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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의료영리화는 이미 우리 곁에

의료영리화는 이미 우리 곁에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8.24 08:00:00 | 수정 : 2018.08.24 09:20:33

보건복지부는 23일, 원격의료 도입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대면진료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경우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만나 도서·벽지, 군부대, 원양선박, 교정시설 4곳을 원격의료 가능지역으로 의료법에 명시해 제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됐고, 법 개정에 대한 의견조율을 마쳤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의료영리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우려를 표했다.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은 의료영리화의 빗장을 푸는 격이라는 주장이다. 

공공병원의 비율이 전체 의료기관의 5~6%에 불과한 상황에서 의료취약지 중심의 원격의료가 허용될 경우 민간병원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며 기업의 수익창출 수단으로 전락하고, 의료전달체계의 왜곡을 심화시키며 의료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바탕에 깔렸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23일 “노인, 장애인, 도서벽지 주민의 상당수는 정보화 소외계층으로 PC와 스마트폰 기반의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에 있어 경제적, 기술적 접근에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어 “원격의료 허용은 대기업 배불리는 의료영리화의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지금 도서지역에 정말 필요한 건 원격의료 시스템이 아니라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갖추고,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 그리고 의료민영화

정말 원격의료를 허용하면 의료영리화가 따라올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 아직 원격의료가 허용되지도, 의료영리화로 이어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실현가능한 미래다. 의료영리화가 이뤄졌을 때의 폐단이 너무 크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반대론자들의 논리를 여기에 채워 넣어보면, 원격의료는 기본적으로 ICT(정보통신기술)의 집약체다. 따라서 산업적 측면에서 원격의료를 구축하기위해 ICT 기업들의 진출이 이뤄지고, 그에 따른 비용을 환자와 건강보험에서 부담해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의료적 측면에서도 원격의료가 가능해지면 지금도 부족한 산간·도서·벽지의 의료인들이 도시로 모여들게 돼 의료인프라가 붕괴되고 접근성은 떨어지게 된다. 더 나아가 지역의 인적자원이 도시로 이전하며 균형발전이니 지방자치니 하는 말들은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의료영리화 차원에서 원격의료가 허용될 경우 의료비를 증가시킬 요인이 하나 늘어나는데다 유사한 영역이 추가로 확장돼 비용부담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나아가 건강보험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져 보장성의 약화, 민영보험으로의 의존도 증가, 민간자본의 투자로 귀결될 수 있다.

결국 원격의료로 인한 나비효과가 의료영리화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점은 그럼 의료영리화는 무엇이고, 나쁜 것인가 하는 점이다. 반대론자들은 의료를 영리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의료영리화라고 부른다. 그리고 의료민영화와 구분해 사용한다.

의료민영화는 의료를 민간에게 맡기지만 비영리적 목적으로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상태를 지칭한다. 즉, 민영화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리화의 폐단인 의료비 상승과 의료양극화 심화 등을 일부나마 막을 수 있다. 이들이 수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 우리 사회는… 의료 영리화? 민영화?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지금 의료민영화 사회인가. 이미 병원들은 영리를 목적으로 덩치를 불리고 가지를 치며 대형화돼가고 있다. 2000병상이 넘는 대형종합병원이 존재하며 지역 곳곳에 같은 이름을 단 병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장례식장 등 각종 부대사업도 하고 있다.

그렇다고 기업이 병원을 운영하거나 간섭하지 않느냐고 하면 그것도 그렇지 않다. 버젓이 대기업의 이름 아래 산하조직으로 병원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들이 존재하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 당장 모든 민간의료기관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민간에게 의료가 맡겨져 있는 상황이면 이미 영리화는 이뤄진 셈이다. 민영화와 영리화를 구분하며 영리화로 인해 발생할 불확실한 미래를 상정하고 무조건적인 반대와 비판은 오히려 산업과 경제, 사회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는 문제다.

좀 더 냉정하게 사안을 바라보고 사회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함께 고민해야한다. 분명 의료영리화로 인한 문제점은 사회의 안정성을 헤치고 의술보다 돈이 앞서게 돼 생명이 경시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분명한 만큼 이를 방지하고 대비하기도 쉬울 수 있다.

다가올 미래가 두려워서, 예측 가능한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당장 제대로 된 치료는커녕 진단도 받지 못해 사망하는 군인과 환자들을 외면할 수는 없다. 분명 원격의료가 아닌 다른 방법도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따져봐야 할 문제다.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

‘답답하다’, ‘공부 좀 해라’, ‘정신줄 놨다’는 식의 비난에 앞서 함께 논의하고 이해하고 나아가야하지 않을까. 두렵다. 이미 의료영리화의 틀에 갇힌 사회에서 또 어떤 욕과 비하, 폄하에 시달릴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길 바라며 용기 내본다.

이미 의료영리화는 우리 곁에 존재하는 현상이다. 문제는 의료영리화가 이뤄질 경우 발생할지도 모를 폐해가 아니라 지금, 그리고 미래에 우리가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정말 이대로 좋은가.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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