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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타이거JK “드렁큰타이거와 팬들의 추억, 위대해요”

타이거JK “드렁큰타이거와 팬들의 추억, 위대해요”

이은호 기자입력 : 2018.11.29 00:01:00 | 수정 : 2018.11.28 22:34:21

사진=필굿뮤직 제공

래퍼 타이거JK는 한 때 자신이 ‘망한 가수’라고 생각했다. 동료 가수들이 100만장씩 음반을 팔아치울 때, 자신의 음반 판매량은 고작해야 15만장을 웃돌아서다. 하루에 쓸 수 있는 돈은 고작 2500원. 방송국에 가면 소파에 앉을 수도 없어 화장실 옆에 간이 대기실을 만들어 썼다. 타이거JK는 덕분에 “미친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했다. “‘어차피 우린 망했는데, 뭘 더 바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특이하고 재밌는 음악이 많이 나온 것 같아요.”

“서봐, 돌아봐, 개인기가 뭐야” 요구에…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1991년 미국. 래퍼 아이스큐브는 재미 한국인을 겨냥한 ‘블랙코리아’(Black Korea)를 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타이거JK는 이 노래를 듣고 분개했다. 이듬해 열린 힙합 페스티벌에서 그는 한국인에 대한 편견을 깨겠다며 ‘콜 미 타이거’(Call Me Tiger)를 불렀다. 미국에서 살고 있던 또 다른 한국인 청년은 그런 타이거JK를 눈여겨봤다. 훗날 타이거JK와 드렁큰타이거를 꾸린 DJ샤인이다.

촉망받던 ‘힙합 꿈나무’는 1995년 조국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랩에 관심을 보이는 음반 제작자들이 있다는 얘기에 마냥 행복했다. 하지만 오디션에서 그가 들은 말은 ‘돌아봐’ ‘점프해봐’ ‘개인기가 뭐야?’ ‘춤 춰봐’ 따위였다. 어떤 이는 그에게 ‘드렁큰타이거는 레슬러 이름 같으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쌍꺼풀 수술을 권유하는 이도 있었다. 타이거JK는 “충격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는 이런 경험에서 나왔다. 

1999년 데뷔한 타이거JK는 힙합의 불모지였던 국내에 정통 힙합을 뿌리내린 ‘힙합 대부’다. ‘난 널 원해’, ‘소외된 모두 왼 발을 앞으로’, ‘편의점’ ‘몬스터’(Monster), ‘8:45 헤븐’(8:45 Heavem) 등 히트곡도 많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오래 활동해서 대우해주시는 것 같다. 내가 한 번도 히트해본 적이 없다는 걸 모르신다”며 쑥스러워했다.

사진=필굿뮤직 제공

악몽 같던 5년 “음악 그만 두려고 했어요

타이거JK는 지난 5년을 ‘방황기’라고 말했다. 전 소속사로부터 수억 원대의 사기를 당한데다가 ‘베스트 프렌드’였던 아버지마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아침에 눈을 뜨면 소주 두 병을 마시고 하루를 시작했을 정도였다. “남들은 호상이라고 말했지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너무 힘들었어요.” 생계가 곤란해 음악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집 근처에 학교가 많아서 떡볶이 장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등하교 시간에는 한 시간 동안 학생들이 지나 다닌다. 어머니가 ‘여기는 딱 떡볶이를 팔아야하는 곳’이라고 했다”며 웃었다.

방황을 끝낸 타이거JK는 새 음반을 위해 이리저리 발로 뛰었다. “살아남기 위해” 기획사도 직점 만들었다. 음반 제작에 필요한 선급금을 빌릴 수 있다는 얘기에 윤미래, 비지와 함께 유통사를 찾아기도 했다. “머릿속엔 5억을 가져갔는데, 막상 (유통사에 가선) 용기가 안 났어요. 하하.” 돈을 빌려 음반을 만들고 행사를 하며 빌린 돈을 갚았다. 무턱대고 방송국 PD에게 전화해 ‘우리 노래 나왔는데 뮤직비디오 좀 틀어주세요’ 한 적도 있다. MBC ‘무한도전’을 연출하던 김태호PD만이 아무 조건 없이 그들의 뮤직비디오를 방송에 내보내줬다.

“팬들과 나눈 추억과 감동, 위대하게 느껴져요”

지난 22일 내놓은 정규 10집 ‘X: 리버스 오브 타이거JK’(Rebirth of Tiger JK)는 드렁큰타이거로 발매하는 마지막 음반이다. 30곡이 두 장의 CD에 빼곡하게 담겼다. 래퍼 도끼(‘이름만 대면’),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RM(‘타임리스’) 등 피처링 가수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RM과의 작업은 특히 아찔했다. 작업물을 주고받던 시기에 방탄소년단이 미국에서 ‘대박’을 내자, 타이거JK는 협업을 절반쯤 포기했단다. 그는 “자꾸 RM을 우려먹는 것 같아 조심스러운데…적극적으로 나서준 RM에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혈기왕성하던 청년은 아내와 아이를 둔 가장이 됐다. 그러면서 타이거JK에겐 조심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드렁큰타이거에게 마지막을 고하기로 한 것도 그래서다. 그는 “다듬어진 표현들만 쓰다보면 드렁큰타이거의 추억이 팬들에게 멋지지 않게 남을 것 같았다”고 했다. 드렁큰타이거로 살면서 팬들과 나눈 기억은 그에게 “굉장히 위대”하게 남았다. 혼자만 느낀다고 생각했던 감정에 팬들이 공감하는 걸 보면서, 타이거JK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

요즘 타이거JK는 고민이 많다. 음악 시장이 빨라짐에 따라 음반을 둘러싼 토론의 열기도 식어서다. 유통사 직원들은 그의 신곡이 음원차트에 오르지 못했다며 침통해 했단다. “10집이 나오면 갑자기 센세이션이 일어나 제 음반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그럼 제가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은 (앞으로 낼 노래가) 30곡 더 있지롱!’ 하는 게 제 계획이었는데…. 오 마이 갓. 하하.” 그래도 타이거JK는 씩씩하다. “달라진 시간에 적응하지 못한 내 미스”라면서도 “활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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