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 소상공인 목소리 들어야 할 때

기사승인 2018-08-30 01:00:00
- + 인쇄

[기자수첩] 정부, 소상공인 목소리 들어야 할 때

지난해와 올해 합쳐 20%가 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해 소상공인들이 단체 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와 편의점 가맹점주 등도 포함돼 있다. 최저임금으로 인해 한계자영업이 위기에 몰렸다는 인식에서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는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최근 2년간 29% 인상된 최저임금에 대해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연대 측은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도 소상공인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홍종학 중기벤처부 장관은 하루 앞선 28일 상시근로자 10명 미만의 소규모 사업체인 소상공인 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청취했다. 또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도 들었다. 서울 GS25 구로사랑점도 찾아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임원들과도 의견을 나눴다.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경기도 좋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주52시간으로 인해 회식이 줄어든 영향도 받고 있다. 정부가 부랴부랴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았지만 성에 차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일자리안정자금'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월급여 190만원 미만의 근로자에 한해 인건비에 보탤 수 있도록 1인당 월 13~15만원씩 사업주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정부 대책이 한시적인 데다 최저임금이 더 오른 내년에도 같은 금액이 지원돼 지원금이 깎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데 불만을 갖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사후약방문인 정부 대책에 대해 "'대책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할 정도로 근본적인 지향과 비전 제시가 미흡해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라며 "최저임금 문제는 최저임금 문제로 풀어야 하며 다른 돈으로 이를 지원한다는 총량 보전의 문제로 풀릴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쇼크가 어떤 대책으로도 봉합이 안 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수습에 나섰지만 분노한 영세상인들은 살 길이 없다며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이중 상당수는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거나 아르바이트생 대신 자동 자판기 등을 두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문제를 비켜가려 노력 중이다. 

애초에 정부가 이 같은 최저임금 인상 여파를 예측하지 못했다면 한심한 일이다. 정책을 세울 때부터 한계자영업자들에 대한 실태 파악을 우선으로 했어야 했다. 단순히 '구호'나 '정치적 올바름'만 가지고 판단한 실수가 이제서야 나타나는 것이다. 

홍 장관은 서민경제 어려움이 최저임금 때문이 아니라 경기가 좋지 않아서라며 최저임금 인상은 경기를 부양하고 국민이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위로의 말로 들을 소상공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당장 자기 몫으로 주어지는 월급이 20~30만원이 깎인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잘 사는 국민'이 되기는 커녕 피해만 오고 있다고 부르짖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소상공인들의 외침을 들어 향후 최저임금 속도조절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비판 속에서도 더 이상의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 내는 노력도 함께 경주해야 한다. 이미 시행된 엎질러진 물(정책)을 차근차근 해결할 생각 없이 통계 조작 등의 쉬운 편법으로 무마하지 않기 위한 도덕성도 지켜야 할 것이다. 국정지지도가 그동안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지 겸허한 마음으로 돌아볼 때이다. 

구현화 기자 kuh@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