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그들의 정의

그들의 '정의'

기사승인 2018-08-24 14: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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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에 망령으로 되살아났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변호인의 이야기입니다. 24일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이 있었습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선고가 끝나자 기자들과 만난 이경재 변호사는 재판 결과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전 대통령은 1심에 비해 징역 1년과 벌금 20억원이 늘어난 징역 25년·벌금 200억원을, 최씨는 징역 20년에 벌금이 20억 늘어난 200억원을 선고받았기 때문입니다. ‘40년 지기’의 인생은 여러 가지 의미로 운명적이군요.

이 변호사는 또 “정의롭고 용기 있는 역사적인 판결을 기대했지만 성취하지 못했다”면서 “재판부의 판단은 두고두고 역사의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도한 탁류가 아직 요동치는 상태에서 청정한 법치주의 강물이 탁류를 밀어내기에는 인고의 시간 더 필요하다”며 “시간은 정의의 편이며 머지않아 탁류를 밀어낼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고요.

‘의롭고 용기 있는 역사적인 판결을 기대했지만 성취하지 못했다’라. 글쎄요. 아무리 피고인의 변호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든 말입니다. 비선 실세를 앞세워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과 대통령과의 친분을 내세워 사적 이익을 취한 이들을 ‘정의’ 혹은 ‘용기’라는 단어로 수식하는 건 너무 과하지 않나 싶습니다. ‘강물이 탁류를 밀어내기에는 인고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라는 표현도 도통 말이 안 되고요. 하지만 ‘시간은 정의의 편’이라는 김 변호사의 말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친절한 쿡기자] 그들의 정의물론 김 변호사의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습니다.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항변하는 것이 그의 일이니 말이죠. 그렇지만 조금 씁쓸한 것은 피고인을 비롯한 측근들의 태도입니다. 이 같은 발언을 한 변호인, 지난해 10월부터 재판을 보이콧하며 사법부를 무시하는 박 전 대통령, 앞서 “한 번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는데 과한 벌금을 물리는 건 사회주의에서 재산을 몰수하는 것보다 더하다”는 진술을 남긴 최씨의 뻔뻔한 태도는 보는 이들에게 괴로움을 안겨줍니다.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반성은 필요합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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