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오지환 논란’ 金 따면 잠잠해진다고? 선동열의 오답

[옐로카드] ‘오지환 논란’ 金 따면 잠잠해진다고?

기사승인 2018-08-20 15: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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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카드] ‘오지환 논란’ 金 따면 잠잠해진다고? 선동열의 오답

사태의 본질을 모르는 것인지, 모른 척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선동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감독은 18일 대표팀 훈련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지환 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선발 당시 성적이 좋아 백업으로 생각하고 뽑았다”며 “논란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로 생각하지만, 역경을 딛고 금메달을 따면 괜찮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사태의 본질을 빗겨간 발언이다. 팬들은 단순히 오지환의 부족한 기량을 놓고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지환 논란’은 엄연히 옆 동네의 ‘와일드카드 논란’과는 궤를 달리한다. 와일드카드(23세 이상)로 축구 대표팀에 승선한 황의조는 당초 김학범 감독과 사제 관계였다는 이유로 인맥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2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논란을 잠재웠다. 이젠 황의조 기용에 대한 비판도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오지환은 다르다. 황의조와 같이 대회에서 특출 난 기량을 보인다 해도 여론이 뒤바뀔 여지는 많지 않다. 팬들은 이례적으로 야구 대표팀의 은메달 획득을 기원하고 있다. 우승을 하지 못할까봐 우려해 오지환의 부족한 기량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선 감독도 분명 정답을 알고 있다. 논란의 원인은 태극마크를 바라본 오지환의 그릇된 태도에 있다. 

경력 단절이 치명적인 프로 선수들의 특성 상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국제대회는 기회의 장이다. 병역의 의무를 다 하지 않은 선수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면제에 대한 욕심이 있다. 한국 축구의 스타 손흥민이 구단의 허락을 받고 의무차출 규정이 없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이유도 바로 병역 문제 해결을 위함이다. 

그렇다면 왜 손흥민과 오지환을 바라보는 대중의 태도는 이토록 다른 것일까. 

그간 대표팀에서 보여준 헌신과 퍼포먼스 차이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오지환의 경우는 대표팀 승선을 이용해 군 면제를 받으려는 의도를 다분히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 문제였다. 

오지환과 박해민은 경찰청과 상무 입대를 포기하면서까지 대표팀 승선을 노렸다. 만 27세가 넘은 이들은 상무와 경찰청 야구단 지원이 더는 불가능하다.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현역으로 입대해야 한다.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미지수인 상황에서, 또 그에 앞서 대표팀 승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위험 부담이 큰 도박을 건 셈이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종목이 가지는 특성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부분 아마추어 위주로 팀을 꾸리는 아시안게임 야구 종목의 경우 대만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다. 베스트 멤버로 대표팀을 선발하지 않아도 충분히 금메달이 가능하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5번의 대회 중 4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이에 다수의 야구팬들은 오지환과 박해민이 노골적으로 병역 혜택을 위한 꼼수를 썼다며 분노하고 있다.

대표팀 승선을 확신한 듯이 상무와 경찰청 입대를 포기한 이유도 이와 같은 종목 특성에서 설명할 수 있다.

팬들은 오지환과 박해민의 이러한 ‘간 큰’ 행보가 대표팀과 구단 간 모종의 약속을 알고 있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구단 미필 선수들을 선발하는 일명 ‘미필쿼터’가 있을 거라는 것이다. 이는 꽤 합리적인 의심이다. 대회 난이도 상 리그 최고의 선수들만 선발해야 된다는 부담이 없기 때문에 팀의 주축 선수의 병역을 손쉽게 해결하려는 구단과, 스타 선수들을 이용한 흥행 유지를 위해 노력하는 KBO의 이해관계가 만나면 ‘미필쿼터’는 분명 존재할 수 있다. 미필쿼터가 정말 존재한다면 협회와 구단이 나서 병역기피를 조장하는 셈이 된다. 

사실 오지환의 이번 논란은 그간 야구선수들의 그릇된 행적이 불러온 결과다.

KIA 타이거즈 나지완은 부상을 숨기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병역을 면제 받았다. 태극마크를 꼭 달고 싶다던 추신수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병역을 면제 받곤 이후 열린 국제대회에선 팀 적응 등을 이유로 종적을 감췄다. 대표팀과 태극마크를 병역기피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이들의 태도에 야구 대표팀을 향한 국민들의 눈빛도 차갑게 식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오지환과 박해민의 행보는 팬들의 분노를 극에 달하게 만들었다.

한국 야구의 레전드 박찬호는 현역 시절 여러 국제대회를 마다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뛰었다. ‘태극마크는 내게 있어 곧 긍지’라 말했던 그는 자신의 말을 곧 행동으로 실천하며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팬들에겐 이제 메달의 색깔이 더는 중요치 않다.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이 우선시 되지 않는 한 국제무대에서의 야구는 ‘병역 면제를 위한 그깟 공놀이’ 정도로 치부될 수밖에 없다. 

제 2의 오지환, 박해민은 나오지 말아야 한다. 팬들의 신뢰를 더 잃기 전에 KBO와 KBA(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이전과 다른 접근 방식을 고심해야 할 때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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