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백석역 가득 찬 수증기, 머리 다 젖고 앞이 안 보여”

기사승인 2018-12-05 01: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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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때와 다름없던 퇴근길.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석역 인근에서 느닷없이 섭씨 115도에 이르는 ‘물벼락’이 쏟아져 사망자와 부상자 수십명이 발생했다. 

지역난방공사와 고양시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40분 백석동 1538번지 도로에서 뜨거운 물을 실어 보내 열을 전달하는 노후된 수송관이 파열됐다. 뜨거운 물이 솟구치며 백석역 3번 출구 인근을 지나던 승용차 운전자 손모(69)씨가 화상을 입어 숨졌다. 중상자는 2명, 경상자 20여명에 이른다.

백석역 인근에서 장사를 하는 상인들과 아파트 주민들은 황망함을 감추지 못했다.

사고 현장 바로 앞에 위치한 가게 주인은 “수증기가 가득 들어차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면서 “물이 높이 4m가 넘게 치솟았다. 115도가 넘는 뜨거운 물이 하마터면 가게 안까지 들어올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근 식당 주인 40대 김모씨는 “뜨거운 물과 함께 돌맹이도 튀어오르며 차량 위로 쏟아졌다”며 “그 소리에 놀라 뛰쳐나왔다”고 했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한 20대 남성은 차량을 빼려다 물에 발을 데었다고 설명했다. 또 사고현장에서 만난 김모(50)씨는 “지인이 화상으로 피부가 벗겨지는 등 화상을 당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증세가 심해 서울에 있는 화상 전문 병원으로 옮겨졌다”고도 전했다. 행인이 물이 뜨거운 줄 모르고 길을 건너려다 발에 화상을 입은 것을 봤다는 목격담도 이어졌다.

길을 지나던 고등학생 안수현(19)양은 “마치 공포 영화 ‘미스트’를 보는 줄 알았다”면서 “이 근처 건물이 수증기에 가려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머리가 마치 감은 것처럼 다 젖을 정도였다. 너무 공포스러웠다”고 설명했다. 뜨거운 물을 피해 근처 건물 높은 층으로 피신했다가 집에 돌아간다는 안양은 “부모님들이 걱정하실까봐 연락을 드렸다”고 말했다. 

인근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김현진(23)씨는 “갑자기 수증기가 뿌옇게 차오르더니 뜨거운 물이 바로 가게 앞까지 들이닥쳤다”면서 “높은 곳으로 피신하라는 소방관의 안내에 따라 가게 뒷문으로 나가 2층으로 올라가려 했더니 이미 건물 다른 곳도 흙탕물 투성이어서 당황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경기도 전역에는 이날 올겨울 들어 첫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인근 2500여가구 난방열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온수가 나오지 않아 출근길이 걱정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인근 주민 최혜빈(21·여)씨는 고양시에서 오후 9시40분 시민들에게 재난안전 문자를 보낸 것을 보고 집에 서둘러 돌아왔다며 “살면서 이런 일이 처음이어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난방도 안되고 온수도 안 나온다는데 내일 아침에 어떻게 해야할 지 걱정”이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현재 파열된 밸브를 차단하고 임시 보수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한국지역난방공사 측은 사고 원인에 대해 “겨울이 되면서 노후한 수송관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5일 아침까지 복구 완료를 목표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사망자 가족 위로 및 지원, 신속한 환자치료 등 현장수습에 관계기관은 최선을 다하라”며 “산업통상자원부는 날씨가 추워지는데 지역민들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하라.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온수관 관리체계에 문제가 없는지 신속히 점검하고 보완하라”고 지시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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