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동네외과에서도 '심층 진찰'? 성공할까

복지부, 10월부터 시범사업 실시… 외과계 달래기 빈축도

기사승인 2018-08-28 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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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원이든 상급종합병원이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환자들이 진료를 받고 난후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은 아쉬움이다. 하고 싶은 말, 묻고 싶은 것은 많지만 의사의 태도나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눈초리에 생각을 입 밖으로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수술을 앞둔 상황에서는 아쉬움은 초조함으로 변한다. 하지만 오는 10월부터는 일부나마 속 시원한 이야기를 외과의사와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장관 박능후, 이하 복지부)는 진료과목별 균형 등을 고려해 ‘수술 전·후 교육상담 및 심층진찰 시범사업’ 참가기관을 3000개소가량 선정한다고 최근 밝혔다.

시범사업은 심층진찰과 교육상담 2가지로 나뉜다. 먼저 심층진찰은 의사가 수술 전 치료계획과 수술방법, 향후 관리방안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는 판단에 따라 상병 제한 없이 환자의 동의를 얻어 1일 최대 4명에게 15분씩 시간을 쓸 수 있다. 환자본인부담은 4800원이다.

반면 교육상담은 ▶항문양성질환 ▶요로결석증 ▶전립선비대증 ▶어깨회전근개파열 ▶무릎인공관절 ▶하지정맥류 ▶척추협착 ▶자궁내막선증식증 ▶자궁의 평활근종 총 9개 상병에 한해 적용이 가능하다. 횟수는 질환별 환자당 최대 4번으로 첫회는 20분, 두 번째부터는 15분이다.

교육상담료 청구는 6개 진료과목 전문의 중 별도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의사만 환자의 동의를 얻어 진찰료와 별도로 신청이 가능하다. 수가는 첫 회가 2만4000원, 2회부터는 1만6400원으로 환자는 본인부담률 20%를 적용, 4800원과 3280원을 각각 진찰료와 함께 지불해야한다.

때에 따라선 9개 질환에 한해서 교육상담료와 심층진찰료를 중복해 청구할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 관계자는 “교육상담료를 산정할 수 있는 기관에서는 심층진찰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심층진찰은 진찰료 별도산정이 안 돼 차액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동네외과에서도 '심층 진찰'? 성공할까

◇ 의원급 의료기관 달래기 vs 충분한 상담시간 확보위해

한편, 보건복지부의 이번 시범사업을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점점 열악해지는 외과계 의원의 경영여건을 지원하기 위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설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교육이나 상담이 필요한 영역이 있어 도입됐다는 설이다.

의원급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의사들은 내과계의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교육상담과 함께 외과계의 수술 전후 교육상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어 환자들을 안심시키고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1차 의원에서의 수술 등은 경증질환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교육상담의 필요성 보다는 의료전달체계의 붕괴와 종합병원으로의 환자쏠림에 따른 경영상의 문제를 일부나마 정부에서 지원하기 위한 정책수가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답변에 앞서 상급종합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심층진찰 시범사업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상급종병의 심층진찰에서 명칭을 따왔지만 엄밀히 다른 서비스와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의료보장관리과 관계자는 “상급종병은 환자를 보다 엄밀히 살피고, 검사를 줄이기 위한 취지에서 희귀·난치질환이나 중증질환자로 1차 의료기관에서 의뢰된 초진환자에 한해 심층진찰을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의원의 심층진찰은 교육·상담이 필요한 몇 개 질환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 질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수술 전후의 관리를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명확히 질환별로 구체화할 수 없는 영역에서도 교육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있어 진찰료를 받지 않고 별도로 구분한 것”이라며 상급종병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부연했다.

다만, 정착여부는 미지수라고 답했다. 이에 교육상담과 심층진찰 모두 상급종병의 심층진찰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육·상담 프로토콜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갖춰 수가 산정시 제출하도록 해, 이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본 사업으로 전환 시 프로토콜을 비롯해 교육상담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보완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여기에 복지부는 올 하반기 중 내과계에서 이뤄지고 있는 고혈압·당뇨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제와는 별도로, 만성질환 중 일부를 선정해 환자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질환을 이겨낼 수 있도록 관리·교육하는 방안을 마련해 2019년도 중 시범사업을 시작할 계획도 내놨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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