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소주에 고춧가루 타먹는 게 약? 감기에 대한 진실

기사승인 2018-10-18 14: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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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는 소주에 고춧가루 타먹는 게 약? 감기에 대한 진실

코 밖으로 내쉬는 공기가 차가워지는 가을이 되면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살펴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감기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1954만 4919명으로 집계됐다. 감기(급성비인두염, Common cold)는 바이러스를 포함한 여러 병원체에 의한 급성 상기도 감염이며,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감기에 관해서는 ‘감기는 추울 때만 걸리는 것이다’,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먹으면 감기가 낫는다’, ‘주사 한방이면 완치된다’ 등의 민간요법과 속설들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속설들은 과연 의학적 근거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낭설에 불과한 것일까?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를 통해 감기에 대한 진실을 알아봤다.

흔히들 날씨가 추워지면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기와 추위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기온이 낮아지면 바이러스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고 하는데, 극지방에서는 너무 추워 오히려 바이러스의 서식에 맞지 않아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드물다. 김 교수는 “가을에 감기가 유행하는 이유는 공기가 건조해지기 때문이다. 건조해진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가 쉽게 침투할 수 있다”며 “또 날씨가 추워지면 사람들은 실외활동을 줄이고 실내에서 머무르게 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환기를 잘 하지 않기 때문에 감기 바이러스가 전염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사실상 주사 한방으로 감기를 치료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현재 감기 바이러스를 직접적으로 완벽히 제거하는 치료제는 없다. 그에 따르면 보통 감기에 걸렸을 때 맞는 주사는 각각 고열·기침·통증 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며, 먹는 감기약 역시 마찬가지로 각 증상에 맞게 다양한 약제로 치료한다.

‘예방주사를 맞았다가 오히려 감기에 걸릴 수도 있다’는 속설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독감예방 백신도 소량의 바이러스를 주사해 면역력을 기르는 것이기 때문에 몸이 약한 사람들은 오히려 감기나 독감에 걸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독감예방백신은 맞은지 약 2주 뒤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동안에 ‘일반 감기’에 걸려서 독감에 걸렸다고 착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따뜻한 이불속에 들어가 땀을 내면 더 빨리 낫는다’는 속설에 대해서도 그는 “실제 감기 중에는 땀을 푹내고 나면 저절로 낫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감기는 200여개의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기에 단순히 몸의 온도를 높여 땀을 뺀다고 모든 감기가 완치가 되는 것은 어렵다. 오히려 몸의 온도를 높이고 쉬면서 저절로 면역력이 회복돼 낫게 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으면 감기가 낫는다’는 말은 사실일까? 김 교수는 “소량의 알코올은 심장박동을 빠르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해서 일시적으로 몸이 가뿐해지며 기분이 좋아지게끔 한다”며 “10여년 전 한 방송사에서 이러한 내용으로 감기 환자가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었을 때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개인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한, 두잔 정도를 마셨을 때는 감기 증상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나 이것은 알코올에 의한 일시적인 효과이다. 근본적인 원인제거에는 효과가 없을뿐더러, 알코올은 위장과 간의 기능을 저하시켜 전체적인 컨디션이 저하되게 한다”며 “고춧가루를 탄 소주를 먹는 것보다는 충분한 휴식과 수분섭취, 그리고 균형 잡힌 영양섭취를 하는 것이 최선이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비타민C가 감기 예방 또는 증상 완화에 좋다는 속설에 대해서는 “2004년 29개의 관련 연구결과, 운동선수 같은 격렬한 신체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비타민C 섭취 시 50%정도의 감기예방 효과가 있었으나, 일반인에게는 감기예방 효과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감기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수분과 균형 잡힌 영양분을 섭취하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며 “명확히 효과가 입증되지 않는 방법으로 감기를 치료하다가 오히려 병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여러 속설에 대해서 맹신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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