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의사 판단 무시하는 보험사 의료자문, 1분기만 2만건

환자를 직접 보지 않은 상태의 자문, 객관성·공정성 의문

기사승인 2018-08-23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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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의사 판단 무시하는 보험사 의료자문, 1분기만 2만건보험사들이 1분기에 2만건이 넘는 의료자문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자문이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피보험자(소비자)의 질환 에 대해 전문의의 소견을 묻는 것을 말한다. 

2018년 1분기 보험사(생명/손해) 의료자문 현황에 따르면 손해보험사 1만6951건, 생명보험사 5210건 등 총 2만2161건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삼성화재 4792건 ▲현대해상 3391건 ▲DB손해보험 2452건 ▲KB손해보험 1829건 ▲한화손해보험 1492건 ▲메리츠화재 1081건 등의 순으로 의료자문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과목별로는 정형외과와 신경외과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별로는 KB손해보험(정형외과 1010건, 신경외과 622건)이 89%, 삼성화재(정형외과 2716건, 신경외과 1472건) 87%, 한화손해보험(정형외과 723건, 신경외과 556건) 85%, DB손해보험(정형외과 992건, 신경외과 982건) 80%, 현대해상(정형외과 1605건, 신경외과 1027건) 77%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삼성화재의 경우 47개 병·의원에서 2716건의 정형외과 의료자문을 받았는데 강북삼성병원(361건), 인하대의대부속병원(324건), 분당제생병원(222건) 등 3개 병원에 집중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화손해보험도 정형외과 723건 중 163건 이대목동병원에서 의료자문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사에서도 삼성생명이 2377건으로 가장 많은 의료자문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신경외과의 경우 전체 566건 중 절반에 달하는 278건을 한양대병원에서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교보생병 801건(신경외과 213건, 정형외과 192건, 내과 190건) ▲한화생명 753건(정형외과 231건, 신경외과 156건) ▲흥국생명 249건(정형외과 71건, 내과 53건, 신경외과 50건) ▲농협생명 255건(신경외과 78건, 정형외과 76건) 순이었다.

이외에도 메트라이프생명은 전체 의료자문 57건 중 30건을 정형외과에서, 푸르덴셜생명은 전체 41건 중 21건을 신경외과에서, 처브라이프생명는 전체 36건 중 27건을 예방의학과에서 의료자문을 받을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특정과 진료에 대한 의료자문이 많다는 것은 소비자와 보험사 간에 분쟁이 가장 많은 질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편 보험사 의료자문제도는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이슈와 논점 ‘보험사 의료자문제도의 운용 실태 및 개선방안’(김창호 경제산업조사실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에 따르면 현재 보험사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사항’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게 의료자문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소비자가 제출한 진단서 등에 대해 객관적인 반증자료 없이 보험회사 자문의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 을 거절·삭감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 의학적 전문소견 이 필요하거나 대립이 있어 객관성 확보가 필요 한 경우에 한해 의료자문을 실시한다는 취지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뿐만 아니라 보험사들이 특정 의료기관에 과반 이상 편중된 의료자문을 의뢰해 일감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보험금 심사절차를 지연시키는 듯한 행태는 결국 보험사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김창호 입법조사관은 “의료자문 결과에 따라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근거가 되는 보험사 의료자문제도가 환자를 직접 보지 않은 상태에서 자문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객관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구체적이고 정교한 의료자문체계를 확립하는 것만이 보험소비자와 보험사업자의 상호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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