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구 창업칼럼] 상가임대차보호법10년 개정안이 자영업자에게 주는 의미

기사승인 2018-10-12 15: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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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구 창업칼럼] 상가임대차보호법10년 개정안이 자영업자에게 주는 의미소상공인들과 자영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과 창업을 앞두고 있는 예비창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9월20일 국회를 통과했다.
 
월세가 급등하고 건물주가 임차인들을 명도시키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장사하는 임차인들을 보호하는 현실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자영업 종사자들의 절실한 요구에 따라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최근 가로수길, 경리단길, 망리단길, 연트럴파크, 공리단길 등 새로운 이름의 상권과 거리가 생겨나게 되면서 이들이 속한 상권의 건물 값이 큰 폭으로 뛰며 점포의 월세가 급등하고 결국 공실 사태가 발생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이 단어 속엔 무시무시한 의미가 담겨 있다. 상권이 활성화 되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그로 인해 상가들을 구하는 창업자가 많아져 권리금과 월세가 높아진다.

결국 임대인들 즉 건물을 사고 파는 건물주들과 부동산 거래업자들과의 활발한 빌딩 거래가 이루어지면서 상가임대료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급등한다. 이로 인해 상권이 번성하기 전에 터를 잡고 장사를 하고 있던 상인들은 치솟는 월세 등의 임차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상권에서 반 강제적으로 쫓겨나게 된다. 사실 임차인들은 '재주'를 부리고 돈은 임대인들이 챙겨가는 셈이다. 

이와 같이 임차인들의 노력으로 발전된 상권은 정작 오랜 시간 그들이 점유하며 사업을 유지하지 못하고 투기와 투자를 위한 임대인들이 건물을 사들이며 월세를 높여 개인 임차인들이 상권에서 퇴출되게 된다. 그나마 이번 상임법 개정은 다소 상인들의 적정기간 안정적인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는 데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이번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크게 다섯가지이다.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권이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 △ 권리금 회수 보호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 △ 권리금 보호 대상에 전통시장 상인들도 포함 △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 △ 5년 이상 동일 임차인에게 점포를 임대해 줄 경우 6년째 계약분부터 매년 임대사업으로 인한 소득 발생분의 소득세와 법인세를 5% 감면 등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개정안의 내용은 법적으로 10년간 한 자리에서 장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것이다. 계약을 최장 10년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이른바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났다.

따라서 임대인은 10년 동안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다만, 이 계약갱신요구권이 현재 장사를 하고 있는 임차인에게 모두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1월1일, 법 시행 이후에 새롭게 계약을 하는 신규임대차 계약자인 임차인에 한하며 시행 전에 단 한 번의 임대차계약이라도 갱신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는 임차인에게 적용된다.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계약갱신 요구권 10년 연장은 장사하는 임차인들의 입장에서 대환영할 만한 일이다. 사실 적지 않은 권리금이 오가는 우리나라 창업시장에서는 5년의 제한적 운영기간 동안 기대이상의 수익을 내기가 결코 쉽지 않다. 

창업시에 기존 점포에 권리금을 주고 새로운 시설과 인테리어까지 할 경우 장사에 필요한 투자 원금은 상당히 커지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투자대비 수익과 투자 원금회수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는데 실제 5년 후 건물주에게 명도를 당할 경우 처음 개점할 때 소요된 ‘투자금 회수’와 운영기간동안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느냐가 항상 문제였다. 특히 프랜차이즈로 창업할 경우는 개인 독립형 창업보다 시설비 등의 제반 비용이 약 30% 내외가 더 소요되기 때문에 더욱 투자금 회수에 대한 문제에 대해 신중해야 했다.

가령, 보증금 1억원과 권리금, 인테리어 비용, 본사 가맹금 등의 개점에 필요한 비용 2억원을 포함해 총 3억원을 투자하여 커피전문점을 창업했다고 가정하자. 카페를 창업할 경우 최소 적정 투자대비 수익률 월 2%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해 보면 월 순수익이 600만원이 된다. 1년 순수익은 7200만원, 3년 순수익은  2억1600만원인 셈이다.

그렇다면 3년 정도는 정상적으로 장사를 해야 보증금을 제외한 개점투자비용을 뽑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기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계약갱신요구권 5년 하에서는 3년을 제외한 2년간의 수익만이 실제 수익이 되는 것이다. 이 마저도 정상적인 흑자 운영의 경우에 해당되는 얘기다. 적자를 볼 경우는 투자원금은 그대로 날리게 된다.

따라서, 이번 상가임대차보호법 10년 계약갱신요구권은 그래서 의미가 더욱 크다. 법에서 정하는 예외조항에 해당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마음 편히 10년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번 개정안의 내용은 창업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임차인에게 점포 운영의 기간연장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임대인의 '슈퍼 갑질'에서 다소 심적으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처럼 ‘100년 식당’과 같은 역사적인 음식점이 많이 생기기 위해선 건물을 투기의 대상 과 임차인을 단순히 임대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우리 부동산 문화가 빨리 사라져야 한다.

글=이홍구 창업컨설턴트 (한국창업트렌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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