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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기획] 갑작스런 수술중단사태 벌어지나

공급사 줄도산에 환자피해까지… 의료기기 유통구조의 취약성 우려 확산

오준엽 기자입력 : 2018.09.17 01:00:00 | 수정 : 2018.10.04 09:56:41

흔히 유통업계에서 물류는 ‘혈액’이라고 표현한다. 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을 전신 세포로 전달하는 혈액처럼 수요자와 공급자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액 공급이 끊어지면 세포가 고사하듯, 물류유통에 문제가 생기면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필요로 하는 것을 얻지 못해 손실을 입고, 심하면 파산에 이르기도 한다.

의료계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다. 촌각을 다투기도 하는 생명을 다룬다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수술과 같은 치료에 쓰이는 장비나 재료의 유통과정에 문제가 생긴다면 당장 수술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서다. 그리고 이 같은 사태가 실제 벌어진 적이 있으며, 앞으로도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일반 물류유통 장면.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5월23일, 서울 홍익병원에 의약품 및 의료기기를 유통하는 간접납품업체가 폐업했다. 여명약품에 물품을 공급한 공급사들은 업체당 평균 1570만7244원, 총 3억9268만1111원의 비용을 한마디로 떼였다. 이 과정에서 병원은 여명약품이 도산한 것과 관계없이 납품한 물품에 대한 대금을 모두 지불했기에 추가 지급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여명약품과 거래하며 홍익병원에 치료재료를 공급해온 한 업체 관계자는 “2012년부터 병원의 요구로 여명약품과 거래를 시작했고, 1600만원 가량의 피해를 봤다. 하지만 병원과 계속 거래하기 위해 병원의 요구대로 (피해를 감수하고) 어쩔 수 없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이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의료기기·진료재료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대형 간납업체인 케어캠프의 부실경영이 도마에 오르내리고 있다. 병원에서 받아야할 매출대금보다 공급사에 줘야할 매입대금이 해마다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어 조만간 자산 대비 부채비중이 높아 경영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심지어 일부 병원장의 승인을 얻어 공급한 물품의 대금으로 받은 어음을 몇몇 은행과 캐피탈 등 금융권에서 수수료를 떼고 현금으로 대환해주는 자산유동화 일명 ‘어음깡’과 같은 형식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그리고 일부는 사실로 확인됐다.

당장 케어캠프가 연초 공시한 지난해까지의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총 매출액 규모는 매년 300억~500억원 이상 증가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도 거의 1% 이상씩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자기자본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매출채권 대비 매입채무 비중도 높아져 2016년에는 391억여원, 2017년에는 538억여원의 부채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신용도를 평가하는 나이스평가정보에서 지난 6일 작성한 기업분석보고서에서도 현금흐름은 양호하며 기업 내·외부 환경변화는 크게 발생하지 않아 정상적인 상태지만, 상거래를 위한 신용능력이 보통 이하이며 거래안전성 저하가 예상돼 주의를 요하는 기업이란 의미에서 ‘CCC+’ 등급을 받았다. 평가등급이 D면 신용위험이 발생했거나 그에 준하는 상태로 사실상 부실기업이다.

케어캠프 재무상태표 중 일부 <표=케어캠프 홈페이지 공시내용 재구성>

삼정회계법인에서 실시한 주요재무감사에도 총자본 순이익이 2015년 12월31일 기준 0.23%에서 2016년 말 0.4%, 2017년 말 0.52%로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1%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148.34%에서 1397.74%, 1502.18%로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정회계법인은 “부채비율은 회사 자산의 원천인 타인자본(부채)과 자기자본의 금액을 비교한 지표로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부채에 대한 상황부담이 높음을 의미하며 재무구조가 열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은 200% 미만이 정상적”이라고 평가하며 유동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산업평균 대비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다고 분석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도 “자기자본 비율이 점차 감소함과 동시에 부채비율은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로 재무안정성이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2016년도부터는 이 같은 손익구조 변화로 채권을 금융권에 매각해 단기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면서 “공급사 관점에서 보면 심히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상황을 접한 병원 물류담당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갑작스런 공급중단사태가 발생하면 대체할 수 있는 공급사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병원이 비축분을 많이 확보하고 있지도 않아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병원 전체가 멈춰서는 것과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 있어 걱정된다는 것이다.

실제 케어캠프와 거래를 하고 있는 한 병원 구매부서 관계자는 “보통 병원은 하나 혹은 둘 정도의 간납업체와 모든 진료재료 물류공급계약을 체결하지만 업체의 재무상황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만약 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당장 수술이 중단되고 환자 진료에 큰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공급업체 입장에서도 케어캠프의 경영상황을 듣고 우려를 표했다. 홍익병원 사태 때와 같이 병원에서는 간납업체에게 대금을 이미 지급했다며 추가 집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하게 되면 물품대금을 받을 곳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과거 중소병원에 물품을 공급하는 여명약품과 업계 1~2위를 오르내리는 케어캠프의 규모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기에 긴장감은 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당장 거래를 하고 있는 삼성서울병원, 경희의료원, 아주대병원, 이대목동병원, 중앙대병원 등 상급종합병원과 대형병원을 공급처로 두고 있어 만약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환자 피해도 그만큼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 공급업체 관계자도 “병원에서 대금결제를 최대 1년 이상 미루는 등 대금회수가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의료기기 유통업계의 특성상 대부분 부채비율이 높아 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케어캠프) 재무재표상으로 위험한 상황으로도 보인다”며 “홍익병원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도산하게 되면 공급처로 대형병원도 많아 연관된 공급업체 수백 곳 중 다수는 줄도산 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케어캠프 관계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특성에 따른 현상으로 회사의 자산유동성 문제나 경영위기는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병원에서의 대금결제가 최소 3개월 이상 지연되는데다 길게는 1년 이상도 늦어져 부채 비중이 높은 것으로 지표상 나타나지만 문제될 점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해마다 대형병원 등과의 거래물량이 늘거나 새로운 대형 거래처와 계약을 체결하며 단기적으로 매입채무가 급증한 것처럼 보인다. 매출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부채비율은 증가한다. 재무재표 작성시기와 거래대금 회수시기가 맞지 않아 그런 점도 있다”고 답했다.

이어 “나이스의 경우 기계적으로 지표만을 분석한 경우지만 SCI신용평가 등 다른 2곳의 기업평가기관에서는 BB+ 등급이나 그와 비슷한 수준을 받았다”면서 “항상 부채비율이 높아 추가적인 설명을 하고 기업평가사들도 이를 수긍해 성장성 등을 고려한 등급을 준다”고 부연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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