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내 뒤를 미행한다”는 조현병

기사승인 2018-08-31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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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감시하고 내 뒤를 미행한다” “작당을 해서 나를 못살게 군다” “밥에 독약을 넣었다” “나를 조종한다, 생각을 내 머리 속에 집어넣는다” “텔레파시를 보낸다, 텔레비젼 또는 라디오, 신문에서 내 얘기를 한다”

조현병(정신분열증)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는 질환으로 예후가 좋지 않고 만성적인 경과를 보여 환자나 가족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주지만, 최근 약물 요법을 포함한 치료적 접근에 뚜렷한 진보가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에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조현병(調鉉病)’은 2011년에 정신분열병(정신분열증)이란 병명이 사회적인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편견을 없애기 위해 개명됐다. 사전적인 의미로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내 뒤를 미행한다”는 조현병

조현병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망상과 환각이 있다. 망상은 사실이 아닌 것을 확신을 가지고 믿는 것으로 누군가 나를 해치려 한다고 믿는 피해망상,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얘기를 수군댄다고 믿는 관계망상 등이 대표적이다. 

각종 피해망상과 남의 행동이나 말, 주위의 변화가 나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관계 망상이 흔하다. 과대망상, 신체망상, 배우자의 부정을 의심하는 질투망상, 종교와 연관된 망상, 죄책망상, 허무망상 등을 보여 사건·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창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망상은 일반적인 사회의 통념과 상식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성적인 설득으로는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 ‘병적인 믿음’을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이 최근 5년(2013~2017년)의 건강보험 진료비 빅데이터 분석한 결과, ‘조현병’ 질환으로 진료 받은 인원은 2012년 10만980명에서 2017년 10만7662명으로 늘어나 2012년 대비 약 7% 증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2012년 4만8751명에서 2017년 5만129명으로 증가했고, 여성은 2012년 5만2229명에서 2017년 5만7533명으로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에 따르면 환각은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감각을 경험하는 것으로 여러 사람이 환자에 대해서 얘기하는 내용의 소리를 듣는 환청이 가장 흔한 증상이다. 망상과 환각 외에도 무더운 날에 옷을 여러 겹 껴입는 것과 같은 부적절하거나 혼란스러운 생각·행동을 보일 수도 있고, 감정 표현이 없어지고 말수나 행동이 줄어드는 음성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아직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나타나는 질병으로 알려져 있다. 크게는 생물학적원인과 심리적 원인이 작용하는데 그 중에서 도파민을 비롯한 신경전달 물질의 이상, 전두엽 변연계를 비롯한 뇌의 구조적, 기능적 이상, 유전적 경향성 등 생물학적 원인이 발병에 큰 역할을 한다. 

기존에는 조현병에 걸린 사람들에 대한 치료가 중심이 되었다면 이제는 조현병을 예방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다. 나중에 조현병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을 미리 선별해 약물치료 또는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발병을 예방하는 프로그램들이 국외 및 국내에서도 운영되고 있는데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서 많은 연구결과가 축적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연구에서는 발병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효과가 증명되기도 했다.

 진단은 주로 환자의 증상을 바탕으로 임상적으로 내리게 된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진단기준을 보면 망상, 환각, 와해된 언어, 와해된 행동이나 긴장증적 행동, 음성증상의 5가지 중 2가지이상 증상이 1개월 이상 존재하는 경우를 조현병으로 본다. 그 외에도 혹시 다른 내과,신경과적 질환 때문에 조현병과 유사한증상을 보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내과적 검사와 뇌 자기공명영상(MRI) 등의 검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항정신병약물을 이용한 약물치료이다. 약물치료는 조현병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주고, 이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고 나아가 조현병의 재발을 막아줄 수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망상, 환각의 완화를 위한 인지행동치료, 환자 가족들에대한 교육, 다시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직업재활 등의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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