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뭉친 일류(日流), 흩어진 한류(韓流)

기사승인 2018-10-13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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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뭉친 일류(日流), 흩어진 한류(韓流)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해방 이후 좌·우로 나뉘어 분열되고 있던 국민들을 단결하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이 썼던 구호다. 이 말은 본래의 뜻에서 확장돼 지금은 여러 부문에서 합동·단합 등의 순기능을 소개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현재 국내 식품기업의 ‘포스트 차이나’는 단연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다. 주력 소비층인 30대 이하 비율이 높은데다가 경제성장률도 매년 7%대로 잠재성이 크다. 각 국가마다 비관세 장벽이 높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중국보다 규제가 심하지 않고 K-pop을 위시한 한류(韓流) 역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멀리하는 무슬람 문화인 탓에 특히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할랄 인증 문제만 해결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실제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은 말레이시아 등지에 출점해 선전하고 있다. BBQ는 말레이시아에만 19개의 매장을 냈고 교촌, 네네치킨도 각각 7개, 4개의 매장을 냈다. 이는 양념치킨 특유의 달고 매콤한 맛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가 말레이시아를 낙점하고 진출하는 것은 할랄 시장 공략을 위해서다. 국내에도 할랄 인증이 있긴 하지만 무슬림 직원이 상주해야하며 갱신을 위한 심사단의 체류비를 지원해야 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말레이시아 무이 인증의 경우 다른 이슬람 국가와도 교차 인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경계해야할 부분도 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국내 치킨 브랜드의 경쟁상대는 일본의 외식 프랜차이즈다. 앞서 1990년대 말레이시아에 진출해 쓴 맛을 본 일본 업체들은 사업을 전면 철수했다. 이후 2000년대 다이소 등 비(非) 외식 브랜드들과 함께 일본 상업지구화 하는 방식으로 재진출했다. 말레이시아 주요 몰에 ‘일본 거리’를 만들어 음식, 쇼핑, 문화 등을 한 번에 체험할 수 있도록 각각 다른 브랜드들이 연계한 것이다. 

쿠알라룸푸르 최대 쇼핑몰인 ‘파빌리온’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지하 1층에서부터 지하 7층으로 이뤄져 약 430개 매장이 입점해있는 파빌리온은 명품 브랜드에서부터 중·저가 브랜드,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시설들이 입점했다. 또한 인근에는 특급 호텔들과 다른 쇼핑몰이 모여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모이는 핵심 상권이다. 

일본 브랜드들은 이 파빌리온 6층에 ‘도쿄 스트리트’라는 특구를 만들었다. 이곳에는 다이소와 카시오 등 공산품을 파는 하나모리 등 액세서리 매장, 수키야, 도쿄동 등 음식점까지 한 곳에 모여있다. 일본 특유의 멋을 살린 인테리어로 치장된 입구에서부터 관광객들은 특별한 느낌을 받게 된다. 도쿄 스트리트 자체가 파빌리온의 독특한 볼거리로 자리잡은 이유다. 

반면 아직 국내 기업들의 연계는 아직 부족하다. 말레이시아에 진출한 연력(年歷)이 길지 않은 이유도 있지만, 우리가 아직 몰(Mall)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에야 스타필드 등 대형 쇼핑몰이 들어섰지만 동남아국가의 경우 특유의 더위와 습함 덕분에 거리매장보다는 몰 매장이 발달했다. 이는 이보다 더 전에 쇼핑몰 문화를 향유했던 서양 자본이 동남아시아에 유입된 이유도 있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사업전략을 수립해야하는 상황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치맥페스티벌 등 동종 브랜드끼리 협업을 통해 상업지역을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지속성이 없다.

해외에 진출한다는 것, 그리고 현지화를 통해 시장에 안착한다는 것은 해당 국가의 문화에 녹아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입맛에만 한정돼서는 안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역시 공을 들여야 한다. 

첫 술에는 배 부를 수는 없다.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만큼, 국내 브랜드들이 다양한 연계를 통해 망울진 한류를 한껏 피워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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