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언제하니, 결혼은?”…추석 잔소리로 상처받는 가족들

기사승인 2018-09-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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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인척 간 명절에 주고받는 잔소리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지난 11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성인남녀 927명 중 54.3%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미혼남녀 33.5%는 명절 스트레스 주요 원인이 ‘어른들의 잔소리’라고 말했다. 

듣기 싫은 잔소리 종류는 다양하다. 성인 미혼남녀는 ‘결혼은 언제 하니?(30.7%)’라는 질문을 가장 꺼렸다. ‘월급은 얼마니?(8.8%)’ ‘애인은 있니?(7.7%)’ ‘OO이는 OO하다던데~(6.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기혼남녀가 싫어하는 질문으로는 ‘앞으로 어떻게 살 계획이니?’(13.4%)가 1위로 꼽혔다. ‘아기는 언제 가질 계획이니?(10.9%)’ ‘모아 놓은 돈은 있니?(10.4%)’ ‘OO이는 OO 하다던데~(10.1%)’ 라는 질문도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1월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손모(27)씨는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말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손씨는 “지난해 추석 결혼 인사를 드리러 시댁에 방문했었다”며 “식사 후 2시간 동안 시부모님과 대화를 나눴는데 내내 ‘형님네만큼만 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이어 “예비 시부모님이 ‘너는 전화를 왜 안 하니?’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때 기분이 많이 상했다”고 전했다.

대학생과 취업준비생(취준생)은 취업 관련 핀잔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재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30)씨는 “다니던 직장을 관둔 후, 설 연휴 때 만난 삼촌이 ‘네 나이에 직장을 관두면 어떻게 해. 이제 뭐 하려고 그러냐’고 물었다”며 “열심히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말을 듣자마자 기운이 빠졌다”고 말했다.

“취업은 언제하니, 결혼은?”…추석 잔소리로 상처받는 가족들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명절 잔소리 메뉴판’이 등장해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었다. 잔소리를 하려면 그에 맞는 돈을 지불하라는 내용이다. 젊은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학 어디 지원할 거니’라는 질문에는 5만원이 책정됐다. ‘취업 준비는 아직도 하고 있니’는 15만원, ‘결혼은 언제 할 거니’에는 30만원이 매겨졌다. 가격이 무려 50만원이나 하는 잔소리도 있다. ‘너희 아기 가질 때 되지 않았니’라는 질문이다. 

명절 잔소리는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1월28일 충남 청양군에서는 40대 남성이 자신의 친형을 흉기로 찌른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은 ‘담배 끊으라’는 대화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전북 전주에서는 70대 남성이 추석에 언쟁을 벌이다 매제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잔소리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 해결책은 없을까. 전문가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인순 성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는 체면을 중요시한다”면서 “그러나 젊은 세대는 다르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다른 가치관을 배려하지 못한 가족 간의 대화는 세대갈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족끼리는 마음대로 말해도 된다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며 “가까운 관계일수록 서로에 대한 예절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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