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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기해년/ 황금돼지해 특집> “우리 이렇게 행복해도 돼지 유∼”

곽경근 기자입력 : 2018.12.10 17:55:37 | 수정 : 2018.12.11 12:46:18

우리 이렇게 행복해도 돼지 유

충남 청양에서 방목 돼지농장인 송조농원을 운영하는 최태환(83), 최재용(63), 최승호(32) 씨 삼부자가 자신의 농장에서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좌로부터)

-동물복지 실현하는 최재용 대표의 40년 돼지 이야기-

-황금돼지농장, ‘청양 송조농원삼대 오순도순 이어가-

-150여 마리 초식돈 24천 평 초원에서 마음껏 먹고 뛰놀아-

-2019황금돼지해를 맞아 업그레이드 된 오감체험농장 준비-

최재용 대표가 아들 승호 씨에게 돼지를 방목해 키우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이곳 황금돼지농장의 초식돈(草食豚)들은 GMO가 첨가된 사료를 먹이지 않고 100% 초지에 풀을 먹고 자란다. 단 돼지의 특성상 길을 들이기 위해 하루에 한번 마리당 쌀겨 한줌 정도 주는게 전부이다.

구제역, 조류독감 그거 다 쓸데없는 소리 유” “그깐 걸 뭘 병이라고 떠든데 유

나 보기는 이렇게 메주같이 생겼어도 넘 들 하는 거 따라하는 성격이 아녀유, 생전 넘 안하는 거 하는게 내 주특기 유” “우리 목장 돼지들은 세상에서 최고 행복한 놈들이고말고 유” “요즘은 돼지XX 보기가 하늘에 별 따긴 디, 우리 농장은 여기 저기서 덜렁거리고 지 맘대로 막 다녀 유최재용(63) 대표는 충청남도 청양에서 삼대가 함께 목축업에 종사하고 있다. 최 씨의 정감있고 구수한 입담이 그의 농장 황토방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졌다. 세상에서 제일 흥미로운 이야기는 역시 사람 사는 이야기인가 보다.

농원입구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삼부자.

충남 청양 토박이인 최 씨는 군대시절을 빼고는 한 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다.

부친 최태환(83) 씨는 일찌감치 돼지와 소를 키웠다. 아들 재용 씨도 어린 시절부터 학교에서 돌아오면 쌀겨나 보리겨를 삶아 소, 돼지에게 먹이 주는 것으로 오후 일과가 시작됐다. 최 씨가 군복무 중 부친은 젖소를 키우기 시작했다. 제대를 하면서 최 씨는 자연스럽게 가업을 이었다.

황금돼지목장의 여름 전경(송조농원 제공)

최 대표는 멀리서 돼지 소리나 표정만 보아도 돼지가 무얼 원하는지, 어딘가 아픈지 바로 알 수 있단다.

부친인 최태환 씨는 재용이는 키는 좀 작아도 부지런하고 총명해서 뭘 해도 잘 했어! 어려서부터 동물을 워낙 좋아해서 내가 안심하고 일을 많이 맡겼지!”라며 어린 최 씨를 기억했다.

젖소가 20두 넘게 늘어나자 최 씨는 목장 여기저기에 쌓이는 소똥 처리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였다.

뉴질랜드 연수시절 최 대표가 젖소 착유 체험을 하고 있다.(송조농원 제공)


아이디어가 풍부한 최 씨는 똥을 치우는데 닭을 이용했다. 발과 부리를 이용해 먹이를 찾기 위해 늘 무언가를 파헤치는 닭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한 최 씨는 닭을 목장에 풀어놓았다. 최 씨의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소의 배설물 속에는 옥수수 찌꺼기와 애벌레들이 많았다. 닭들은 자연스럽게 배설물 속으로 숨는 벌레들을 먹기 위해 배설물을 여기저기 흩트려 놓았다. 이렇게 애벌레와 푸른 목장에 마음껏 뛰어다니며 자란 토종닭은 좋은 가격에 팔려나갔다. 일석이조의 결과였다. 또한 최 씨는 가을 배추농사가 끝나면 밭에 버려진 배추 부속물들을 수거해 발효시킨 후 다즙사료를 만들어 젖소에게 먹였다. “이 놈들이 신기하게 잘 먹더라구, 그러니 젖도 잘 나오구!” 이렇게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최 씨는 매스컴을 많이 타면서 지역에서 유명인사가 됐다.

뉴질랜드 연수시절, 농장에 필요한 트랙터 등 자동화기기를 살펴보고 있다.

그는 충청도를 대표하는 신지식인 농사꾼으로 선발되었다. 덕분에 지난 19901029일부터 1116일까지 농어촌공사에서 주관한 낙농 선진국 뉴질랜드 해외연수도 보름 넘게 다녀왔다.

체류기간 내 여러 곳의 목장과 관광농원을 돌아보고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얻었다. 자신의 농장보다 규모가 훨씬 크긴 했지만 소를 키우는 방법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연수 기간 내내 최 씨는 왜 사람들이 별 것도 아닌데 돈을 내고 들어와 관람을 하고 젖 짜는 일 등 농촌체험을 하면서 즐거워할까 의아해했다.

최 씨는 연수 기간 동안 필름을 무려 48통이나 찍고 꼼꼼히 기록했다.

