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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낙태 금지요? 미혼모 낙인부터 지워주세요

낙태 금지요? 미혼모 낙인부터 지워주세요

유수인 기자입력 : 2018.09.01 04:00:00 | 수정 : 2018.09.03 11:16:08

인공임신중절수술, 즉 낙태 허용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최근 몇 달간 시민들은 여성 인권을 위해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집회를 열었고, 종교계 등에서는 태아의 생명보호를 주장하며 낙태죄 폐지를 반대했다. 지난 17일에는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을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하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개정안을 발표했고, 이에 산부인과 의사들은 인공임신중절수술의 전면 거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낙태 수술을 포함시킴으로써 비도덕적이라고 여성과 의사에게 낙인을 찍는 불명예를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에 우선순위가 있겠냐마는 보다 도덕적인 차원에서 태아의 인권을 택해야 한다면 태어날 아이, 태어난 아이에 대한 인권, 그리고 아이를 낳은 엄마의 인권까지도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은 당연히, 이미 마련돼 있어야 했다. 그런데 과연 낙태죄가 허용되던 그 긴 시간 동안 그들이 존중받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일자리가 없는 젊은 세대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신혼부부들은 주거비 부담과 경력단절로 출산을 포기하고, 갑자기 생긴 아이를 포기할 수 없던 여성들은 ‘미혼모’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고 있다.

양육을 택한 미혼모들은 본의 아니게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발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 결과, 10~40대 미혼모 359명 중 경제적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비율이 본인은 63.2%, 아이는 29%를 차지했다. 임신으로 인해 직업을 중단한 경우는 59.1%였고, 양육으로 인해서도 47.4%가 직업을 중단했다. 평균 월소득은 92.3만원으로 조사됐다. 소득이 없는 경우도 10%나 있었다.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여건 마련도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미혼모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일상, 회사, 학교, 유치원 및 어린이집에서 차별을 경험한 경우도 많았다. 이를테면 의료기관 이용 시 담당자로부터 미혼모를 무시하는 말을 들었거나, 미혼모라는 이유로 주민센터 또는 구청 이용 시 냉대를 받은 경우, 주거 계약 시 미혼모라는 이유로 월세나 전세 계약을 거부당한 경우 등이다. 혼전 임신 후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강요받거나 따돌림을 당한 적, 성희롱 등 부정적 관계 경험을 겪은 경우도 있었다. 보육기관 이용 시에도 어린이집·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학부모 등으로부터 차별 등의 부정적인 경험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그래서 낙태를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적으로 지지할 수만은 없다. 다만 모든 아이가 축복을 받으며 태어나길 바랄 뿐이다. 그 아이로 인해 엄마가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남들처럼만 평범하게 배우고, 사랑받으며 살았으면 한다. 그럴 수 없는 사회라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 태아가 존중받아야 하는 이유만큼 엄마도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혼부에 대한 책임도 강화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아이 아버지가 출산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는 88.9%였고 양육 사실을 아는 경우도 85.5%로 나타났지만, 연락을 하는 비율은 17.8%, 경제적 도움을 주는 비율은 11.7%에 불과했다. 사회는 ‘남편 없이 아이를 낳았다’며 이 모든 책임과 부담을 미혼모, 즉 여성에게 묻고 있지만 ‘아버지 날 낳으시고 어머니 날 기르시니’라는 말이 있는 만큼 아이에 대한 책임은 아빠에게도 있다.

너무나 당연한 생각이 현실에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낙태 허용 여부를 논하기 전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어떠한 차별이 없는 사회를 먼저 만들어주길 바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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