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남·북 협력 어떻게 될까

의료인 교육, 감염병 관련 의약품 우선 지원 예상

기사승인 2018-09-20 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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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남·북 협력 어떻게 될까‘9월 평양공동선언’에 보건의료분야 상호협력 강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일 2일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번 합의문에는 보건의료 분야 상호협력 강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는데 양측의 상호 호혜(서로 특별한 편의와 이익을 주고받는 일)와 공리공영의 바탕위에서 교류와 협력을 더욱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들을 강구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남과 북이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 등 방역 및 보건·의료분야 협력을 강화키로 한 만큼 당국자간 협의를 통해 향후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또 문재인 대통령과 이번 방북에 동행한 김정숙 여사가 평양 옥류아동병원을 탐방한 만큼 아동들의 건강권 확보를 위한 백신·수액 지원 등이 우선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남북 보건의료 협력은 이전에도 논의된 바 있다. 노무현 정부시절에는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 이행에 관한 제1차 남북총리회담 합의서’ 체결을 통해 병원, 의료기구, 제약공장 현대화 및 건설, 원료지원 등을 추진하고 전염병 통제와 한의학 발전을 위해 적극 협력하기로 하고, 보건의료협력사업을 지속적이고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당국간 협의기구로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산하에 ‘남북보건의료·환경보호협력분과위원회’를 구성에 합의한 바 있지만 실천이 되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북한 주민의 결핵·풍진 예방을 위해 백신과 항생제를 지원부터 시작해서 질병관리 차원의 중장기적인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최근의 보건의료 협력 논의는 지난 5월 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이후 각계에서 토론회 등을 통해 모색하고 있다. 대부분 우선적으로 꼽는 것이 북한의 보건의료 실상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료인의 교육, 감염병 예방을 위한 백신 및 결핵 등의 감염병 치료제 지원, 기본적인 진단을 위한 의료기기기기 등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환경은 ‘정성의학’(정성껏 치료하는)이 강조되고 있어 환자가 증상을 강하게 호소하는 것이 질환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과장된 증상호소는 약물 오남용 등 의료 남용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때문에 필요한 환자에게 의료서비스가 제대로 전달될 수 없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 8월 열린 한 토론회에서 박상민 서울의대 교수는 “북한 내 재정 지원을 위한 플랜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투입과 효과를 고려한 경제성평가에 근거한 효율적 교류협력방안 마련(국제기구 지원 영역과 시너지를 가질 수 있으며, 북한의 상황에 꼭 필요한 영역을 고려) ▲보건의료 및 영양영역(생산은 경협으로 하고, 조달·유통·지원은 인도지원으로 하는 경협+인도지원의 융합모델 등) ▲보건의료 교류협력 R&D 개발 및 확대 등 창의적인 남북 교류협력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한 바 있다.

한반도 차원의 보건의료 협력체계 형성을 위해 ‘남북보건의료협정’ 체결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한반도 공동체 시대가 열리면 큰 틀 안에서 남북한의 관계를 바라보고 보건의료 영역의 활동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남북보건의료협정’ 체결을 제시했다.

그는 “보건의료 영역은 보건의료 전문가들만 모여 논의하고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정치·경제·사회·문화와 깊이 연결돼 있다”라며, “한반도 건강공동체 형성 위해 남북간의 공동기구를 만드는 것보다 우선 남한 내의 관련 기구가 작동하는 것이 더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각계의 의견조율의 어려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남북 경제협력에 기대가 크다. 국내 제약사 및 의료기기회사 등 보건의료산업계가 북한에 생산시설을 설치할 경우 비용절감 등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별회사가 들어가기 보다는 북한에 위탁생산방식으로 운영하거나, 합자회사 등을 설치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전문위원은 지난 7월 열린 토론회에서 “북한 의료인 교육훈련과 의료장비를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의약품을 스스로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북한과 스위스 합작회사인 ‘평스제약합영회사’를 예로 들기도 했다.  

이러한 그동안의 논의의 내용으로 볼 때 남북 보건의료 협력은 감염병 등을 막기 위한 의약품 지원을 시작으로, 의료진의 교육을 통한 예방적 활동, 최소한의 의료기반 확립 지원 등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이후 산업과 연계한 보건의료 기반시설 확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측은 감염병 예방백신, 약솜공장 건립, 필수 치료재료 지원 등을 일차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북한과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그동안 우리나라는 북한에서 사고나 자연재해가 있을 때마다 의약품 및 의료지원에 나선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0년 B형 간염백신, 2015년 홍역·풍진 예방 백신 일부를 지원한 바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경우 남북 교류가 진행될 때마다 정부단체나 NGO를 통해 의약품을 지원해 왔고, 대한의사협회는 방북을 할 때마다 남북의료협력방안을 논의해왔다.

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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