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연말 시상식, 자꾸 이럴래?

연말 시상식, 자꾸 이럴래?

기사승인 2018-12-24 12: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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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현씨를 지금 그 자리에 있게 했던 포즈 있잖아요? 등신대 포즈. 초심 포즈라고 생각하시고, 그 포즈를 잡으면서 다음 진행을 부탁드립니다.”

잠이 홀딱 달아났습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공원로 KBS 신관 공개홀에서 열린 ‘2018 KBS 연예대상’을 보면서였죠. 이날 진행을 맡은 배우 신현준은 신인상 수상이 마무리된 뒤, 함께 MC석에 선 가수 설현에게 “초심을 잃지 않았다면”이란 전제와 함께 ‘등신대 포즈’를 요구했습니다. KBS 최초의 여성 수상자를 탄생시킨 이날 시상식은, 하지만 여성 MC에겐 매우 무례했습니다.

설현은 3년 전 ‘KBS 연예대상’에서 쇼 오락 부문 신인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신현준의 말처럼 ‘등신대 포즈’ 덕분에 받은 상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설현은 KBS2 ‘용감한 가족’에 출연해 캄보디아와 라오스에서 살림을 꾸렸습니다. 그리고 설현이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데에는 그가 그룹 AOA 멤버로서, 또 연기자로서 쌓은 인지도가 바탕이 됐을 거고요. “설현씨를 지금 그 자리에 있게 했던 포즈”라는 신현준의 말은 설현의 이런 커리어를 지웠다는 점에서 문제적입니다. 

‘매끄러운 시상식’을 바라는 건 여전히 과욕인가 봅니다. ‘2018 KBS 연예대상’은 신현준의 ‘초심 포즈’ 발언 외에도 많은 허점을 드러냈죠. 대부분이 MC들의 미숙한 진행 능력에서 비롯했습니다. MC들의 대화 사이사이엔 정적이 흘렀고 어설픈 농담은 보기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대상 후보들의 인터뷰 장면이 대표적인 보기입니다. 신현준이 윤시윤의 부름을 듣지 못해 정적이 흐르자, 보다 못한 신동엽이 나섰습니다. “아까부터 제가 너무 답답해서…. 빨리빨리 진행을 하셔야지, 김승현씨 아버지 아까부터 계속 주무시고 계십니다.” 조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이날 시상식은 애초 예상된 시간을 훌쩍 넘긴 새벽 2시에 끝났으니까요.

[친절한 쿡기자] 연말 시상식, 자꾸 이럴래?지난 20일 열린 ‘제1회 대한민국 대중음악시상식’도 매끄럽지 못한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그룹 오마이걸은 본상 수상 직후 공연을 꾸며야 했습니다. 공연용 마이크를 착용할 시간도 빠듯했죠. 결국 공연은 지연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체 20개 부문 중 8개 부문에서 대리 수상을 남발했습니다. 그룹 엑소, 방탄소년단 등 대상 수상자마저 불참했죠. 

가장 큰 문제는 인기상 수상 뒤 불거진 공정성 시비입니다. 인기상은 팬들의 투표만으로 수상자가 결정되는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그룹 워너원이 2위인 그룹 엑소와 공동으로 상을 받게 되자 팬들이 분통을 터뜨린 겁니다. 더욱이 인기상 투표권이 1회 200원꼴로 판매되고 있던 상황이라 논란이 더 커졌죠. 주최 측은 “모두의 축제로 만들자는 의미”에서 차점자에게도 인기상을 줬다고 설명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오는 25일부터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방송사들은 통상 2~3개월 전부터 TF팀을 꾸려 시상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은 인원이 참가하고, 그만큼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죠. 매년 비슷한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개선의 의지는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요. 남은 시상식만큼은 낯 뜨거움으로 시작해 피로감으로 마무리되지 않길 바랍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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