 부추겼다는 반응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금융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정부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7일 한 토론회에서 “대선 당시까지는 은산분리를 유지하겠다던 문재인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전환 시기와 진정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며 “케이뱅크의 부실화와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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