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완벽한 타인' 염정아 "저, 다시 멋있어질 수 있겠죠?"

기사승인 2018-11-01 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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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완벽한 타인' 염정아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속의 수현은 남편에게 복종하는 여자다. 까칠한 남편 태수(유해진)는 매사에 불만이 많고, 수현은 태수의 불만에 언제나 ‘네’라고 답한다. 언뜻 보면 ‘정말 저런 사람이 있을까?’싶지만,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염정아는 “수현 캐릭터가 답답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시나리오를 보고 수현에게 크게 공감했다”고 말했다. 

“수현이 같은 여자들은 실제로도 많아요. 우리 어머니 세대에는 워낙 흔했고, 지금 제 세대에도 분명히 존재하죠. 하지만 그건 수현이의 성격이라고 생각해요. 자기가 못났고, 남편이 잘났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남편이 좀 까칠하지만 내가 맞춰 주면 가정도 편안하다고 생각하며 좋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죠. 제가 배우로서 보여준 적이 없는 모습이라는 점도, 수현이라는 배역이 끌렸던 이유예요.”

‘완벽한 타인’은 7명의 배우들이 그야말로 완벽하게 호흡을 맞춘 영화다.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모여 티키타카 대사를 주고받는 시퀀스를 보고 있으면 쾌감이 올 정도다. 염정아 역시 ‘완벽한 타인’에 임할 때 든든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놓친 것이 설사 있다 하더라도 다른 배우들이 탄탄하게 메꿔 주리란 믿음 덕분이다.

“부담이라곤 조금도 없었어요. 제가 뭔가 실수하면 다른 배우들이 잘 마무리해주겠지 싶었죠. 리딩부터 본 촬영까지 언제나 든든했어요. 서로 배역이나 대사에 욕심을 낼 만도 한데, 모두가 하나같이 자신의 역할을 잘 하자는 책임감으로만 무장한 분이라 시너지 효과가 절로 났죠. 촬영하며 하루 세 끼를 매번 같이 먹게 되는 경우가 흔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식구 같았어요. 식구끼리는 밥 먹으면서 온갖 이야기를 다 하잖아요. 서로 숨기는 것도 없고, 연기 이야기도 많이 했어요. 늘 즐거웠죠.”

염정아는 지난해부터 쭉 ‘열일’하고 있다.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염정아의 필모그래피는 다양한 캐릭터를 담고 있어 더욱 환영받았다, 작품도 좋은데다가 그녀가 보여주는 연기는 더할 나위 없다. 그에 염정아는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저라고 일하기 싫었을까요. 그 전에도 항상 꾸준히 작품은 하고 싶었는데, 비교적 좋은 작품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난해부터 운이 좋게도 연달아 제가 하고 싶었던 작품들이 들어왔죠. 타이밍도 좋았어요. 하나 끝나면 그다음에 또 다른 작품을 하나 할 수 있도록 스케줄도 잘 맞았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런 작품을 받은 것도 제 복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뺑반’을 찍었는데, 촬영 당시에 제가 느낀 건 ‘와, 나 다시 또 멋있어질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었어요. 예전에 대중이 좋아하던 ‘멋진 염정아’의 모습이 조금씩 보였거든요. 지금 제 짧은 머리도 ”뺑반‘ 촬영하며 잘랐다가 다들 멋지대서 유지 중이에요. 하하.“

어느덧 데뷔 20년차가 넘었다. 염정아는 데뷔 초의 자신을 돌아보며 “사람 귀한 줄 잘 모르고 철없이 굴었다”고 말했다. 주변인들의 이해와 관심 덕에 나이 들며 점점 너그러워지고, 그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됐단다.

“어릴 때부터 언제나 성실하고 싶었고, 성실하게 일했지만 철이 없긴 했어요. 어느 순간 그러지 말아야겠다 싶었죠. 남들이 저를 볼 때 차가운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곤 했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주변인들 덕분에 더 너그러워지고 이해심도 생긴 것 같아요. 더 나이가 들면 좋아질 수도 있을까요?”

“언제나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연기도 제가 더 잘 해야 하고, 뭐가 잘하는 건지 터득하고 싶은데, 제가 터득할 때까지 기회가 있으리란 법 없다는 게 가장 무서워요. 요새는 경쟁자도 많고요. 저 신인 때는 많이들 기다려주셨는데, 지금은 예전과 달라요. 제가 잘 하는 법을 터득할 때까지 다들 기다려주지 않으니 일단 열심히 해야 될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도 같은 말을 해 주고 싶고요.”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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