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前 대법관 줄소환에도 침묵 지키는 양승태

前 대법관 줄소환에도 침묵 지키는 양승태

기사승인 2018-11-22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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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0분. 영화 내용이 절정에 다다르는 순간입니다. 대개 이쯤 되면 주인공 간의 갈등이 해소되고 미스터리의 실마리가 잡힙니다. 가려졌던 흑막이 등장하기도 하죠.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사법농단’ 의혹도 마지막 10분을 남겨둔 모양새입니다. 검찰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그림자’에서 시작한 의혹을 ‘턱밑’까지 추격해왔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의 최측근이었던 법관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오는 23일 고영한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계획입니다. 검찰에 따르면 고 전 대법관은 법원행정처장을 지내며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 확인 행정소송에 개입한 의혹과 판사 블랙리스트를 운용했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앞서 검찰은 박병대 전 대법관과 차한성 전 대법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습니다. 이들 또한 일제 강제동원 피해 소송에 개입, 재판을 고의 지연 시켰다는 의혹을 받습니다. 박 전 대법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개입 의혹, 헌법재판소 기밀 유출 혐의 등에도 휩싸였습니다. 사법농단의 핵심 인물로 불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14일 재판거래 의혹 등 30여개의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이들은 모두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장의 지휘에 따라 법원의 인사와 예산, 사법제도 연구 등을 관장합니다. 결국 전직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대법관들의 혐의는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정점에 있다는 방증이 됩니다.  

[친절한 쿡기자] 前 대법관 줄소환에도 침묵 지키는 양승태법원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습니다. CBS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6일 조사,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사법농단 사건 의혹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61.9%가 ‘사법부를 신뢰하기 어려우므로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 도입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법원 내부에서는 환부를 도려내야 한다는 주장까지 일고 있습니다. 전국대표법관회의는 지난 19일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한 탄핵이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경기 성남 자택 앞 기자회견 이후 그 어떠한 입장 표명도 내놓지 않고 있죠. 당시 그는 “재판을 흥정거리로 삼아 방향을 왜곡하고 거래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며 “(법원행정처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재판에 특정한 성향을 나타낸 법관에게 편향된 조치를 하거나 어떤 불이익도 준 적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재판거래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주장과는 다른 증거들이 속속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재판에 개입했다는 정황과 사법행정을 비판한 판사들을 지방으로 전보 조치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나는 몰랐다’는 말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양 전 대법관은 당시 사법부 수장으로서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사법농단 피해자들 및 법원의 신뢰를 떨어트린 것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합니다. 만약 검찰 조사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증거를 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영화가 끝나기 마지막 10분. 악행을 저질렀던 이가 ‘개과천선’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끝까지 침묵을 고수한다면 ‘반성’의 기회는 영영 사라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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