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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안해서합니다] “자꾸만 앉고 싶어” 80대 노인 체험기

“자꾸만 앉고 싶어” 80대 노인 체험기

신민경, 김도현 기자입력 : 2018.08.27 05:00:00 | 수정 : 2018.08.29 11:13:19

“아침에 버스 타고 회사에 출근하던 길이었어요. 정거장에서 한 할아버지가 천천히 버스 계단을 올라 타시더라고요. 20초는 늦게 출발했어요.”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시선이 싸늘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혐로(嫌老)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죠. 국민인권위원회는 올해 처음 ‘노인인권 종합보고서’를 만들어 노인 인권 침해와 그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했습니다. 전국 노인(65세 이상) 1000명과 청·장년(19~64세) 50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청년 80.9%가 ‘사회가 노인에 부정적 편견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노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입니다.

노화가 진행되면 신체 기능은 쇠퇴합니다. 기본적인 활동도 무리가 되죠. 청년들은 공감이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래서 ‘노인 체험’을 통해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20대 기자가 ‘80대 노인의 평균 신체기능’을 경험해봤습니다. 

체험복을 입자 고된 하루가 예상됩니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손바닥 수분은 사라진다고 하죠. 건조한 손을 연출하기 위해 면장갑을 꼈습니다. 양 팔목과 발목에 각각 모래주머니 차 근력저하를 느껴봤고요. 팔꿈치와 무릎, 손가락에는 구속밴드를 둘렀습니다. 손가락 관절 하나 굽히기도 쉽지 않네요. 고글도 썼습니다. 갑자기 시야의 약 60%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허리고정 조끼를 입어 노인들의 구부정한 허리를 연출했습니다. 이제 평균 80대의 몸으로 서울시내를 돌아다녀보겠습니다.

일정 : 노인생애체험센터 → 효창공원역 → 광화문광장 → 종로구청 → 분식점 → 통인시장

체험복 착용 후 동료 기자와 길을 나섰습니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아 뒷목이 뻐근해지기 시작합니다. 돌부리에 발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요. 바닥만 보고 걷느라 고개는 점점 밑으로 떨어집니다. “조심해!” 동료의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코앞에 가로등이 있었네요. 시야가 좁아 눈앞의 위험요소도 감지하기 어려웠습니다. 무릎 굽히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20cm 높이의 도로경계석은 동산처럼 느껴집니다. 850m를 가는데 30분이 걸렸습니다.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역사 내로 이동하는 길, 계단은 ‘흔들다리’나 다름없습니다. 계단에 발을 디딜 때마다 몸은 좌우로 흔들립니다. 잘 굽어지지 않는 손가락 관절 탓에 난간을 잡기도 힘들고요. 개찰구에 도착했습니다. 지갑에서 교통카드를 꺼내야 하는데 메마른 손 때문인지 쉽지 않네요. 우여곡절 끝에 카드를 집었지만, 어느새 기자 뒤편으로 승객 3명이 줄을 섰습니다. 

어렵사리 도착한 승강장. 열차 문이 열리자 또 다른 공포가 나타납니다. 승강장과 열차 사이 틈이 너무 넓습니다. 조심조심 바닥을 보고 발을 내딛습니다. “쿵” 내리던 승객을 보지 못하고 한 남성의 가슴팍에 머리를 박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체험복을 입은 채 기자는 민망한 사과를 건넸습니다. 흔들리는 열차 안에서 균형을 잡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빈자리가 있을까. 눈길은 자연스럽게 좌석 쪽을 향하네요.

지하철에서 내려 지상으로 올라왔습니다. 긴 횡단보도를 보자 한숨부터 나옵니다. 초록불, 신호가 바뀌었습니다. ‘띠리링 띠리링’ 아직 절반도 건너지 못했는데 신호등이 깜박거립니다. 굽혀지지 않는 무릎, 좁은 보폭으로 열심히 걸음을 재촉했지만 시간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차도에 멈춰선 차량들 사이에서 경적이 울립니다. 동행 했던 동료는 30초 만에 횡단보도를 건너 맞은편에서 기자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관공서에서 서류를 떼 볼까요. 차례를 위해 번호표를 뽑는 것 부터 일입니다. 스크린 터치는 쉽지 않고, 사람들은 기다리고. 마음이 초조합니다. 인적사항 기재도 문제입니다. 손이 불편하니 종이를 꺼내는 것 조차도 난항입니다. 문서 작성에 1분 이상 걸린 반면 동료 기자는 20초 만에 끝냈습니다. 눈도 불편하고, 소리도 작게 들려 차례를 알기도 어렵습니다. 갑자기 서러워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소리가 잘 들리지 않으니 자연스레 목소리가 커집니다. 주변 사람들의 눈초리가 느껴집니다.  

종일 체험복을 입고 돌아다녔더니 배가 고픕니다. 평소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기 위해 분식점으로 향했습니다. ‘밥은 편하게 먹을 수 있으려나.‘ 젓가락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느꼈습니다. ‘아, 먹는 것도 쉽지 않겠구나. 

떡볶이 하나 입에 넣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손가락과 팔을 굽히기 어려워 젓가락질이 잘 안 될뿐더러 어렵사리 이를 해냈더라도 입까지 가져오기 험난합니다. 옆에서 편하게 식사하는 동료가 얄밉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산책 삼아 시장에 가보기로 했습니다. 어릴 적 할머니께서 오일장에 나가 장을 보던 것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버스를 타고 통인시장으로 이동합니다. 버스 계단이 가팔라 탑승이 힘듭니다. 카드를 찍자마자 의자를 찾고 주저앉습니다. 걷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이 아파옵니다. 

가까스로 시장에 도착했습니다. 야채가게 주인 아주머니에게 가격을 물어봤지만 잘 들리지 않습니다. 몇 번을 되묻자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물건 하나 사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군요. 할머니가 다시 한 번 떠오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3년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8.3%인 397만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것입니다. 오는 2022년도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4.3%인 753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년층은 증가하겠죠. 

우리 사회는 이들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전문가는 고령화 노인을 위한 사소한 배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윤영 성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고령화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일상에서 노인 분들을 자주 마주치게 된다”며 “신체기능이 떨어진 노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청년에 비해 배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어려운 상황에서 청·장년들이 자리를 양보하고 부축해주는 선행이 노인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 노인 분들을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민경, 김도현 기자, 조규희 인턴 기자 smk5031@kukinews.com

사진·영상=박효상, 박태현 기자 tina@kukinews.com

영상편집=이미애 trueald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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