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처럼 야무진 외국인 농군들” 충북 보은 마늘 심기 현장을 가다.

기사승인 2018-10-08 14: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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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깜언!(베트남) 스파시바!(러시아), 셰셰 닌!(중국), -프라 쿤 크랍!(태국)

햇빛을 피하기 위해 천으로 가려진 큰 모자를 눌러써 얼굴이 잘 보이진 않지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컵라면 하나씩 받아들며 전하는 각 나라 근로자의 감사하다!’는 인사말이다.

아침 일찍 나와서 배고플 텐데 많이 먹어!” “김치 먹을 만해!” “한국 신랑이 잘해 줘!”

동료 한국할머니가 라면을 함께 먹으며 따뜻한 눈빛과 바디랭귀지를 섞어 의사소통을 시도한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된 베트남 이주 여성 딘티 뜨안(23)씨는 젓 응온!(아주 맛있어요), 똣람!(좋아요) 현지어로 바로 응답한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젊은 베트남 새댁의 모습에 이른 아침 밭두렁 위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박순분(82) 할머니는 우리 젊은 애들이 누가 손에 흙 묻혀가며 이런 힘들 일을 하려고 하나, 우리들도 나이가 많아서 이제 얼마 못해!”라며 말은 안통하지만 그래도 외국 새댁들과 일꾼들이 야무지게 잘해주니까 그나마 다행이야!”라고 말한다.

마늘 심기가 한창인 지난 4일 아침, 충남 보은군 탄부면 송효원(52)씨의 마늘밭에서 펼쳐진 가을 아침 식사 풍경이다. 보은군에서 주로 재배하는 스페인 대서마늘은 9월 중순에서 10월 초순에 파종하며 6월 초순경 의성마늘보다 한 달 먼저 수확한다. 특히 탄부면에서 재배하는 난지형 마늘은 일반마늘보다 알이 굵고 커 가공용으로 인기가 높다.

 -일손부족 농촌 들녘 단비 같은 외국인 근로자들-

 내일 태풍이 올라 온 다해서 새벽 2시 반 까지 마늘밭에 비닐로 포장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겨우 일손을 구해 오늘 파종을 합니다.”

1,800여 평의 마늘 밭에 쪼그리고 앉아 정성껏 마늘을 심는 대부분의 농군들은 외국인 여성 근로자들이다. 이날 송 씨 농장에 일을 나온 20명 중 5명의 70-80대 한국 할머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동남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이다.

 

보은군 농촌 인력의 약 70%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감당합니다. 외국인들 아니면 농사도 지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준비하던 밭주인 송 씨가 말한다. 그는 “56년 전까지 만해도 동네 아주머니, 할머니들과 함께 농사일을 했는데 이제는 사람이 없어요. 52살인 제가 우리 마을의 막내입니다.”며 걱정스러움을 표한다.

-농촌의 고령화 추세 지속되고 갈수록 일할 인력이 줄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농업 노동력 부족과 관련, 주요 문제점을 3가지로 요약한다.

첫 번째는 농촌지역의 두드러진 특징인 고령화현상이다. 농촌지역은 인구가 줄어드는 것과 동시에 인구의 고령화가 심각해 군 단위 지역에서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40%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두 번째로는 벼 위주의 생산에서 채소나 과수, 특용작물, 가축 생산으로 농업의 구조가 변화하면서 인력의 수급관계가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셋째로는 계절적인 노동 공급의 부족이 노동의 수요가 많은 파종과 개화·수확시기에 특히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군 단위에서는 농번기 일손부족에 시달리는 농가의 고충을 해결키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쓰고 있다. 이들은 법무부로 부터 90일 단기취업 비자를 받아 입국 후 농가, 시설재배, 과수 등 일손이 많이 필요한 농가에 우선 배정된다.

어느새 우리 농촌은 외국인 근로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는 어떤 농사도 지을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컵라면에 갓 지은 밥을 한 공기씩 뚝딱 해치운 여성근로자들은 다시 삼삼오오 마늘밭으로 향한다.

어느덧 아침 해는 중천에 떠올랐고 외국인 여성농군들의 서툰 마늘심기도 차츰 익숙해가고 있었다.

 보은=곽경근 선임기자 kkkwak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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