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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5G 상용화 앞둔 한국에 ‘통신 재난’이 남긴 것

5G 상용화 앞둔 한국에 ‘통신 재난’이 남긴 것

이승희 기자입력 : 2018.11.28 02:00:00 | 수정 : 2018.11.27 17:45:44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말하기엔 피해가 너무 크다. 지난 24일 KT아현국사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이야기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약 80억원의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추산된다. 휴대전화, 유선전화, IPTV, 인터넷, 카드 결제, 현금 인출 등 인터넷과 통신을 기반으로 한 모든 것이 먹통이 됐다. 그야말로 ‘재난’이었다.

통신망이 먹통이 된 사회는 생각보다 끔찍하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마트폰이 먹통인 상황을 상상해보라. 재난문자 수신이 불가능하니 단말기 문제라고 생각할 수밖에. IPTV가 나오지 않고 인터넷 전화마저 되지 않을 때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할 것이다. 통신이 되는 곳을 찾아 거리로 나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곳곳에는 ‘현금 결제만 받습니다’는 종이가 붙은 상점들이 가득하다. 스마트폰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시대에 현금 요구만큼 당황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있는지도 몰랐던 공중전화를 찾아 거리를 헤맬 때 우리는 깨닫게 된다. 인간이 이토록 무기력한 존재였나. 디스토피아에서나 볼법한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이다.

통신 재난은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한 아현지국은 D급 통신 시설에 해당한다. D급 통신 시설은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시설을 점검해왔다. D급 지사는 백업 회선의 설치 의무가 없어 케이블 장애가 발생할 경우 속수무책이다. 이에 더해 500m 미만 통신구였던 탓에 스프링클러 역시 설치되어 있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 아현지국 외의 지역에서도 언제든 통신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를 사는 이유다.

업계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음을 지적한다. 통신망이 이중화, 즉 백업망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아현지구 화재 사고처럼 모든 망이 불타버리면, 백업망 역시 단절되어버릴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백업망을 다른 사업자의 망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비용 문제로 쉽지 않다. 언제 발생할지 모를 화재를 위해 모든 지국에 백업망을 구축하는 것도, 망 구축 비용을 이용자에게 짊어지게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되지 않은 곳에도 설비를 갖추는 것 정도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5G 조기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이통3사는 내년 3월 5G 조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그보다 앞당겨 내년 2월 상용화를 하겠다고 장담할만큼 통신사간 최초 경쟁은 치열하다. 통신3사는 당초 준비한 결과물을 이달 말 공개할 예정이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8일, KT는 29일 자사 5G 서비스 소개 관련 기자 간담회가 계획되어 있었다. 현재는 사고 수습을 우선하기 위해 이통3사 모두 간담회를 취소한 상태다.

이통3사의 간담회 취소는 긍정적으로 해석 가능하다. 5G가 의료, 전장, 통신 등 무수히 많은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점을 고려한다면 신중해야 한다. 5G 상용화 상황에서 망에 문제가 생길 경우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다. 잠깐이지만 이통사와 정부에 5G라는 미래 먹거리를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무조건 조기 상용화에 집착할 것이 아니다. 재난에 속수무책인 서비스를 누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겠는가. 보다 안전하고 신속하게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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