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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전지윤 “이젠 실패가 두렵지 않아요”

전지윤 “이젠 실패가 두렵지 않아요”

이은호 기자입력 : 2018.11.01 00:01:00 | 수정 : 2018.11.01 08:29:01

사진=전지윤 제공

가수 전지윤은 요즘 매일 바쁘다. 몸담고 있던 그룹 포미닛이 해체해 홀로서기에 나선 지 벌써 2년.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어도 마냥 쉬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동안 꾸준히 자작곡을 냈고 틈틈이 외부 활동도 했다. 지난 3~5월에 열린 미술 전시회 ‘보타니카: 퍼플 엘리펀트’(BOTANICA: Purple Elephant)에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고 최근엔 경영에 관심이 생겨 공부 중이다.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소처럼 일하고 있어요. 하하하.” 전지윤은 이렇게 말하며 경쾌하게 웃었다.

그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신곡 ‘샤워’(Shower)는 한 달하고도 보름쯤 전에 쓴 노래다. 샤워를 하며 상처와 후회, ‘흑역사’를 떠올리는 자신의 모습에서 소재를 얻었다. 스러지는 비누거품처럼 아픈 기억도 씻겨나가길 바란다는 내용이다. 남성 보컬 니화가 피처링으로 힘을 보탰다.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 모든 일을 혼자 해내는 전지윤은 니화도 직접 섭외했다.

“혼자인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웠고 때론 외롭기도 했어요. 그런데 한 번 물꼬를 트고 나니, 제가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이 보여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요.”

전지윤은 지난 3월 스스로 ‘복면가왕’이 됐다. 힐(Heel)이라는 예명 뒤에 숨어 솔로곡 ‘그건 내가 정할 수 없는 거라서’를 낸 것이다. 그는 팬들에게도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온전히 음악으로만 평가받고 싶다는 판단에서였다. 홍보는 물론, 음원사이트 메인 페이지에도 소개되지 않는 ‘단순 발매’ 방식을 택했다. 덕분에 이 노래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지윤은 “단순 발매로는 곡을 내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웃었다.

사진=전지윤 제공

그래도 전지윤은 씩씩하다. 음원 순위에 목을 매는 것이 옛날 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포미닛으로 활동할 당시엔 사정이 달랐다. 한 장의 음반을 내는 데 수많은 인력이 투입됐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투입된 자원에 비례해 커졌다. 전지윤은 신곡 하나를 내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어요. 저는 이미 계속 실패해왔거든요. Mnet ‘언프리티랩스타2’나 KBS2 ‘불후의 명곡’ 같은 경연 프로그램에서 꼴찌를 한 적도 있고요.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그 때의 경험들이 저를 단련시켜줬어요.” 

그래서 전지윤은 자신을 둘러싼 말에도 의연하다. 친구들이 그가 랩을 하다가 실수하는 동영상을 보내며 짓궂게 놀려도 그는 웃으며 넘긴다. 가끔 ‘흑역사’가 떠오르면 쥐구멍에 숨고 싶은 기분이 들곤 하지만, 그 뿐이다. 전지윤은 자책감이나 자기 비하와는 거리가 멀다. 그는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은 1초도 안 한다.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전지윤은 떡잎 때부터 달랐다. 2008년 큐브엔터테인먼트에 연습생이 돼 1년 만에 포미닛 멤버로 데뷔했다. 17명의 ‘데뷔 후보’에도 들지 못했던 그가 포미닛이 될 수 있었던 건, 남다른 성실함 덕분이었다. 전지윤은 자신보다 4~5년 이상 오래 연습한 친구들을 따라잡기 위해 밥 먹는 시간까지 포기하며 연습에 매달렸다. 가수가 된 뒤에는 ‘현아와 아이들’이라는 조롱을 떼어내고 ‘전글라스’라는 애칭을 얻었다. 선글라스를 쓰고 랩을 하는 모습이 강렬해서 붙은 별명이었다. 

사진=전지윤 제공

주체적인 삶도 그에겐 중요한 화두였다. ‘매니저의 보살핌만 받다가는, 내 힘으로 아무것도 못하겠다’는 생각에 홀로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세상과 부딪혔다. 타인의 결정이나 사정 때문에 자신의 앞날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자각한 뒤부터는 자신이 의사 결정권자가 돼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다. 20대 중반 때 겪은 일이다. 당시의 경험은 훗날 그가 홀로서기를 했을 때 좋은 거름이 돼줬다. 

“포미닛이 해체되고 소속사가 없었을 땐 정말 불안했어요. 백수가 된 거잖아요. 혼자 활동을 한다고 한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그래서 하루에 서너 명씩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어요. 모두 관계자들이었죠. 어떤 날은 마케팅 부서 사람, 다음날은 홍보팀 사람, 회계나 경영지원 업무를 하는 사람…. 그러면서 실무를 배웠죠.” 

전지윤은 다시 태어나도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단다. 무대에서 들은 함성을 잊을 수 없어서다. 지금은 화려한 조명에서 벗어나 있지만, 음악에 대한 욕심은 여전히 뜨겁다. “세상 일이 마음대로 되나요”라며 웃은 뒤에도 “목표는 항상 1등”이라고 덧붙였다. “목표는 언제나 1등인데, 어색한 1등은 싫어요. 누구나 ‘그래. 이런 노래가 1등해야지’라고 생각할 만한 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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