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말모이' 윤계상 "홀로 돋보이겠다는 욕심 버리니 좋아"

'말모이' 윤계상 "홀로 돋보이겠다는 욕심 버리니 좋아"

기사승인 2018-1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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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인터뷰] '말모이' 윤계상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속 류정환(윤계상)은 벼랑 끝에 몰려서 있으면서도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다. 아버지는 친일파 인사에, 창씨개명을 강요받는 상황에서 조선어학회를 이끌고 우리말큰사전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윤계상은 “나도 예전에는 언제나 그랬다”며 류정환에 대한 동질감을 표현했다. 개인적으로도, 연기적으로도 언제나 벼랑 끝에 몰려 있는 기분이었다는 것이다.

“’범죄도시’를 찍기 전까지는 저도 매번 그랬던 것 같아요. 작품을 할 때마다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살았죠. 언제나 저 혼자 연기하고, 저 혼자 생각했거든요. ‘범죄도시’를 찍으면서 조금 달라졌어요. 제가 연기자로서 사는 방법을 알게됐달까요. 남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익힌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하다 막히면 다른 배우들에게 물어보고, 솔직하게 구는 것 말이에요.”

‘말모이’는 전적으로 영화가 가진 서사가 좋아 선택했다. 윤계상 본인도 일제 강점기 이후 한글이 어떻게 전승돼왔는지, 우리말 중에서 표준어가 어떻게 규정됐는지 전혀 몰랐단다. ‘말모이’라는 시나리오를 접한 순간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에서 캐스팅을 승낙했다. 물론 함께 호흡한 유해진 덕도 컸다.

“(유)해진이 형은 정말 모든 감정과 캐릭터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엄청난 사람이죠. 함께 하면서 제게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한 장면을 여러 버전으로 찍는 것을 좋아하시는데, 덕분에 소통도 많이 하고 솔직해지는 법도 많이 배웠죠.”

 윤계상은 인터뷰 내내 ‘소통’과 ‘도움’, ‘버거움’을 말했다. 자신이 연기를 선택한 이후 줄곧 누군가와 연기에 관해 이야기하기가 참으로 버거웠단다. 스스로에 대한 욕심과 이기심, 잘 하고 싶은 마음들이 섞여 오랜 혼란을 겪었다. 

“예전에는 연기를 하면서 저를 잘 보여주고 싶은 욕구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연기가 버거웠죠. ‘혼자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없다’는 것을 차차 배워나가면서 달라진 것 같아요. god활동을 하는 것만 해도 그래요. 멤버들의 도움이 없으면 활동을 할 수 없거든요. 저 혼자 돋보이면 그룹 활동이 아니죠. 연기도 그래요. 작품과 제가 밸런스를 잘 맞춰야 좋은 연기가 되죠. 작품이 잘되면 배우도 돋보이고요.”

한때 그에게도 자신감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을 시절이 있었다. 연기를 막 시작한 직후부터 한참동안이다. 하지만 점점 남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면서 조금씩 연기가 좋아졌단다. 연기하는 시간이 이제 그에게는 뜻깊다.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행복한 시간들이고, 단 한 번 주어지는 그 시간들을 잘 쓰고 싶다고 윤계상은 말했다.

“연기가 제 길이 아니다 싶을 때도 분명 있었어요.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별달리 없었고, 실패는 제게 너무 익숙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그냥 다 내려놓고 나니 비로소 보이는 것도 있더라고요. 어느덧 저도 20년차 연예인이에요. 속 이야기를 다 할 수도 없고, 실제의 저와 다른 이미지들이 대중에게 있다 한들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 막연하게나마 다시 웃을 수 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만큼은 정말 좋아요. 대중들이 저를 사랑해주는 것도 너무나 감사해요,”

“관객분들이 ‘말모이’라는 영화를 보고 기쁘고, 뭉클한 마음이 잠시라도 드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임한 작품을 보시고 행복감과 약간의 고마움이라도 관객분들이 느끼신다면 그것 자체가 제게는 정말 다행이에요.”

‘말모이’는 오는 2019년 1월 개봉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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