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동욱의 윤화평

김동욱의 윤화평

기사승인 2018-11-14 00: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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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수밖에 없는 열연이었다. OCN 수목극 ‘손 더 게스트’에서 영매 윤화평 역을 맡은 김동욱의 이야기다. 김동욱은 지난 11일 방송된 최종회에서 악령 박일도를 몸에 담고 바다로 뛰어드는 모습을 그렸다. 방송 후 실시간 검색어 1위는 김동욱의 몫이었다. 윤화평과 박일도를 오가는 강렬하면서도 섬세한 연기가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덕분이다.

김동욱이 연기력으로 시선을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영화 ‘신과 함께 : 죄와 벌’에서 그가 연기하는 수홍이 어머니의 꿈에 등장하는 부분은 작품 중 가장 자주 조명되는 장면이다. 그는 후속편인 ‘신과 함께 : 인과 연’에서도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며 영화를 이끌었다.

드라마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서울 영동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동욱은 ‘손 더 게스트’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고 털어놨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신과 함께’ 다음 출연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부담감이 컸을까. 김동욱은 고개를 저었다.

“‘손 더 게스트’는 시작할 때부터 많은 분들이 흥미로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하지만 그만큼 감독님과 제작진, 배우들이 해내야 할 것이 많은 드라마이기도 했어요. 영매의 자질을 타고나 외롭게 자란 인물이 실체가 없는 악령을 쫓는다는 설정은 재미있었지만, 그런 역할을 맡아 시청자를 설득해야 하는 부분이 쉽지 않았죠.”

김동욱이 연기한 윤화평은 평범함과 비범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이었다. 영매라는 특성이 있지만, 적을 물리칠 수 있는 큰 힘은 없었기에 박일도를 추적하며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주변의 불행도 끊이지 않았다. 김동욱은 강하지 않고 불행한 주인공 윤화평을 어떻게 이해하고 표현했을까.

“윤화평에 관해 작가님,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윤화평이 박일도라는 큰 존재를 상대하면서 어떤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까,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부족하지 않은가 고민하기도 했죠. 극 중에서 윤화평의 역할은 의지와 절실함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것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최윤(김재욱), 강길영(정은채)과 함께하며 그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계속 동기와 의지를 북돋는 것이요. 그런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마지막에 해결책을 찾아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어요”

[쿠키인터뷰] 김동욱의 윤화평

해결책이자 절정이었던 최종회의 박일도 빙의 장면도 긴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김동욱은 16회 대본을 받아들고 그 장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매일 고민했다고 말했다. 윤화평이 박일도를 받아들인 후에도 시청자가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는 설명이다.

“박일도가 빙의된 윤화평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윤화평 같지 않게 표현하는 게 중요했어요. 연기의 톤을 잡는 게 쉽지 않았죠. 특히 바다를 배경으로 촬영했던 수중 장면은 모니터를 전혀 하지 못해 힘든 작업이었어요. 여덟 시간 정도 물속에서 촬영했는데 그 순간 최대한 집중했죠.”

드라마가 끝난 후 곧바로 시즌2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손 더 게스트’의 여운은 짙었다. 김동욱은 “시청자가 윤화평에 대해 얼마나 공감했을지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윤화평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사실 배우가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는 보시는 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죠. 다만 제 개인적인 바람은 한 해 한 해 배우 생활을 하며 시간을 허투루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 그저 그런 시간을 보내는 배우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때도 있을 테고, 때로는 부족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도 있겠죠. 그런 과정에서 계속 고민하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조금씩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연기의 끝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키이스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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