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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인인지 죄인인지, 비방 난무하는 국정감사장

증인인지 죄인인지, 비방 난무하는 국정감사장

유수인 기자입력 : 2018.10.26 00:18:00 | 수정 : 2018.10.26 13:20:28

지난 24일 여의도 국회에서 국립중앙의료원(NMC)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 4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이날 자리에서는 시작부터 끝까지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한 감사가 주를 이뤘다. 

공공의료 최전선이라는 타이틀을 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대리수술 의혹은 물론 마약류 관리 부실, 마약 투약 간호사 사망, 불법 독감 백신 유통 등 이슈가 연이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이날 기관증인으로 참석한 정기현 의료원장은 감사 시작 전 “의료원에서 발생한 일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쓴소리를 통해 조직혁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감사장에서는 논란이 된 사건들 외에도 낙후된 시설과 부족한 인력, 의료기기 직원의 자유로운 수술실 출입기록, 간호사의 마약 투약 사실 은폐, 의료원 운영 자질 등의 문제도 제기됐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해야 할 의료기관에서, 그것도 국가가 지정한 공공의료기관에서 발생한 일들이기에 마땅히 받아야 할 지적들이었다. 그러나 의원들은 NMC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에 더 나아가 정 원장을 ‘비난’하는 언행도 서슴지 않았다.

올해 1월 취임 당시 정 원장은 ‘코드 인사’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지방 중소병원을 운영하던 원장이 복지부 산하 의료원장을 맡게 됐다는 점, 과거 문재인 대통령지지 모임인 ‘더불어 포럼’ 창립 멤버였다는 점,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다는 점 등의 이유에서다. 이를 근거로 국감장에서는 “소박한 동네 병원장이 대통령과 친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국립중앙의료원장이 됐다. 그 후 계속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능력 없는 사람이 왜 그 자리에 있는가. 사퇴하라”, “원지동 이전 관련 복지부에 문제를 제기해라. 대통령이랑 친하다면서”, “복지부 A과장에 ‘무릎사과’하자 해당 과장이 대기발령됐다.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 아니냐”, “실세이긴 한가보다”라고 하는 등 비방과 비난이 이어졌다.

정 원장이 “사실이 다른 것들이 있다”고 말하며 해명하려고 하면 의원들은 “사실인 것만 말해라”, “더불어 포럼 멤버가 맞지 않느냐”, “무릎을 꿇었는지 안 꿇었는지만 말해라. 꿇지 않았느냐”며 말을 막아섰다. 정 원장이 “맞다. 무릎을 꿇었지만 서로 잘해 보자고 같이 꿇었다”라고 답변했지만 그의 말은 그저 ‘변명’으로 취급됐다.

감사 중간중간에는 정 원장의 답변 태도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말이 느리다”, “말을 빨리해달라” 등이었다.

이제껏 밝혀진 일들에 대해 그의 책임이 분명히 있지만, 그간의 의혹에 대한 그의 해명이 듣고 싶었던 나로서는 의원들의 거센 비난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사건의 내막을 알려고 하기보다는 ‘예’, ‘아니오’, ‘맞다’, ‘아니다’의 단답을 요구하는 방식도 불편했다. 

마치 자극적인 내용으로 ‘어그로(주제에 맞지 않은 글이나 악의적인 글을 올리는 사람 또는 관심을 끄는 사람을 일컫어 이르는 말)’를 끄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정말 NMC의 개선을 위한, 국민을 위한 질의였다면 정 원장이 답이 어떻든 적어도 해명할 기회를 줬어야 했다. 그리고 그 답변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어야 했다. 비난(非難)과 비방(誹謗), 비판(批判)은 엄연히 다르고, 판단은 국민의 몫이니까.

물론 국정감사라는 자리가 부정을 저지른 공공기관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공간은 아니다. 그러나 의원들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발생한 일들이 의료원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 내부 적폐가 원인이라는 점, 부실한 공공의료 관리체계도 한몫을 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남은 국정감사 기간에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발전을 위한, 더 나아가 의료계의 적폐청산을 위한 의원들의 날카로운 비판이 이어지길 희망한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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