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다시 이웃사촌이 필요하다”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성공열쇠는 ‘共生(공생)’… 필요한건 예산?

기사승인 2018-08-25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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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가족들의 품에 안겨 잠들 듯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은 대부분 이처럼 평안한 임종을 꿈꾼다. 적어도 아무도 없는 골방에서의 외로운 죽음이나, 병원에서 고통에 신음하는 이들 사이에서 삶을 마감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자신의 집에서 사망하는 경우는 2010년 20.3%에서 점차 줄어 2016년 15.3%를 기록했다. 반면 의료기관은 67.6%에서 74.9%로 점차 증가하며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임종을 맞는 경우는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며 건강수명과 기대수명의 격차가 벌어짐에 따라 ‘돌봄’이 필요한 인구 또한 급격히 늘고 있지만, 핵가족화를 넘어 가족의 파편화로 인해 1인가구가 늘면서 이들을 수용하고 돌봐줄 수 있는 곳이 의료기관을 제외하곤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연초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지역사회 돌봄)’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혈연이 아닌 지연에 뿌리를 둔 상호 돌봄 체계 속에서 보건의료와 사회·주거·생활 복지 등 삶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제공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삶을 마감하는 것은 의료기관이나 시설 등일지라도 그 이전까지의 삶은 적어도 홀로 외로워하고, 적절한 치료나 돌봄을 받을 수 없어 고통스러워하는 일은 없도록 가족이 해왔던 일을 사회가 나서서 채우겠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지역공생사회’로 발전하고 있는 일본의 모델을 바탕으로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서비스의 구체적인 추진방향(로드맵, road map)을 구상해 오는 9월 중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기능’ 중심의 ‘포괄’ 돌봄 체계

직접 서비스를 설계하고 있는 황승현 커뮤니티케어추진단장(사진)은 24일 대한간호협회가 개최한 ‘커뮤니티 케어 성공적 추진을 위한 간호의 역할’토론회에서 대략적인 형태를 갖춘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를 선보였다.

황 단장은 “급속한 고령화와 일상생활수행능력(ADL)의 저하, 가족구조의 변화 등으로 노인에게 다양한 돌봄 필요가 연쇄적으로 나타난다”며 “이러한 케어사이클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를 충족할 서비스들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서두를 땠다.

이어 “삶의 마지막 장소로 병원이나 시설을 선택하기까지 집 혹은 집과 유사한 재가, 급성기 병원 등에서 치료와 요양, 일상생활 등 필요한 서비스를 최대한 빠짐없이 누리며 생활할 수 있도록 하려했다”며 “60여개 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정책이나 사업을 확대·확충하거나 신규 사업을 설계하는 등의 업무를 진행해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에는 보건복지 분야의 다양한 사업을 포함해 주거사업과 주민자치사업, 기타 생활지원서비스 등 지금까지 파편화된 서비스들을 적극적으로 연계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개별 서비스 중심에서 필요한 기능 중심으로 체계를 개편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만약 복지부의 구상대로 이뤄질 경우 노인 뿐 아니라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 등 돌봄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적절한 서비스가 읍면동에 설치될 케어통합창구를 통해 제공된다. 치매증상을 보이는 아버지나 정신장애를 앓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일을 그만둬야할지, 적당한 시설은 어디인지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심지어 중소도시에서 정신질환과 고혈압, 신기능장애 등 복합 만성질환을 앓고 있지만 주변에 친인척조차 없어 생활고를 겪으며 약조차 제대로 복용하지 못하고, 사회와 주변에게 원인 없는 공격성을 보이는 독거노인도 사회적 돌봄의 품에서 삶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황 단장은 “2026년까지 커뮤니티 케어의 기반 구축을 목표로 9월 중순 로드맵을 확정하고, 내년부터 일부 가시적 성과를 보인 지역부터 선도사업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며 “보건복지, 돌봄, 주거지원, 생활지원, 주민 조직화 및 서비스 연계, 전달체계 구축 등을 막라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가 중심이 돼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자율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중앙정부는 가용자원을 많이 만들어 메뉴판(선택지)를 충실히 만들어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며 “직종이나 서비스 중심에서 벗어나 사람과 기능 중심으로 체계가 완전히 변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의 과제는?

황 단장의 설명에 관련 사업가나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두려움과 낯설음의 대상이 아닌, 옆집 밥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안다는 이웃사촌이란 말이 통용되며 품앗이를 하고 정을 나누던 ‘과거로의 회귀’라고 덧붙이며 사회적 분위기와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이날 일본의 경험을 소개한 게이오대학 대학원 홋타 사토코 건강매니지먼트연구과 교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에서 지역공생사회로의 모델전환과정을 설명하며 ▶인력과 공간, 재원의 마련 ▶제도적 한계나 각종 규제를 극복하려는 자세 ▶지역민들과 각계 전문인력들의 공감과 협력, 이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 등을 거론했다.

“우리에겐 다시 이웃사촌이 필요하다”홋타 교수는 “일본도 그렇지만 커뮤니티 케어를 말할 때 이미 해왔고, 많았던 것 다시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어떤 지역에 어떤 기능을 어떻게 채워나갈지에 대한 계획을 세울 지역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며 “지자체나 광역단체, 중앙정부 중 어디에서 계획을 세우고 통합하고 자원을 배분할지, 각각의 역할은 무엇일지를 분명히 하고 고민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적제적소에 적절한 인력이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며 “특정 직종이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 중심으로 다양한 직종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유기적으로 연계해 나가야한다. 그리고 그게 가능하기 위해 거점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 일본이 지금 직면한 과제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구원 김승연 연구위원는 “서비스 주체로서의 역할, 홈케어와 헬스케어 사이의 가교 혹은 조정자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아무리 보건의료와 복지를 붙여놔도 지역에서 다직종 간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작동하기 어렵다. 당장 지역사회 간호를 위한 인력과 재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황 단장은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중앙차원에서의 예산확보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장기요양 등 여러 사업이 연계된 만큼 각 사업별 예산들도 존재해 기반구축에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라고 낙관했다. 다만, 장기요양보험재정의 적자가 커져가는 상황에 대해서는 “단기적인 상황일 뿐 누적분이 남았다”며 확인해보겠다는 답변으로 상황을 모면했다.

인력과 거점 문제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 직종이나 지역의 역할이나 구체적인 것을 내놓기는 어렵다. 그리고 지역별 특성에 맞춰 운용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할 계획인 만큼 중앙 차원의 획일적인 무엇을 제시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다만 직역 간 연계나 충분한 인력과 거점 확보를 위해 노력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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