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멍난 오너리스크 방지법… 손질이 필요하다

기사승인 2018-11-01 0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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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멍난 오너리스크 방지법… 손질이 필요하다제궤의혈(堤潰蟻穴)은 한비자의 성어에서 유래된 말로 천 길 제방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소홀히 한 일이 큰 일을 망칠 수 있다는 뜻이다.

내년 1월 1일부터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이른바 ‘오너리스크방지법’이 발효된다. 

해당 법률은 지난해 프랜차이즈 시장을 들끓게 했던 오너들의 범법 행위와 갑질 등에서 파생된 불매운동으로부터 가맹점주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발효를 불과 한달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의문부호는 지워지지 않고 있다.

오너리스크방지법은 지난해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이 20대 여직원을 호텔로 강제로 끌고 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거론됐다. 당시 최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막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불매운동은 실패했다. 사회적 물의를 빚은 프랜차이즈 오너들에 대해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징계방법은 사실상 불매운동뿐이지만, 피해는 가맹점주들에게 돌아갔다. 실제로 뒤이어 불거진 MP그룹 정우현 전 회장의 갑질 논란 등으로 불매운동이 이어지자 당시 미스터피자 가맹점 매출은 30% 가까이 줄어들었다. 

따라서 실질적인 효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현재 오너리스크방지법은 ‘가맹본부 또는 가맹본부 임직원의 책임 있는 사유로 가맹사업의 명성이나 신용을 훼손하여 가맹점 사업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의무에 관한 사항을 가맹계약서에 필수적으로 기재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오너리스크에 따른 손해배상을 다루고 있으나 면밀히 들여다보면 구멍이 많다. 

현재 갑질 논란 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일부 프랜차이즈 CEO들의 경우처럼 직함만 내려놓고 지분을 그대로 쥐고 있는 경우 손해배상의무를 지지 않는다. 또한 ‘가맹본부 책임으로 가맹점 사업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한 입증 주체도 문제다. 오너리스크는 관련법상 ‘가맹계약 위반’에 해당돼 이에 대한 민사손해배상은 가맹점주가 오너리스크로 인한 피해를 직접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멍을 메우기 위해서는 임원과는 별개로 오너 또는 특수관계인을 손해배상 책임의 주체로 명시하도록 강제해야한다. 또한 손해발생에 대한 입증 책임을 가맹본부로 지정해 투명하게 공개해야하며, 손해배상 위약금을 최초 계약시 가맹계약서상에 기재하도록 명문화해야한다. 물론 이러한 가맹점주보호책이 가맹본부를 무차별적으로 규제하는 족쇄가 되지 않도록 수순과 단계를 세밀하게 두어야 한다. 

의도가 좋았다고 해서 결과가 뭉개져서는 안 된다. 프랜차이즈업계가 고난을 감내하며 피워난 상생의 작은 결과물을, 정부와 관계부처는 결코 소홀히 두어서는 안된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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