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공사비 현실화, 건설사·근로자 입장 대립

기사승인 2018-08-14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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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공사비 현실화, 건설사·근로자 입장 대립오는 9월 중 적정공사비 확대 로드맵이 나온다. 이에 따라 늘어난 공사비를 어떻게 사용할지를 두고 업계 노사 간에 입장 차이가 존재했다. 건설사들은 시공 품질을 높이고 사업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자들은 하도급으로 인한 저임금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공공공사 원가산정과 계약제도 전반에 걸쳐 공사비의 부족, 품질 저하를 유발하는 요인을 찾고 개선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또 건설근로자의 적정임금 확보와 체불방지, 사회보장 강화를 위해 협력하고 이에 따르는 업계부담 경감을 위해 노력키로 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사비 확대를 두고 건설업계 노사 간의 입장차이가 존재했다. 

우선 건설사들은 공공공사의 공사비가 확보됨에 따라 시공품질 제고와 사업성 개선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준공된 공공공사의 실행률 조사 결과 129건 중 48건(37.2%)의 준공 실행이 순공사원가 기준 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행률이란 계약 시 공사비 대비 실제 투입된 공사비 비율이다. 건설사들은 이같은 문제의 원인을 실제 시공 단가보다 낮은 표준시장단가와 표준품셈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표준시장단가는 시공 단가보다 9.0~14.6%가 감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표준시장단가란 재료, 노무, 경비 등의 수량에 단가를 곱하는 원가계산방식인 표준품셈과 달리 완료한 공사의 계약단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산정한 직접공사비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민간공사만 보고 주택 경기가 좋아 보이지만 공공공사에서 손해를 보고 민간공사에서 손해를 보전하는 경우가 많다”며 “공공공사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적자를 보지만 다음번 공공공사에 입찰을 목표로 실적을 쌓기 위해 손실을 감수한다”고 말했다. 

반면 적정공사비의 확대를 통해 임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했다. 건설 산업은 통상 기획·설계·시공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여러 주체들이 공동 작업을 해나가기 때문에, 하청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각 업체들은 한정된 공사비로 최대한 이윤을 남기기 위해 하청에 재하청을 주게 된다. 결국 하도급 단계의 가장 아래에 위치한 업체의 경우 임금 부담은 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 관계자는 “불법 하도급 비조합원 노동자들은 공사비가 삭감되면 처음보다 적은 인건비를 받게 된다”며 “적정공사비가 확대되면 인건비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교수(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는 “이번 정부의 SOC 예산 확대가 전적으로 인건비로 나가서는 안 되고 기업이윤으로도 사용되서는 안 된다”면서도 “건설사들이 부실공사를 핑계로 적정공사비를 품질 개선을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부실공사는 도덕적해이의 문제이지, 공사비가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일각에선 품질개선 및 임금 문제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고, 동시에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사비 책정이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둘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대한건설협회 김충권 실장은 “적정공사비 확대를 통해 품질 개선 및 인건비 문제 둘 다 해결해야만 한다”며 “공사비가 부족하면 시공사 측면에서는 그에 맞춰 시공하게 돼 품질에 소홀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하도급으로 갈수록 받는 금액도 적다. 따라서 둘은 동시에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표준품셈으로 인한 단가 책정은 거점을 임의로 지정해 산출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투명성이 없다”며 “표준시장단가 등으로 공사비 투명성을 제고한다면 시공사는 부족한 예산이나 품질 개선을 하는데 사용할 수 있고, 하도급 업체의 경우 근로자들의 부족한 임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안세진 기자 asj0525@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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