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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국민 실정 모르는 ‘탁상행정’ 논란, 언제까지 지속되나

국민 실정 모르는 ‘탁상행정’ 논란, 언제까지 지속되나

이소연 기자입력 : 2018.10.02 05:00:00 | 수정 : 2018.10.01 17:17:15

법을 위반했지만 처벌받지 않습니다. 범칙금 부과를 명시했지만, 실제 단속은 유예됐습니다. ‘아니면 말고’ 식의 탁상행정이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2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 5일째를 맞았습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차량 탑승자의 안전을 강화한 것이 골자입니다. 고속도로뿐만 아니라 일반 도로에서도 전 좌석 안전띠가 의무화됐습니다. 자전거 이용 시, 보호 장구인 헬멧 착용도 필수가 됐죠. 6세 미만 영유아는 차량 탑승 시 카시트를 착용해야 합니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카시트 관련 규정이 대표적입니다. 자가용뿐만 아니라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할 때도 카시트를 착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차 없는 부모들은 카시트를 매번 들고 다니라는 것이냐”는 성토가 일었습니다. 범칙금을 우려한 대중교통의 승차 거부가 빈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반발이 커지자 경찰은 카시트 착용 단속을 시행 하루 만에 잠정 유예했습니다. 

자전거 헬멧 착용도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헬멧 착용 의무화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9일 “안전한 교통수단의 하나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헬멧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자전거 이용률이 외려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짧은 거리를 이동하려는 사람들이 불편을 느껴 자전거 이용을 아예 포기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호주에서는 지난 1990년대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 법안을 시행했습니다. 비정부기구 유럽자전거연합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호주의 자전거 인구는 지난 80년대 후반에 비해 37.5%나 감소했습니다. 

정부·국회의원 등 입안자들이 국민의 실생활을 고려하지 않고 법안을 발의, 시행한다는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낙태 수술을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간주, 낙태 수술을 한 의사에 대해 1개월간 자격을 정지하는 행정규칙을 공표했습니다. 이에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 수술 전면 거부를 선언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뒤늦게 처벌 유예를 발표했지만 수술 전면 거부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금지 대란, 지난 2016년 유치원 지원금 대란 등도 탁상행정의 대표적인 예로 꼽힙니다. 

국민의 실정을 모른 채 이뤄지는 정치와 행정은 좋은 결과를 불러올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년 실업에 대한 대책으로 ‘중동행’을 권했습니다. 실체가 불문명한 ‘창조경제’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는 경기를 살릴 해법이 되지 못 했습니다. 청년들의 삶은 더욱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지난 2012년 7.5%였던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9.8%를 기록했습니다.  

법은 국민의 삶을 180도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줍니다. 주먹구구식의 법령·행정규칙 운영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피해가 됩니다. 한 번이라도 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을 찾았다면 ‘빈틈’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5살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국토교통부 관계자. 자전거를 타고 집 앞 시장에 장을 보러 가는 국회의원. 취업 준비로 허덕여 본 일자리위원회 위원. 국민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입안자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요.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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