이 곳 돼지들은 주인이 부르면 언제든 앞 다투어 달려온다.

먹을 게 부족한 겨울에는 풀을 잘라서 말아 놓은 엔실리지와 건초를 먹인다.

목장 일 외에 조경사업도 했던 최 씨는 2002년 어느 가을 날, TV에서 대한민국도 마침내 국민소득이 만 불을 뛰어 넘어 15천불에 육박했다는 방송이 나왔다. 최 씨는 뉴질랜드 연수 당시 국민소득 15천불이 넘어서면 농촌관광이 활성화 된다는 강사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빠른 머리회전과 뚝심과 추진력, 삼박자를 모두 갖춘 최 씨는 바로 행동에 옮겼다.

‘황금돼지의 산실’ 널찍한 하우스 내에 자리한 산실은 일조량과 건초더미가 넉넉하다. 어미돼지는 새끼돼지들이 태어날 즈음이면 건초더미를 둥그렇게 쌓고 그 안에서 새끼를 낳고 키운다.

꼼꼼하게 농촌체험 관광농원 프로젝트를 세웠다. 이듬해 자신의 농원과 목장에 다양한 종류의 꽃을 심고 염소, 거위, 오리, , 칠면조 닭 등을 구입해 24천 평의 목장에 풀어놓았다. 숙박시설도 새로 짓고 12일 동안 농촌체험을 하면서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2004년 겨울 마침내 송조농원이란 간판을 내 걸고 본격적으로 운영에 들어갔다. 관광농원은 예상대로 많은 체험객들로 붐볐다.

최대표가 농장을 방문한 체험객들에게 동물복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듬해 자신의 농원 인근에서 돼지농장을 하는 친구에서 귀여운 돼지새끼 한 마리를 얻어 키우던 최 씨는 어느 날 또 다른 엉뚱한 생각을 한다. 돼지도 소나 염소처럼 방목을 하면 구제역 등 질병과 GMO 사료, 환경오염 걱정 없이 행복하게 키울 수 있지 않을까, 평소 좋아하는 가축들을 위해 앞장서 동물복지를 실현해 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리곤 친구에게 비슷한 또래의 돼지 한 마리를 더 분양 받아 사료를 전혀 먹이지 않고 방목해 키웠다. 그렇게 2마리로 시작했던 방목돼지의 숫자가 어느새 150여 마리로 늘었다.

최 씨는 돼지를 방목해서 키우기를 너무 잘했다. 아무 스트레스 없이 푸른 초지 위에서 마음껏 먹고 뛰놀고 더우면 진흙 목욕하고 피곤하면 적당히 편안한 자리를 찾아 꿀잠을 청한다. 이곳 농원의 초식돈(草食豚)들은 일반 축사의 돼지들처럼 툭하면 찔러대는 주사 공포에다 피부병과 더위, 악취에 시달리 염려가 전혀 없다. 최 대표는 각종 질병과 사료 값, 오폐수 처리 걱정이 전혀 없으니 우리 집 건강돼지들 만큼이나 행복하다고 말한다. 함께 자리한 아들 승호 씨도 구제역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관련공무원이나 방역당국에서 한 번도 우리 목장에는 전화 한 적이 없다. 그만큼 청정지역이란 뜻이라며 농장 자랑을 거든다.

아들 승호 씨가 돼지들이 가장 좋아하는 쌀겨를 제공한다. 무질서해보이지만 쌀겨는 우두머리 수컷돼지부터 차례대로 먹는다.

최 씨는 요즘 연년생인 두 아들 주호(33), 승호(32)에게 차근차근 업무를 인계 중이다.

큰아들 주호 씨는 체험농장을 맡아 운영하고 둘째 아들 승호 씨가 돼지를 키우고 판매하는 일을 전담한다.

24시간 먹고 자면서 살만 찌우는 축사형 돼지들과 달리 운동량이 많고 풀만 먹고 자라는 초식돈은 성장이 느리다. 최 씨 농장의 초식돈들은 일반 농장의 돼지들에 비해 무게는 절반 키우는 시간은 두 배 이상 걸린다. 주사, 사료의 최 씨네 돼지를 백화점이나 대형 식당에서 많은 양의 고기를 주문하지만 물량을 맞출 수 없는 이유다. 최 씨는 자신과 같이 기업형 돼지공장이 아니라 돼지들도 행복하고 본인도 행복한 동물 복지에 관심 있는 사람이 나타나면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최 씨는 2019(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해를 맞아 황금돼지와 함께하는 해맞이행사를 시작으로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즐기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오감체험농장을 두 아들과 준비 중이다.

이 일들만 어느 정도 자리 잡으면 이웃마을에서 시집와 평생 가족과 농장을 위해 고생한 부인을 위해서 많은 시간을 보내려한다.

 죄송하지만 원래 태생이 그러신 건지 아니면 평생 돼지와 사랑에 빠져서 함께 살다보니 잘생긴 돼지처럼 변한 건지 잘 판단이 안 선다.” 기자의 짖굳은 질문에 최 씨는 둘 다 맞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최 대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방목 기술을 전파하고 싶다. 하지만 예전처럼 정부 지원도 부족하고 특히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기 어려워 현실적으로 목장 조성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청양=곽경근 선임기자 kkkwak7@kukinews.com  / 드론 동영상 촬영=왕고섶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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