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게 반려동물은 여전히 ‘가축’이었다

의무지만 외면당하는 등록제… 제도개선만 외치는 농림부

기사승인 2018-08-2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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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 중 다른 강아지를 보고 흥분해 뛰어가는 레몬이(골든리트리버, 당시 12개월)의 목줄을 놓쳐버린 A씨(25세). 동생과 같은 레몬이를 잃어버렸다는 슬픔에 부랴부랴 전단지를 만들어 동네 곳곳에 부착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전화는 사례금을 노린 사기전화.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타들어가는 가족들의 마음과 달리 레몬이를 쉽게 찾을 길은 없었다. 

저출산과 고령화 등으로 가정의 형태가 변화하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유실되거나 유기되는 동물의 수 또한 매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해 구조된 유실 및 유기동물의 수는 10만2593마리에 달한다. 전년대비 14.3%가 증가했다. 더구나 이는 지자체 등이 적극적인 구조를 통해 확인된 수로 실제 유기된 동물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안타까운 점은 구조를 통해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동물 중에서 소유주에게 인도되는 비율은 단 14.5%에 불과하다는 건이다. 절반가량인 47.3%는 자연사(27.1%) 또는 안락사(20.2%) 되고 있다. 분양이 되는 경우는 30.2% 정도다.

이에 정부는 2014년 반려견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등의 기록이 담긴 인식표를 부착하도록 하는 ‘반려동물등록제’를 의무화하고 과태료를 책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대상 또한 반려견에서 반려묘까지 넓혔다. 그러나 등록률이 저조해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농림부의 ‘동물의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신규 등록된 강아지의 수는 10만4809마리로 전년도 대비 14.5%가 증가했지만, 실제 전체 반려동물의 등록률 추정치에 비하면 17.7%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양육 중인 개를 등록하지 않은 이유로 내장형 무선식별장치에 대한 부작용 우려와 필요성 없어서라는 답변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며 “또한 등록이 강제성을 띄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등록형태의 단일화와 등록 기준연령의 완화, 제도 홍보 및 이행에 따른 혜택 부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적어도 스스로를 옥죈다는 의미에서 ‘자승자박’이라며 기피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이종배 의원은 지난 5월 반려동물 등록 의무화 대상을 현행 3개월 이상에서 2개월 이상으로 확대 적용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애견샵 등에서 판매되는 반려견이 생후 2개월 이상인 만큼 분양 또는 입양시점부터 등록의무를 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농림부는 동물등록 월령을 현행 3개월 이상에서 주 거래시기인 2개월 이상으로 변경해 분양 즉시 동물등록을 가능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일선 반려인들은 동물등록 방법인 내장형 무선식별장치의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부작용 등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등록 절차의 복잡성, 제도의 부실 등을 이유로 등록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 B씨는 “동물등록을 하려고 했지만 내장형 장치의 부작용으로 죽은 개가 있다는 기사 등을 보고 등록을 미루고 있다”면서 “잃어버릴까봐 걱정은 되지만 안전성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의무화가 안 되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포메라니안을 키우고 있는 C씨는 “내장형 말고도 외장형이 있다고 해서 등록을 알아봤지만, 홈페이지에 등록된 병원인데도 등록을 안 해준다고 했다. 해준다는 곳은 비용이 너무 비쌌다”면서 “지자체 홈페이지 등에도 안내가 안 돼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가운데 또 다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IT를 활용한 동물 등록 및 관리 체계의 상용화다. 과거와는 달리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고 기꺼이 지갑을 열겠다는 소비층인 '펫코노미'(Petconomy, Pet+Economy)‘를 겨냥한 ’스마트펫케어‘ 시장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지금 인공지능(AI)나 사물인터넷(IoT) 등과 같은 정보통신 기술을 반려동물 관련 제품에 접목한 ‘스마트펫케어’가 각광받고 있다. 원거리에서 반려동물을 돌보거나 건강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스마트 로봇 페디(Peddy)나 LG의 홈IoT, 체외진단 의료기기 ‘핏펫’, DNA 분석을 통해 발병확률이 높은 질병을 알려주는 엔바크의 키트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에게 반려동물은 여전히 ‘가축’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제품들은 관련 규제 등으로 인해 발전 및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하고 성장가능성이 높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으며, 제2의 반려동물 인식표 혹은 그 이상의 무엇으로도 응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체들의 설명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지고 있는 기술력을 활용해 반려동물 뿐만 아니라 사람도 사용 가능한 제품을 출시 할 수는 있지만 규제 때문에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실에 가로막혀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인식표 문제는 결국 소유주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며 “그들이 원하는 기능이나 혜택이 주어진다면 주머니를 열고 적극적으로 인식표를 달 것이다. 만약 건강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식표가 등장한다면 일부는 지갑을 열지 않겠느냐”고 부연했다.

하지만 농림부는 별 뜻이 없어 보인다. 농림부 관계자는 “스마트펫케어 산업이 커지고는 있지만 산업적인 것과 연계하기 보다는 반려동물등록제 자체로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하거나 신규 제도를 마련하려한다”는 소극적인 답만을 되풀이했다.

심지어 반려동물등록제를 배제하고라도 스마트펫케어 등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급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나 제도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고 여러 부서로 전화를 돌릴 뿐이었다.

인간에게 적용하거나 영향을 줄 수 있는 제품 등에 대한 검증이나 평가도 부족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반려견을 키우는 한 소유주는 “동물보호법이 제정되고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정부는 반려동물을 ‘가축’이나 ‘상품’, ‘물건’으로 보고 이 같은 인식에 근거해 제도나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며 “이들의 인식부터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홍누리 학생기자,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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