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몸이지만, '난동 환자'는 아닙니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는 몸이지만, '난동 환자'는 아닙니다"

기사승인 2018-09-13 0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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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0일 경기 소재 A대학병원 외래진료실. 만성통증 환자 이모씨는 노모와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 그는 임모 교수를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만남은 이뤄지지 못했다. 임 교수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하 의학회) 윤리위원회 소속이었다. 이후 이씨에 대해 병원에서 난동을 부린 환자란 비판이 제기됐다. 그는 왜 임 교수를 만나려 했을까? 그날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시작은 의학회가 서울대병원에 보낸 공문 한 장이었다. 학회는 3월 28일과 4월 2일 서울대학교병원에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 징계 심의 협조 요청의 건’ 제하의 공문을 보내 병원 소속 모 교수의 전자의무기록(EMR) 차트 열람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환자 이씨는 기자에게 “학회가 환자 동의도 없이 환자 차트 열람을 병원에 요청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환자의 차트가 이렇게 주고받는건가 싶어 매우 놀랐다. 학회에 ‘환자의 개인정보를 환자 동의 없이 병원에 차트 열람을 요청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난 환자였기 때문에 왜 이런 요청이 있었는지 알아야 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이씨는 자신의 예민한 진료 정보가 누출될까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당시 학회 대위원회에서 윤리위원회로 징계 요청이 왔다. 위원회는 이 요청이 타당한 것인지, 징계 사유가 되는지 조사하게 된다. 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공문을 보내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홍보팀 관계자는 “요청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었다”면서 “사안은 의무기록을 관리하는 부서로 이관됐고, ‘개인정보여서 협조할 수 없다’고 회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럼에도 현행 의료법을 감안하면 학회의 요청이 무리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임 교수는 “차트를 본다고 해서 환자의 정보를 일일이 보겠다는 게 아니라, 처방된 진통제만 확인하겠다는 것이었고 공적인 목적으로의 열람을 요청한 것”이라며 “사실 차트를 보자고 것에 대해 병원이 난색을 표하고, 병원 자체적인 방안 모색 등의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사안에 학회 대위원회의 징계 요청이나 윤리위원회까지 끌고올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의료법 제21조 환자 의무기록에 대한 기록 열람 등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내주는 등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하고 있다. 물론 환자의 진료를 위하여 불가피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기록을 열람하게 하거나 그 사본을 교부하는 등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하여야 한다’는 예외 상황을 두고 있긴 하다. 

그러나 법이 정한 열람 요건에 맞는 이들은 환자의 배우자, 직계 존속ㆍ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에 한정하고 있으며 이들조차도 신분증 사본, 친족관계임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 등을 작성, 제출해야만 의료기관은 의무기록의 열람이 허용된다. 

이씨는 “학회 측에 거듭 명확한 입장 표명과 차트 열람 요청 사유를 묻자, 임 교수가 전화를 준다고 하더라. 며칠동안 기다려도 연락이 없었다. 참다못해 임 교수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자,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더라. 기가 막혀서 ‘내 의무기록은 개인정보인데 병원에 요구해도 되느냐’고 반문했다”고 목소릴 높였다. 

이어 “해당 병원에서 언쟁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난동’으로 표현할 만큼 소동을 일으킨 적은 전혀 없다”며 “난 단지 학회가 내 의료기록을 왜 요구했는지를 듣고 싶었지만, 끝내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임 교수는 “당초 서울대병원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흥분한 환자가 내게 찾아오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환자 이씨는) 진통제 처방을 막지 말라고 항의하기 위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환자들은 충동적일 수 있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당시 난 심리적으로 큰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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